김성철 동국대 교수, ‘진화생물학ㆍ뇌과학’으로 ‘불교’를 말하다

김성철 지음 / 참글세상

“우리 몸의 모습은 조물주 따위가 만든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의 풍화작용을 거쳐서 기기묘묘한 암석이 만들어지듯이 ‘식욕과 음욕의 번뇌’와 ‘변화하는 자연환경’이 만나서 조형(造形)해낸 모습일 뿐이다.”

김성철 동국대 교수가 어린시절 품었던 의문, ‘붕어 몸의 왼쪽과 오른쪽은 왜 대칭인가?’에 대한 결론이다. 김 교수는 “우리의 마음을 이러한 ‘동물적인 몸’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공통되는데, 불교수행의 목표는 그 극(極)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부르고 ‘무상정등각’이라고 한역된다”고 밝혔다.

서울대 치의학과 출신 불교학자

“불교학은 곧 중생학이자 생명학”

불교참뜻 이해에 생물학 유용

2012년 불교신문 연재물 수정보완

우울증 공황장애 등 질병원인“무상정등각이란, 몸이든 마음이든 감성이든 인지든 동물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경지다. 탐욕과 분노와 같은 동물적 감성에서 벗어나고, 세상을 흑백논리로 바라보는 동물적 인지에서 벗어난 경지다. 불교수행을 통해 이를 체득하려면 우리는 먼저 우리가 씻어내야 할 동물성을 직시해야 한다. 좌우대칭 역시 ‘먹이를 찾아 전진하는 탐욕의 동물성’이 빚어낸 우리 몸의 모습 가운데 하나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는 어디인가. 대부분 뇌, 머리를 꼽는다. 그러나 김 교수에 따르면 “뇌는 우리 몸의 주인이 아니다!” 뇌는 성대를 울려서 ‘고기 몸(肉身)’의 내적 상태를 남에게 전달하는 음성언어를 만들어내고 이해하는 능력이 있을 뿐, 이는 몸의 활동을 보조하기 위한 2차적인 기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고집멸도의 네가지 진리인 사성제를 통찰해서 발견했다면, 찰스다윈은 이 가운데 고와 집의 진리를 진화생물학을 통해 입증했다고 김성철 교수는 말했다. 사진은 손의 진화를 설명하며 예시한 천수관음.

김 교수는 “문명이 극도로 발달하면서 주객이 전도되었다”며 “‘고기 몸’을 위한 부속기관인 ‘뇌’가 주인행세를 하는 것, 몸에서 유리되어 제멋대로 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스테리, 우울증, 정신분열중, 공황장애…. 몸의 ‘종’이 되어야 할 뇌가 ‘주인’ 노릇을 함으로써 일어나는 정신질환들이다. 불교수행의 기초는 뇌를 본래 자리로 되돌리는 데 있다. 매순간 촉감의 변화를 주시하는 위빠싸나 수행을 통해 뇌는 본래기능을 회복한다. 몸에 순종하는 것이다. 화두를 들고서 생각을 중도의 궁지로 몰고가는 간화선 수행을 통해 우리의 생각은 흑백논리의 이분법에서 벗어난다. 화두를 타파하여 생각이 폭발하면 ‘뇌의 장난질’이 사라진다.”

김 교수는 서산대사가 <선가귀감>에서 인용한 보안선사의 법문 가운데 ‘입차문래 막존지해(入此門來 莫存知解, 이 문안에 들어온 후에는 알음알이를 내지 말라)를 들어 “뇌가 분수를 지키게 만드는 가르침”이라고 밝혔다.

뇌는 음성 통해 몸상태 전달

이해력 갖춘 부속기관일 뿐

문명 발달하면서 ‘주객 전도’

서울대서 치의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졸업 후 동국대 인도철학과에서 ‘용수의 중관논리의 기원’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중앙승가대와 동국대 강사를 거쳐 현재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부처님 가르침의 참뜻을 올바르게 이해하고자 할 때 가장 유용한 학문은 생물학”이라고 피력했다. 그중에서도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원리를 갈파한 찰스다윈(1809~1882)의 진화생물학이다. “부처님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생로병사하면서 겪어야만 하는 약육강식의 고통에 대해서 깊이 통찰한 분이셨다. ‘모든 생명체’를 불교용어로는 ‘중생’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연구하는 불교학은 중생학이고 생명학이며 생물학이다.”

석가모니부처님이 고집멸도의 네가지 진리인 사성제를 통찰해서 발견했다면, 찰스다윈은 이 가운데 고와 집의 진리를 진화생물학을 통해 입증한 셈이다.

김성철 교수는 지난 2009년 KAIST 생명과학과 대학원에서 ‘생명과학과 윤리’라는 제목의 특강을 하면서 생명형태와 관련 수십년동안 품었던 의문과 해답들을 하나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를 모아서 지난 2012년 1년간 <불교신문>에 ‘진화생물학으로 풀어본 우리 몸의 비밀’이라는 흥미로운 칼럼을 연재, 화제가 됐다.

김성철 동국대 교수

책은 이들 칼럼을 첨삭하여 엮은 47편의 글과 관련 논문들로 엮어졌다. 진화생물학과 뇌과학을 바라보는 불교학자의 입장은 명쾌하다. “불교는 ‘계시의 종교’가 아니라 ‘깨달음의 종교’이며, 외부에서 주어진 ‘도그마’가 아니라 부처님에 의해 발견된 ‘진리’로 현대과학과 방법론을 같이한다. 불교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불교학’ 역시 위로부터 내려오는 ‘신학(神學)’이 아니라 마음에서 솟아오르는 ‘각학(覺學)’이다.”

김 교수는 “현대과학이 인간의 탐욕과 분노를 실현하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생명과 세계에 대한 불교의 통찰이 길잡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낱 지느러미가 발이 되었다가 천수관음과 같은 손이 되는가하면, 마트에 넘쳐나는 등 푸른 생선이 알고보면 검푸른 바다를 닮은 등껍질과 은빛하늘과 같은 뱃가죽을 가졌고, 눈 째고 코 높이고 턱을 깎아 서양인으로 뜯어 고쳐서 동양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평등을 자초한 삶인지, 책 곳곳엔 김 교수 특유의 입담과 학식, 지혜와 철학이 흥미진진하게 녹아 있다.

[불교신문3039호/2014년9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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