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순례단 ‘광주정신을 묻다’ 좌담회…도법스님, 5월 공동체 정신 강조

지역과 세대, 이념 갈등을 대립과 분열된 우리사회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전국을 순례하고 있는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단이 순례 40일째인 지난 11일 광주를 찾았다.

지난 3월3일 제주에서 첫 발을 내딛은 화쟁순례단은 지난 40일 동안 제주 4ㆍ3사건, 여순사건, 거제 포로수용소 등 역사의 상흔이 남아있는 곳은 물론이고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 진주의료원 등 갈등의 현장을 찾았다. 지역 곳곳을 누비며 ‘대화합시다’, ‘함께 삽시다’라는 화쟁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현대사에서 아픈 역사의 현장인 광주에 도착했다.

화쟁순례단이 접한 5ㆍ18 민주화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인 문제였다. 5ㆍ18 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우리사회는 5ㆍ18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현재 ‘임을 위한 행진곡’의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곡 지정을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뜨겁기 때문이다.

기념곡 지정을 주장하는 측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당시의 아픔이 담겨 있는 노래이자 5ㆍ18을 상징하는 노래라는 입장이다. 지정을 반대하는 측은 노동ㆍ진보단체에서 민중의례 때 애국가 대신 불리는 노래라는 이유로 기념곡 지정을 반대하고 있다. 찬반이 팽팽히 맞서며 갈등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갈등 해소를 위해 화쟁순례단은 지난 11일 5ㆍ18기념재단 영상실에서 ‘화쟁순례단, 5월 광주정신을 묻다’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갈등의 원인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고 광주 5・18정신에서 우리사회 통합과 화합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좌담회에서 송선태 5ㆍ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교육사업, 문화예술사업, 연구조사 사업 등 5ㆍ18을 알리기 위한 기념재단의 활동에 대해 소개한 뒤, 5ㆍ18 민주화운동에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보수진영의 행태를 비판했다.

송선태 상임이사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5ㆍ18 상징하는 것으로 노래 한 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해달고 하는 요구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보수와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말문이 막히는 상황에서 기념사업이 전개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청중들이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종편채널과 보수 인터넷 사이트에서 5ㆍ18 희생자들과 피해자들을 종북으로 매도하고 5ㆍ18 정신을 훼손하는 상황에서 화쟁이 가능한지 물음을 던졌다.

이에 대해 화쟁순례 상임추진위원장 도법스님은 “광주 5・18정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스님은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혼란 속에서도 꽃피웠던 ‘5월 공동체 정신’에서 해답을 찾으며 5・18 정신의 미래지향적 계승을 강조했다.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보상에만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더 나가 5・18의 아픔을 잘 승화시켜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광주의 아픔도 치유되고 진정한 광주 5월 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튿날인 지난 12일 화쟁순례단은 광주 선덕사에서 광주 정신과 통일의 길을 모색하는 야단법석을 개최했다. 이날 야단법석에는 순례단을 비롯해 6・15 광주전남 본부, 광주전남 지역 NGO 활동가 등 30여 명이 참석해 우리사회 화합을 위한 5・18 정신의 계승 발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열띤 토론을 펼친 끝에 참가자들은 “민주화와 공동체 정신의 가치를 담고 있는 5・18 정신을 완성시킨다면 분단 문제를 극복하는 등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 뜻을 모으고 5・18 정신을 심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야단법석을 마친 순례단은 선덕사에서 광주역까지 순례를 마치고 원불교 광주교당으로 자리를 옮겨 종교 화합과 사회통합을 발원하는 위령제와 국민통합문화제를 봉행했다.

한편 광주전남 지역 순례를 마친 화쟁순례단은 지난 13일 제24교구본사 선운사에서 출발식을 갖고 고창과 부안, 군산으로 이어지는 전북지역 순례에 돌입한다. 전북순례에서 화쟁순례단은 동학농민혁명 유적지와 새만금, 군산 동국사와 미군기지, 익산 미륵사지 등을 찾아 화쟁의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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