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조계종 긴급구호봉사대가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에게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진도=엄태규 기자

세월호 침몰 참사로 전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망연자실한 가운데서도 종단과 불교계는 피해자를 위로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진도실내체육관에 모여든 실종자 가족들은 혈육의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모진 시간 속에서 종단과 지역 불교계는 이들이 희망의 끈을 끝내 놓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왔다. 실종자 가족에 물품 전하며 위로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지시로 17일 오후 진도실내체육관에 도착한 조계종 긴급구호봉사대는 본격적인 구호활동을 시작했다. 현지 상황을 파악한 봉사대는 이튿날부터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봉사대는 18일 아침 일찍 실종자 가족 500여 명이 머무르고 있는 진도군실내체육관 곳곳을 직접 돌며 가족들에게 물품을 전하고 위로를 건넸다. 봉사대의 따뜻한 온정에 가족들도 힘을 내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조계종 긴급구호봉사대는 18일 오전6시30분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진도 팽목항을 향해 달렸다. 봉사대가 도착한 팽목항 곳곳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야, 빨리 나와. 추운데 왜 거기 있니?” 실종자 가족들은 세월호가 침몰한 바다를 향해 오열했다. 가만히 앉아 자녀들이 묻혀있는 바다를 바라보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심한 바다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새벽 추가로 사망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은 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애타게 했다. 가족들은 지지부진한 구조 작업과 정부의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 관계자 나와라”, “우리 아이들을 살려내라” 등 구호를 외치며 신속한 구조가 이뤄지길 촉구했다. 일부 가족들은 “언론에서 정부의 입장만을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격분하며 방송과 신문의 취재를 제지하기도 했다.

팽목항을 둘러 본 긴급구호봉사대는 다시 진도실내체육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실내체육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밤을 지새운 가족들은 지지부진한 수색 작업에 안타까움은 더해갔다. 늘어나는 사망자 소식과 시신 유실 소식이 보도되자 감정이 격해졌다.

 

호남지역 스님들 잇따라 위문

인근 지역의 원로와 중진 스님들도 부리나케 찾아와 힘을 보탰다.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지선스님을 비롯해 백양사 주지 진우스님, 조계총림 송광사 주지 무상스님, 중앙종회의원 법인스님 등 호남지역 스님 10여 명은 18일 진도군실내체육관을 찾아 봉사대를 위로했다. 이어 스님들은 가족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봉사대의 노고를 치하하며 더욱 고생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백양사 방장 지선스님은 “정부와 사고 관계자들이 가족들을 위로하고 슬픔을 달래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실종자 가족들이 슬픔에 잠겨있어서 뭐라고 위로의 말을 전해야 모르겠다. 가족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하고 사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것이 종교인들의 역할”이라고 당부했다. 봉사대 부스를 찾은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 역시 “종교인들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들을 위한 상담이나 대화가 필요하다. 부스에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건 이틀째…잠들지 못하는 진도

참담하고 안타까운 시간만 흐를 뿐이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사고 발생 이틀째인 17일 오후10시 실종자 가족 500여 명이 모여 있는 진도군실내체육관은 침통함과 간절함이 공존했다.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오는 뉴스에 집중해보지만 사망자 추가 발견 소식만 들려왔다. 이내 뉴스를 시청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심스레 질문을 던져봤지만 싸늘한 시선만이 되돌아왔다.

힘든 것도 잊은 채 모두가 생존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마음뿐이었다. 간간히 내리는 비와 바람에도 이들의 염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역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으니 불교계가 앞장서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어려울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불교인들의 마음”이라는 박순 진도불교거사림 회장은 “작은 정성이지만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참여할 수 있는 지역 불자들을 중심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긴급구호봉사대 부스를 찾는 이들도 줄을 이었다. 진도 향적사와 쌍계사 신도들로 구성된 봉사대는 부스를 방문한 이들에게 정성껏 커피와 녹차, 간식거리 등을 건넸다. 작은 정성이었지만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 물품은 큰 힘이 됐다. 긴급구호봉사대와 함께 한 동국대 불교대학원 총동문회 현해스님은 “봉사를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하자는 생각에서 오게 됐다. 현장에 와서 보니 좀 더 일찍 오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종단에서도 상황 파악을 위해 총무원 사회국장 덕운스님이 현장을 찾았다. 덕운스님은 “당사자가 아니면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최종환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사무국장도 “구조 활동이 진행되는 동안 장기적으로 부스를 운영하며 지역 교구본사와 말사 스님들이 끊이지 않고 이곳을 찾아 가족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으로 조계종 총무원 종무원들과 불자들이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김형주 기자

불교계 한마음 “무사귀환” 기원

진도에서의 적극적인 구호활동과 함께 전국 사찰에선 ‘실종자 무사 생환 기도정진’에 들어갔다. 조계종 총무원은 17일 “긴박한 구조 활동을 함께하는 마음으로 오늘부터 전국 사찰에서 ‘진도 여객선 실종자 무사 생환’ 기도를 시작한다”고 천명했다.

