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후기선종-자연과 불성불이(佛性不二)

 

도가와 화엄사상 서로 융합

선승 문인간 문자교류 활발

후기선종의 독특한 수행 풍조가 된 성본천진 수연임운(性本天 隨緣任運)사상은 불성이 자연에 두루하지 않은 곳이 없다는 근거가 된다. 또 자신불을 가르키는 것으로 자성(본성)의 청정회귀 상징으로 자타불이(自他不二)의 또 다른 표현이 되며 송대 선법의 특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특히 화엄사상의 중도불이 수연불변(隨緣不變, 染而不染) 불변수연(不變隨緣, 不染而染用) 등으로 경전 속 많은 사상이 용해되면서 삼교일치와 도가사상이 가미돼 탄생한 자연과 불성불이(佛性不二) 개념이 독특한 송대 선법으로 자리잡는다.

부처님을 꾸짖고 조사를 야단치는 풍조 또한, 앞에서 언급 했듯이 후기선종 사상의 특징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물론 살불살조(殺佛殺祖)의미는 한 의미만 내포하지 않고, 타불타조(他佛他祖, 부처조사를 의지하고 자불·自佛 구하지 않음)에 대한 반어법 경책이며, 자불자조(自佛自祖)의 중요성에 대한 일깨움 의미도 있다.

한편 송대 선승과 문인들 간 문자교류가 만들어낸 새로운 선문화도 후기선종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이다. 소동파 시를 보면 “계곡 물소리는 부처님 장광설이며, 산색이 어찌 청정신이 아니겠는가?”라고 읊고 있다. 이는 ‘만약 불타 목소리를 듣기 원한다면 자연 소리를 관하라. 불타 목소리는 바로 인생생멸의 잔잔히 흐르는 물줄기와 같다. 불타 모습을 보고자 하는가? 푸른산과 운무가 바로 법신이며 자연 속 이치를 마음으로 통철하게 관조할 수 있다면, 아이들 울음소리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심지어 사람을 욕하고 때리는 소리조차 모두가 법문 아닌 것이 없으며, 각자(覺者)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것들이 바로 불타 장광설이 된다는 것이다. 오직 이 도리를 깊이 통찰해 깨달으면 당하에 부처를 친견할 수 있으며(夜八萬四千偈,他日如何似人), 시시각각으로 불타 설법을 들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장자> ‘제물론(齊物論)’에서는 “도의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피차가 없을 뿐더러 결정적 한계도 없고, 다르다는 입장에서 보면 간과 담이 초나라 월나라처럼 멀게 보일 것이며, 서로 같다는 입장에서 보면 만물이 모두 하나이며, 피차 같기 때문에 도는 하나로 통한다”고 했다.

또한 <장자> ‘추수(秋水)’편에서 더 개괄적으로 “도의 관점에서 보면 만물에 귀천이 없고(以道觀之, 物無貴賤), 만물과 내가 하나가 된다(萬物與我一)”라고 했다. 이것은 법신불사상과 유사점이 있으며 송대 선법에 일정부분 영향을 줬다.

‘수연불변 불변수연’ 사상은 송대 선법의 특징인 성본천진 수연임운(性本天 隨緣任運)하는 수행 형태에 직접 영향을 주었고, 지공(道濟)스님의 특출한 행장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지공은 항주 영은사에 출가해서 정자사에 오래 머물렀으며 늘상 헤어진 옷에 조롱박을 메고 다 떨어진 짚신을 신고 시정을 어슬렁거리며 아무 곳에서 자고먹는 등 일체 계행에 얽매이지 않고 술과 고기를 매우 좋아하였다. 약간은 미치광이 같은 행동을 일삼았으나 신출기몰한 행위로 사람들을 감화시켰다.

학식이 매우 뛰어났던 고승대덕으로 선종의 50조가 되며 양기파의 6조가 되기도 하며, 다량의 시를 짓고 <전봉어록(峰)>을 저술했다. <정자사지(淨慈寺志)> 기록에 뛰어난 의술 실력으로 많은 고질병을 고쳐주기도 했으며 권선징악 기아구제 역병구제 등 각종 기행이 다량으로 수록돼 있다. 현재 중국에서 그에 관한 각종 전설 기록이 소설 연속극 영화 경극 등 장르에서 회자되며 추모하고 있다.

지공스님의 이러한 기행은 수연방광(隨緣放曠, 자연에 임운하는) 선법을 대표하는 특징이 잘 나타낸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임성소요(任性逍遙) 유희인생(遊人生) 음주육식(酒食肉) 등 행위는 불교 대중화, 사회화의 한 단면이기도 하며, 송·원대 문학의 전형적 본보기라서 문학을 통해 만날 수 있으며, 송대 이후 삼교일치를 바탕으로 한 선법은 풍부한 문화적 유산을 남기면서 현재까지도 중국인들 일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불교신문2988호/2014년2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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