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공스님의 숭고한 뜻 헌신짝처럼 버리지 마라”

오늘 오전 11시부터 덕숭총림 수좌 스님 등 100여명이 스님들이 서울 선학원 중앙선원 앞에 운집했다. 스님들은 뙤약볕에 좌선을 하면서 "선학원의 정체성을 복원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재)선학원(이사장 법진스님)이 수도권 지역 분원장 회의를 열기로 한 오늘(30일). 회의를 2시간여 앞둔 오전 11시경 선학원 서울 중앙선원 앞에는 덕숭총림 수덕사 수좌 스님들을 비롯 법주사와 마곡사 소속 스님들 100여명이 운집했다. 서울 옥천사와 화계사 신도 100여명도 스님들 뒤를 따랐다. 200여 사부대중은 굳게 문이 닫힌 선학원 입구에서 조계종총무원 종무원들이 미리 깔아놓은 좌복에 정좌하고 좌선에 들었다. 엄청난 폭염에 쨍쨍 내리쬐는 뙤약볕에도 아랑곳 않고 스님들은 하나같이 입을 굳게 다물고 결연한 표정이었다.

잠시 후 ‘덕숭총림수덕사선학원대책위원회’ 위원장 효성스님이 대중 앞에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효성스님은 “선학원 설립 이래 선원의 수좌 스님들이 이렇게 목소리를 낸 적은 처음있는 일”이라며 “선학원의 주인은 바로 우리”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향후 전국수좌회 차원에서 마음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선학원 이사진의 탈종 및 해종행위에 대한 덕숭총림 수덕사의 입장’이란 제하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간화선 수행과 자주적인 조선불교 설파를 위해 1934년 만공스님이 선학원을 설립했던 배경을 설명하고 “선학원 임원진을 장악하고 있는 법진 이사장과 이사진은 만공스님과 수덕사의 숭고한 뜻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오로지 재단 사유화를 위한 탐욕스런 행보와 전횡을 보이고 있다”며 “조계종과 최소한의 연결고리인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마저 거짓으로 왜곡해 탈종단화 및 해종행위에 몰두하는 모습에서 출가수행자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라고 밝혔다.

성명은 또 “법진 이사장과 선학원 이사진은 ‘법인 명의로 토지와 건물을 등기할 수 있다’는 정관을 악용해, 1934년 설립초기 기본재산인 견성암 토지수용대금(6400여만원)을 6년째 착복하고 있다”며 “견성암 선원 수좌들에게 대중공양은 커녕 그 논밭에서 잡초 한번 제거해 본적이 없는 저들이 선조들의 숭고한 정신으로 출연된 재산을 강제로 장악하고 있음에 대해 그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 날 선학원의 분원장 회의는 끝내 열리지 못했고, 100여명의 스님들은 오후 2시경 자진해산했다. 선학원의 분원장 회의는 지난 7월23일 부산 금정사에서 열린 부산ㆍ경남권부터 시작해, 대구ㆍ경북권은 대구 보성선원(7.24)에서 대전ㆍ광주 및 충청권은 대전 심광사(7.24)에서 각각 개최된데 이어 이 날 수도권과 강원ㆍ제주권 마지막 분원장 회의가 서울 중앙선원에서 열리기로 한 것이다.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과 이사진들은 분원장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수덕사 등에 선학원의 요구사항을 공식 발표했다.
수덕사 등 스님들이 돌아간 뒤, 선학원은 오후3시께 교계 기자들을 초청,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선학원 분원장 한북스님은 “고뇌에 고뇌를 거듭한 결과 지역별 분원장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기로 하고, ‘전국분원장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며 “어제 오늘까지 63명의 분원장 스님들이 결의문에 서명하여 힘을 실어주었고, 총 147명의 분원장 스님들이 뜻을 함께 해줬다”라고 말했다. 선학원 분원장 스님은 전국에 총 361명. 이 가운데 147명이 ‘법인법에 동의할 수 없다’ 등이 명시된 결의문에 서명했다는 설명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은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법인법’은 선학원과 종단간에 풀어야 할 문제이지, 수덕사가 나설 일이 아니다”라며 “또한 분원장회의는 선학원 재단 내부회의인데, 외부에서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가 조계종 교구본사협의회에 찾아가 개입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덕사는 진실을 호도하지 말라’는 제하의 입장문을 통해 ‘정혜사와 간월암간 소송자료를 공개하라’ 등 3개항에 관한 사안을 공개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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