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문자 조계종 염불봉사단 관음회 팀장

“지속적인 쑥뜸봉사 받고

혼자도 공양할 수 있게 되자

연신 ‘고맙다’며 눈물짓던

한 중년 남성 모습에

 

도움 될 일이라면

뭐든지 앞장서게 돼 …

묘희원 보현의집 승가원

동부시립병원 등 찾아

 

급식 물품정리 간병 목욕

텃밭 가꾸기 등 봉사활동

 

전문성 갖추기 위해

경락마사지 염불봉사 등

조계종 복지재단 시행

보수교육도 수시로 받아

 

새벽 4기 기상…독송하며

바르게 살고 있는지 늘 점검

염불봉사 요청 들어오면

도반 10명과 정성 보태”

“은혜를 아는 깨끗한 믿음으로 남에게 베풀면 이 세상에서나 저 세상(천상)에서나 그가 있는 곳 어디라도 그림자처럼 복된 갚음이 따르나니 인색한 마음 버리고 조건 없는 깨끗한 베풂을 실천하라. 이 세상에서나 저 세상에서나 기쁨은 항상 거기 있느니라.” <별역잡아함경> 제8권. 부처님께서는 ‘먹을 것으로 베푸는 공덕보다 더 큰 게 있냐?’는 실비리라는 젊은이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하며 자비의 마음으로 널리 베풀라는 가르침을 전했다.

부처님의 이같은 가르침에 따라 조건 없는 깨끗한 베풂을 실천하는 불자들이 적지 않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의 염불봉사단 관음회 팀장 윤문자 씨도 이 가운데 한명이다. 지난 2001년 5월부터 매일같이 자비나눔을 실천하는 자원봉사자의 삶을 살고 있는 윤문자 팀장은 “자원봉사활동도 어색함과 쑥스러움에 처음 한두 번은 어렵지만 몇 번 하다보면 스스로의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날려버릴 수 있는 만큼 많은 불자님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운데 머물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바란다”고 자비나눔 활동 동참을 호소했다.

윤문자 팀장이 자원봉사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과천 서광사에서 만난 한 도반의 권유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0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윤 팀장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실시하는 제1기 한방요법교육(한방뜸요법)을 함께 수강한 뒤 자원봉사활동을 함께 펼치자’는 도반의 이야기에 솔깃했다. 한방요법교육에 동참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자원봉사활동을 함께 펼치겠다는 생각은 염두에 두진 않았다. 단지 한방뜸요법을 배워 놓으면 가족들의 건강을 지키는데 두고두고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뿐이었다. 하지만 도반과 함께 두 달 남짓 교육을 받으면서 윤 팀장의 마음이 조금씩 변해갔다. 법문을 통해 수없이 들었던 부처님의 가르침인 자리이타행을 이제는 실천해볼까라는 원력이 생겼다.

교육이 끝난 다음 달인 2001년 5월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서울 중계노인복지관을 찾아 뜸뜨기와 따주기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집에서 복지관까지 대중교통으로 1시간30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될 만큼 어려움이 컸지만 윤 팀장은 매주 화요일이면 미리 촛불을 켜놓고 줄서서 쑥뜸을 기다리는 복지관 이용자들의 환한 얼굴을 생각하면 일주일이 즐거웠다. 쑥뜸을 하는 동안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노래도 함께 부르며 자원봉사자와 복지관 이용자들은 어느덧 오랫동안 인연을 쌓아온 도반처럼 하나가 됐다. “중풍에 걸려 손을 제대로 쓰지 못해 혼자서 공양을 하지 못하던 중년 남성분이 쑥뜸을 지속적으로 받더니 혼자서 공양을 하시게 됐어요. 부정확한 발음으로 연신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시는 그 분의 모습을 보면서 봉사활동에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후 제가 혹시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앞장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요.”

윤 팀장은 중계노인복지관에서 8년간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노인요양시설인 묘희원, 노숙인쉼터인 서계보현의집, 승가원 장애아동시설, 동부시립병원 등을 잇따라 찾아 급식과 물품 정리, 간병, 청소, 목욕, 텃밭 가꾸기 등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하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실시하는 자원봉사보수교육은 물론 ‘제1기 경락마사지교육’과 ‘제1기 염불봉사교육’을 잇따라 이수하며 자원봉사 이론과 실무를 겸비해 나갔다.

특히 윤 팀장은 비통함에 빠져 있는 상주를 위로하고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큰 자비나눔이란 생각에 염불봉사교육을 이수한 뒤 매주 수요일 장례염불봉사를 책임지는 관음회의 팀장 소임도 맡게 됐다. 최근 들어 상조회사의 체계적인 상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갑작스레 가족과 친척을 보내야하는 비통함 속에 상을 치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반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 장례식장에서 <아미타경>과 <금강경>을 독송해 준 일을 계기로 도반과 함께 염불봉사교육 이수 후 본격적인 염불봉사활동에 나선 것이다.