이와 함께 조계종 종무원들은 18일 서울 조계사 일주문에 위치한 ‘생명평화 1000일 정진단’ 앞에서 정진기도를 올렸다. 전날인 17일부터 시작된 기도정진은 총무원 교역직 스님과 재가종무원 등이 자발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기도정진에 참석한 종무원들은 실종자의 무사 생환의 지극한 마음을 발원문에 담아 염원했다. 기도정진은 연등회전까지 매일 오후12시30분 생명평화 1000일 정진단 앞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역시 17일 애도문을 통해 “28개 회원 종단은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 여객선 침몰로 실종된 모든 이들의 무사 생환을 2000만 불자 모두는 한마음 한뜻으로 간절히 기도한다”고 서원했다. 아울러 “불의의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모든 희생자분들의 극락왕생을 빌며, 크나큰 슬픔에 있는 유가족 분들께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등도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각계 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실종자의 안전을 빌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18일 성명에서 “전국의 회원사찰을 통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의 극락왕생과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할 것”이라며 “정부 및 관계기관 또한 실종자들이 무사히 살아 돌아올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도 “지금도 바다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릴 어린 친구들의 떨림을 생각하면 발을 뻗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부디 1분 1초라도 빠르게 모두가 구조되길 바라며 전국 대학생 불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불교인권위원회도 “부처님을 섬기는 우리 불자들은 고인들의 극락왕생을 빌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도드리며, 모든 아픔을 함께 하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故 최혜정 교사 동국대 동문 ‘추모’

한편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로 희생된 고(故) 최혜정 안산 단원고 교사가 종립 동국대 출신으로 밝혀져 불교계가 슬퍼하고 있다. 최혜정 씨는 역사와 영어를 복수 전공했으며, 지난해 동국대 역사교육과를 수석 졸업하고 4학년 재학 당시 임용시험에 합격한 재원으로 밝혀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최 씨는 지난해 3월 안산 단원고로 발령받아 2학년 담임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최 씨의 사망 소식을 접한 동국대 역사교육과와 학생회는 17일 사범대학 1층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했다. 한승엽 역사교육과 학생회장은 “사고 현장에서 학생들을 인솔하다 희생된 선배님을 추모하기 위해 분향소를 설치했다”며 “재학 중 후배들이 모두 존경하는 선배셨다”고 전했다.

 

안산지역 불교계도 발 빠른 대응

특히 이번 참사의 주요 희생자들은 수학여행에 나섰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었다. 안산지역 불교계는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안산 보문선원(회주 보림스님)은 17일 지장재일법회를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특별법회로 봉행한데 이어 18일에는 겉절이김치를 만들어 단원고등학교에 전달했다. 단원고에는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일부 실종자 가족은 물론 학생과 학부모, 자원봉사자, 취재진 등 수백명이 몰려 있지만 밥에다가 컵라면 등 인스턴트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적십자사 긴급지원본부에 자원봉사단체로 등록한 보문선원 봉사단체인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는 17일 단원고에서 열린 저녁 촛불모임에 참가한데 이어 18일에는 배추 20포기 분량의 겉절이김치를 제공했다. 이어 21일에도 겉절이김치 등 더 많은 공양물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금자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단장은 “학교 현장 등 저희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한 보문선원 회주 보림스님 등 스님과 신도 7명은 종립학교인 동국대 역사교육과 출신인 고(故) 최혜정 단원고 교사의 분향소가 마련된 안산제일장례식장을 찾아 반야심경 봉독과 축원을 통해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보림스님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안산시는 도시 전체가 비통함에 빠져 있다”면서 “종교인으로서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는 상담 등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 조금이나도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산지역 스님들도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며 사고 피해자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동참하고 있다. 부곡종합사회복지관장 도선스님 등 지역 스님과 불자들은 단원고에서 열린 촛불모임에 참가해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부처님에게 간절히 기원했다.

[불교신문3004호/2014년4월23일자]

 

 

특별취재팀= 이성수 김하영 장영섭 박인탁 엄태규 &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