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서산> 전10권 완간 출판기념회 현장

신지견 작가, 7년간 대흥사에서 소설에만 ‘집중’

“유학을 정치 이데올로기로 내세워 척불(斥佛)을 합리화한 조선 중기의 사회는 생산적이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곧 저항을 불러들인 단초가 되었으며, 소설 <서산>에서는 그 점을 구체적으로 내세워 갈등의 플롯으로 삼고 있습니다.” 오늘(15일) 오후 문학의집서울. 대하역사소설 <서산> 전 10권 완간을 기념하는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범각스님은 이같이 말했다. 서산대사의 의발이 모셔진 유의처이자 대사의 유품이 소장돼 있는 해남 대흥사 주지 범각스님은, 오는 28일 서산대사 탄신 491주년을 앞두고 서산대사 성역화 사업 일환으로 7년에 걸친 대작불사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범각스님은 “소설 <서산>은 저항적 진정성의 상징인 서산대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서산대사가 누구이며, 그가 왜 우리시대에 필요한지를 묻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편소설 <탑 그늘로 지다>, <다비장 가는길>, <꽃들이 하나로 핀다>를 쓴 소설가 신지견씨가 저술한 이번 작품은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구조적 모순의 기원을 우리 역사에서 찾는가하면, 오늘의 현실을 역사의 거울에 투사하는 대하소설이다. <서산>은 그릇된 양반문화와 부패구조에 대항하는 분자적 탈주의 흐름을 그려냈다. 작가는 “임진 대전쟁에서 왜군에 맞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기득권 사대부들이 아니라 의병과 의승병을 포함한 민초들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성리학적 시각에서 의승군과 민초들의 전적이나 참여 사실을 무시하고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소설은 역사적 결과의 수용만이 아니라 과거의 탐색을 나타내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소설 <서산> 전10권.
작가는 “서산대사는 권력을 가졌거나 부를 가진 분은 아니었고, 경쟁을 부추긴 분은 더더욱 아니었다”며 “그러함에도 국가가 위기에 섰을 때 칼을 들고 일어서 우리들이 살고 있는 나라가 우리 모두의 국가임을 보여주었다. 이는 공동선을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피력했다. 신 작가는 또 출판기념법회에 예상밖 문학인들이 대거 몰리자, “잘 알려지지 않고 이름도 없는 작가가 이렇게 많이 격려해주고 축하해주셔서 참으로 감사하다”며 “이 작품이 나오기까지 뒤에서 도와주신 범각스님과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대선배님께도 감사드린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 소설 <서산>은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추천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총무원장 스님은 추천사에서 “서산대사께서는 배불이 가장 극심했던 조선조의 중종15년에 태어나 선종과 교종이 부활된 명종조에 시행한 도승시에 급제함으로써 선교양종판사로 계셨다”며 “그 때 피폐해진 선종과 교종을 하나로 묶어 선교불이(禪敎不二)의 존립기반을 조성하셨던 조선불교의 중흥조”라고 밝혔다. 총무원장 스님은 이어 “대사께서 뛰어난 교화력으로 조선건국 이래 고승들이 가장 많이 활약한 시대를 열었고, 그래서 오늘날 한국불교 교단의 대부분이 서산대사의 후손으로 이루어졌으며, 조선불교를 ‘서산불교(西山佛敎)’라고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소설 발간에 관해서도 총무원장 스님은 “대하소설 <서산> 발간을 계기로 국가적 차원에서 해남 대흥사의 서산대사 유의처 성역화 사업과 대사의 나라사랑 정신을 온 국민이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새로 세워 영구적으로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며 “우리 종단은 여기에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 <서산>과 관련, <조선왕조500년>을 쓴 작가 신봉승씨는 “도도한 문맥과 배짱있는 문장과 흐름이 어찌나 통렬하였던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며 “아마도 내가 읽은 고승전이나 불교소설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고 극찬했다.


책을 출간한 신현운 연인M&B 대표는 “10여년 전 신지견 선생과 만나서 역사소설 작업을 함께 하기로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완간하여 감회가 새롭다”며 “오늘 새벽에 출발하여 이 자리에 오신 대흥사 주지 범각스님 등 스님들이 7년여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시지 않았다만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범각스님에게 이 자리에서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 날 출판기념회는 개그맨 강일구씨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신현운 출판사 대표와 한음인드오케스트라 김희영 대표가 알토색소폰과 해금을 연주해 소설 완간의 축하의미를 더했다. 몽산스님, 여연스님, 화산스님 등 조계종 22교구본사 본말사 스님들 30여명도 축하의 자리를 함께 했다.


■ 서산대사는…
1520년 출생하여 1604년 1월 입적했다. 1552년(명종7) 승과에 급제하여 대선, 중덕을 거쳐 교종과 선종판사를 겸임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73세 노구로 왕명에 따라 팔도십육종도총섭이 되어 승병을 모집, 명나라 군대와 함세, 한양수복에 공을 세웠다. 1954년 유정스님에게 승병을 맡기고 묘향산 원적암에서 여생을 보냈다. 좌선견성을 중시하고 교(敎)를 선(禪)의 한 과정으로 보고 선종에 교종을 일원화시켰다. 문집으로는 <청허당집>이 있고, 편저에 <선교석> <선교결> <삼가귀감> <심법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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