25명으로 이뤄진 관음회는 염불봉사 요청이 들어오면 10여 명이 장례식장을 찾아 30여분 동안 장엄염불과 조가, 법성게 등의 의식을 통해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상례의 특성상 염불봉사가 있을지, 없을지를 예측할 수 없어 윤 팀장은 매주 수요일마다 개인 일정이나 약속을 잡지 않고 있다. 심지어 매주 화요일 오후부터 수요일 오후까지는 염불봉사를 찾는 전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상을 당하면 상주들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저희가 장엄하게 염불봉사를 펼치며 극락왕생을 발원하면 슬픔을 줄이고 잊는데 도움이 됐다며 정말 고마워하지요. 상갓집을 꺼리는 문화가 있다 보니 염불봉사를 싫어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제가 불자로서 마음을 내서 봉사하는 거니깐 거리낌은커녕 매주 수요일이 기다려져요.”

윤 팀장은 지인을 만나면 자연스레 자원봉사를 권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처음에는 쑥스럽겠지만 몇 차례 자원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자원봉사가 자신의 삶의 일부가 될 만큼 자연스런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흔히 자원봉사를 타인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지속적으로 자원봉사를 전개하다보면 봉사자 자신에게 즐거움과 활기를 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도 털어낼 수 있는 좋은 방편이라며 전국의 불자들에게 자원봉사활동의 동참을 권유했다. “고향친구가 모친상을 당했을 때 제가 염불봉사를 해주자 그 친구가 이렇게 좋은 일을 하냐며 자신의 부인에게 저와 함께 자원봉사를 나가길 권유해 현재 승가원 장애아동시설에서 함께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요. 다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자원봉사와의 첫 인연을 못 맺어서 그렇지, 해보면 자원봉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입니다.”

윤 팀장의 활발한 자원봉사활동은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할 만큼 불교계 안팎에서 인정받고 있다. 종교 고유의 봉사로 공적인 자원봉사 활동시간 합산에서 제외되는 염불봉사활동을 빼더라도 지난 2001년 5월부터 현재까지 단 한 차례의 중단도 없이 7800여 시간 동안 자원봉사를 펼쳐왔다. 이같은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주최한 불교사회복지대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서울 노원구청장과 동대문구청장, 동부시립병원장 등으로부터 많은 감사패를 받았다.

윤 팀장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활발한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은 불심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매일 새벽 4시 기상해 기도를 올릴 만큼 신심 깊은 불자다. 불자인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니며 불교와 첫 인연을 맺은 윤 팀장은 큰언니의 추천으로 서광사를 다니면서 <금강경> 등 경전을 독송하며 신심을 돈독히 하고 있다. 특히 윤 팀장이 서광사 도반의 추천으로 자원봉사활동과 첫 인연을 맺게 됐을 뿐만 아니라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서 자원봉사교육을 받고 조계종 자원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윤 팀장과 불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저는 독송 수행을 주로 해요. 독송하면서 제 자신이 바르게 살고 있는지 늘 점검하고 있어요. 제가 내뱉은 말이 주변사람들에게 상처라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늘 올바르게 살아가자고 저 자신과 약속하며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올해 67세인 윤 팀장의 꿈은 2가지다. 첫 번째 바람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희망처럼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다. 두 번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불교자원봉사활동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예전에는 불교공부를 하면 머리에 쏙쏙 들어왔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뒤돌아서면 잊어버려요. 하지만 불교공부와 자원봉사활동은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특히 제 몸이 허락하는 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입니다. 그게 바로 부처님의 은혜를 조금이나 갚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 윤문자 팀장은…

1948년 2월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윤문자(법명 법운광)씨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염불봉사단 관음회 팀장으로 활동 중인 자원봉사자. 2001년 3월부터 4월까지 진행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의 ‘제1기 한방요법교육’을 이수한 뒤 자원봉사자로서 보살행을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 2001년 5월 서울시립중계노인복지관에서 한방뜸요법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묘희원과 서계보현의집, 서울시립동부병원, 승가원 장애아동요양시설 등을 찾아 자원봉사활동을 해 왔다. 특히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내 한방뜸봉사모임인 연화회와 승가원장애아동시설 봉사모임인 선행회를 이끌었으며 현재 염불봉사모임인 관음회 팀장을 맡고 있다. 2013년 12월 불교사회복지대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불교신문3036호/2014년8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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