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관 같은 공간 한 가운데 어린이 두 명이 투명상자가 갇혀 있다. 상자를 둘러싼 어른들은 아이들을 감상하거나 사진기에 담기 바쁘다. 포스터의 한 장면이다. 포스터에는 ‘학교는 관광지가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 포스터는 캄보디아의 한 학교 정문 쪽에 붙어 있다.

학교 앞에 이같은 포스터가 내걸린 이유는 뭘까. 이 학교는 국제구호단체인 로터스월드가 교육 및 주민자활을 지원하고 있는 마을에 위치한 초·중학교다. 로터스월드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들이닥치는 통에 수업에 방해가 돼 포스터를 걸고 출입문을 막았다고 전했다. 관광객들은 여행사 인솔아래 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확인 결과, 우리나라 유명 여행사에서 버젓이 판매하고 있는 관광프로그램이었다. ‘나눔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캄보디아에 있는 다른 한국구호단체에 기부하고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일정이다. 좋은 취지인 듯하나, 학생 수업을 방해하면서까지 학교를 찾는 것이 바람직한가 의문이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관광상품 설명 문구다. ‘헌 옷가지나 신발 등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준비해 현지 아이들에게 전달하면 보다 큰 기쁨을 나눌 수 있다.’

여행사가 캄보디아의 아이들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신성한 수업시간에 함부로 난입할 수 있고, 헌 옷이나 안 쓰는 물건을 줘도 고맙게 받는다는 발상을 한다는 자체가 같은 나라 사람으로서 부끄럽다. 불과 60여 년 전 우리도 전쟁으로 인해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았다. 미군을 쫓아다니며 ‘기브 미 껌, 쪼꼬렛’을 외쳤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 그 당시 군인들은 껌을 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관광객들은 캄보디아 아이들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캄보디아 아이들의 밝은 미래는 이런 방법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지구촌이라는 마을에서 앞으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우리의 자식이자 미래다. 내 자녀의 학교에 함부로 들어가 사진을 찍을 것인가? 헌 옷을 줄 것인가?

[불교신문3030호/2014년7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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