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세월호 참사 <中> 불교계 긴급구호의 의미와 과제

세월호 참사 직후

기도, 물품 및 정서지원 등

불교계의 구호활동

실종자 가족들에 큰 힘

 

종단, 본사, 지역 불교계

한마음으로 활동 펼쳐

불교의 사회적 역할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

 

참사 100일 지났지만

지금도 진도 팽목항에서

불교구호봉사단은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해 

세월호 침몰 참사 직후 불교계는 발 빠르게 현장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펼쳤다.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눈 불교계의 자비행은 불교계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사진은 지난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 맞아 종단협의회가 조계사 대웅전에서 봉행한 희생자를 위한 위령재. 신재호 기자

“100일 맞아 진도 팽목항 법당에서도 남아있는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위령재나 추모재 형식이 아니라 평소 이곳에서 진행하고 있는 릴레이 기도와 함께 특별 기도법회를 봉행했습니다. 가족들을 배려하기 위해서입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끝까지 가족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실종자들이 빨리 돌아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진도에서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본부장 법일스님(진도 향적사 주지)의 말이다. 참사 직후부터 본부장 법일스님을 비롯해 지역 스님들과 불자들은 가족들을 위한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지 어느덧 100일이 지났지만 진도의 시계는 여전히 4월16일에 머물고 있다. 아직까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종자 가족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이 이어지면서 가족들과 함께 봉사단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부처님 자비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의 구호 활동은 지난 4월17일부터 본격화됐다. 이웃종교 단체보다 발 빠르게 진도로 내려간 봉사단은 다양한 재난 구호 활동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참사 직후부터 신속하게 활동을 이어나갔다. 조계종 총무원과 교구본사, 진도불교사암연합회, 사회복지재단 등 불교계 모든 역량이 유기적으로 역할을 하면서 효율적인 구호활동이 이뤄졌다.

평소 구호활동에 대비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고 준비도 부족했지만 향적사 주지 법일스님과 쌍계사 주지 진현스님 등 진도사암연합회 스님들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현장으로 달려갔다. 여기에 지역 불교계 복지관과 자원봉사로 참여한 비구니 스님들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진도군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법당을 마련해 불교계 구호활동을 위한 거점을 마련했고, 이를 중심으로 백양사, 화엄사, 송광사, 대흥사 등 전남지역 교구본사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동참했다. 진제 종정예하와 총무원장 자승스님도 현지를 방문하며 세월호 참사 해결에 관심을 가졌으며, 전국에서 많은 스님들이 릴레이 기도와 자원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자비행을 펼쳤다.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구호물품 지원과 더불어 마음 치유를 위해 구호활동의 방향을 상담과 기도 등 불교적인 방법으로 전환했던 점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구호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요소였다. 긴급재난구호봉사단은 초창기 떡과 죽, 음료, 과일, 다과 등 물질적 지원에 집중해 온 것에서 방향을 전환해 법당을 마련하고 정서적 지원에 나섰다. 법당은 차츰 가족들의 안식처로 자리매김했다. 가족들을 위한 위로가 필요한 상황에서 불교의 장점을 살려 활동에 나섰던 것이다. 사상 최악의 해상 사고 앞에서 종교의 같고 다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불교계의 구호활동은 슬픔과 절망에 빠져 있던 실종자,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에 큰 힘이 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불교계의 긴급구호활동과 노력은 한국불교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일련의 활동을 통해 불교계는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사회와 소통했다.

고산문화재단이 지난 7월초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인식과 불교의 인상(이미지)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며 한국불교가 신뢰를 얻기 위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36.4%가 봉사 및 구제활동을 꼽았다.

마음치유활동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응답도 19.1%로 조사됐다. 여전히 국민 대다수가 불교계 사회적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이후 보여준 불교계 긴급구호활동은 국민들의 기대와 사회적 요구에도 부합하는 행보였다.

이에 대해 본부장 법일스님은 “종단과 본사, 지역불교계 등이 함께 대응함으로써 원활하게 구호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며 “(세월호 참사 긴급구호활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불교계가 해야 할 역할을 보여 준 좋은 사례”라고 밝혔다. 김병권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총무원장 스님과 불교계에서 신경 써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특별법 제정을 위해 종교계에서도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교의 장점을 살린 기도와 상담 등 정서지원은 진도 현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은 향적사 주지 법일스님과 쌍계사 주지 진현스님이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기도하는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심리치유 전문 인력 양성…지속적인 관심 필요

긴급구호의 성과 이어나가려면…

세월호 참사 이후 펼친 불교계 긴급구호의 성과를 이어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세월호 생존자들과 희생자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유에 주목해야 한다. 많은 심리 전문가들은 정신적 외상 극복과 일상생활 적응을 위해 “심리치유와 함께 긴급 투입 심리전문가의 조직과 양성이 시급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형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는 최소 3년 이상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10년 이후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안산시는 통합재난심리지원단을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로 전환해 운영하며 심리치유에 힘쓰고 있다. 이웃종교계에서도 장기적인 심리치유를 위해 심리상담 센터를 마련하고 이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계종이 세월호 참사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마련한 템플스테이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와 함께 구호활동에 동참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조직을 갖추는 일도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구호활동 과정에서는 스님들의 참여가 절실했다. 가족들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위로하기 위해서는 스님들의 역할이 절대적인 이유에서다. 앞으로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형태의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심리치유, 정서적 지원을 위한 임상전문가를 양성하고, 전문 인력을 네트워크화하는 일도 불교계의 주요 과제다. 다양한 형태의 재난 상황에 적합한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동안 종단 구호활동은 자연재난에 집중됐고, 구호활동도 물질적 지원이나 기금 전달 등의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기존 재난과는 다른 형태의 구호활동이 필요했다. 때문에 물품지원, 심리치유, 정서적 지원 등 재난 유형에 따른 구호활동의 방향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도군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서 많은 봉사 기관과 단체 가운데 불교계가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도 가족들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기도와 상담 등 정서적 지원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종환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사무국장은 “세월호 참사는 일반적인 재난 상황과 달랐다”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긴급재난구호봉사단 역시 기도와 정서지원에 집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재단은 앞으로 다양한 양상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재난 상황에 맞춰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현행 긴급구호봉사대의 체계를 정비하고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구자행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센터장은 실종자 및 유가족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자행 센터장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불교계의 재난구호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유가족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종교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단원고 학생들을 위한 쉼터를 조성하고 운영하는 등 심리지원 활동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 및 정치권의 노력 촉구, 관련 제도 및 법령 개정 촉구 등 세월호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불교계의 역할을 주문했다.

[불교신문3030호/2014년7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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