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들과 당진, 서산 지역으로 문화답사를 떠났다. 중국과 무역 중심항구였던 당진에는 많은 불교유적들이 남아 있다. 보원사지의 광대한 문화유적을 만난 일행은 서산마애불 친견에 이어 충남 해미읍성을 찾았다.

해미읍성이 위치한 내포(內浦) 지역은 중국과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졌던 곳이다. 그런 영향으로 19세기 들어 100가구 가운데 80가구가 천주교를 믿을 정도로 천주교 교세가 컸다. 교세가 커지면서 문제가 붉어졌다. 조상에 대한 제사와 충효를 중시했던 조선시대에 제사를 집단적으로 거부했던 천주학은 지배층으로부터 박해를 받았다.

대표적인 박해 가운데 하나가 1866년 병인박해였다. 당시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품에 오른 124명의 천주교인 가운데 49명이 충남 해미 출신이었다. 고종은 이들을 서울에서 처형하지 않고 해미읍성까지 이송해 처형했다. 천주교가 시작된 곳에서 이들을 처형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천주교에서는 해미읍성을 성지라고 부르고 있으며, 오는 8월 17일 프란체스코 교황이 해미읍성을 찾아 집회를 열고 의식을 갖는다.

그런데 그 준비가 너무 과하다는 생각에 인상을 찌그리게 된다. 문화유산인 해미읍성에는 교황을 환영하는 문구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또 이 지역 경찰서 정보과장은 지역 언론을 통해 “교황방문은 일생에 한번 찾아올까 말까 한 큰 행사”라며 “기관, 단체, 주민이 힘을 합쳐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나라는 자기중심적인 개념보다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우선시 할 때 차질 없이 잘 될 것”이라며 경찰관들도 교황 맞이 행사에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밝히고 있다.

천주교 신자들이 교황을 보는 존경심을 충분히 이해한다. 또한 교황의 한국방문 행사가 잘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다종교국가에서 한 종교의 행사에 국가기관까지 지나치게 나서는 모습은 과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과거 교황의 방한 때도, 중요한 외빈의 방한 때도 볼 수 없던 지나친 의전이다.

해미읍성을 거쳐 흥선대원군의 부친인 남연군묘를 찾았다. 1868년 오페르트가 도굴을 하려다가 실패한 묘소다. 주변에 깨진 술병,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해당 지자체가 교황 맞이 행사에 쏟는 열정의 일부를 곳곳에 방치된 문화유적과 조선의 문화유산에 쏟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불교신문3029호/2014년7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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