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게 강해

의상대사 지음 / 김상백 풀이 / 운주사

30여 년 전 저자 김상백은 스승인 봉철스님으로부터 의상대사의 ‘법성게(法性偈)’를 처음 전해 받았다. 평생 수행에만 전념하다 영주 양백정사에서 2011년 입적한 봉철스님은 일반에는 낯설지만 수행자들 사이에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름이다.

저자는 대학 1학년 때 선배를 따라 성혈사에 갔다가 당시 주지였던 스님과 처음 만났다. 시창(是窓)이라는 법명도 받았다. 스님은 저자를 위해 마치 어머니가 어린 자식에게 음식을 씹어서 입안에 넣어 주는 것처럼, 법성게의 가르침을 법문에 녹여 가르침을 펼쳤다.

스승은 떠나고 없지만 가르침은 시공간을 넘어 불생불멸하다. 죽기 전 법성게를 꼭 풀어 써보고 싶다는 원력을 실천하기로 마음먹는다. <법성게 강해>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화엄사상의 요체를 담고 있는 법성게를 수행하면서 깨달은 내용을 바탕으로 썼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렇다고 불교 교학을 무시하지 않았다. 게송에 스며있는 교학을 차근히 설명해 주고 있다. 나아가 글자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고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게송을 참구하는 동안 법성게는 보살도에 입문하는 입학장이자 윤회를 마치는 졸업장과 같음을 깨닫게 됐다”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길에 상세한 안내서이자 훌륭한 지도가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좁쌀만한 티끌 하나에도

시방세계 머금은 뜻…”

의상대사의 화엄사상 요체

수행자 입장에서 상세 풀이

“누구나 참나 찾아가는 길에

상세한 안내서 돼 주리라…

보살도 입문으로 시작해서

윤회 마치는 졸업장 같아”

책은 법성게의 첫 구절인 ‘법성원융 무이상(法性圓融 無理想)’의 법성을 풀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첫 문구에서 깨닫는 바가 있으면 뒷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다’고 고백한 저자는 이 일곱 글자에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다.

저자에 따르면 법성은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을 나타낸 현상과 본질이 동시에 나타나는 세계이다. 법성이 원융하다는 말은 법의 성품이 모든 일이 원만하게 통달해 일체 변화에 얽매이지 않고 동, 서, 남, 북, 상, 하 사방팔방으로 조금의 막힘이 없다고 풀이한다.

이런 법성을 깨닫기 위해서는 적합한 수행이 필요하다. 염불, 참선, 주력, 절 등 여러 수행방편 가운데 자신에게 적당한 수행을 찾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이것 조금, 저것 조금 집적거리게 되면 열매 맺기가 어렵다. 아무리 좋은 수행법이 나왔다고 해도 기존에 했던 것을 유지하면서 부수적으로 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수행을 하면서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원초적인 질문에 다가서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본래 성품인 법성을 회복하면 모든 경계는 왜곡되지 않고 차별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저자 김상백은 한 생각 일어나면 한 세계가 펼쳐지고 한 생각 사라지면 한 세계가 사라진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지난 2013년 4월 해인총림 해인사 법계도에서 봉행하는 정대불사 장면. 불교신문 자료사진

저자는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대상의 경계에 이끌려서 살아온 주객이 전도된 몽상적인 중생세계를 탈출하는 것이고 주인공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자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일미진중 함시방(一微塵中 含十方)’은 어떻게 풀이하고 있을까.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한 티끌 속에 시방세계를 머금었다’이다. 한 생각이 일어나면 한 세계가 펼쳐지고 한 생각 사라지면 한 세계가 사라진다. 한 올의 머리카락 안에도 동서남북이 다 들어있고 마음으로 치면 그 마음이 작다 해도 이미 우주를 머금고 있다.

티끌과 시방세계의 크고 작음은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게송이다. 저자는 “스님께서는 늘 모든 경계로부터 자유롭고 어떤 환경이나 조건에도 끄달리지 않는 자유인이 돼라고 말씀하셨다”며 “이번 책은 그간의 공부를 정리하는 방편이 됐다”고 말했다.

법성게는 통일신라시대 화엄종의 초조인 의상대사가 <화엄경>을 공부하고 그 내용을 210자로 요약해 게송으로 드러낸 것이다. 의상대사는 공부를 다 마친 후학들에게 법계도를 한 장씩 선물했다고 한다.
1961년에 태어난 저자는 중앙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대기업 입사 이후 대학 때 알게 된 불교를 잠시 잊고 지내다 다시 봉철스님과 만나게 됐고 2011년 스님이 입적할 때까지 가르침을 받았다. 현재 불교서적 집필에 전념하고 있으며, 그동안 봉철선사의 법문을 풀어 쓴 <행복을 좇아가지 마라>, <극락도 불태워 버려라> 등의 책을 펴냈다.

[불교신문3029호/2014년7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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