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가는 날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 포교연구실 엮음 / 조계종출판사

한 해의 시작을 맞아 세배를 하며 복을 전하는 설 풍습이 있듯 사찰에도 독특한 새해풍속이 있다. 한국불교에만 있는 의식인 통알(通謁)법회이다. 통알은 불법승 삼보와 위계질서에 따라 ‘두루두루(通) 인사드린다(謁)’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족과 친지간에 인사를 나누며 안녕을 비는 의식이 세배라면, 통알법회는 삼보에 귀의하며 자신은 물론이고 모든 이들에게 자비와 깨달음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의식이다. 이처럼 불교에서 설은 새해를 뜻 깊고 바람직하게 열기 위한 종교적 방식의 재충전이라 할 수 있다.

사계절의 절기에 담긴 불교의 세시풍속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 나왔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이 엮어낸 <절에 가는 길>이다. 소중한 우리 전통문화로 뿌리 내리고 있는 불교풍습과 일상의례를 알기 쉽게 풀어 가르쳐 주고 있다.

한국의 세시풍속은 불교에 연원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강강술래는 탑돌이에서, 다리밟기는 냇물에 징검다리를 놓아 다른 사람들이 쉽게 건널 수 있게 하는 월천공덕(越川功德)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동짓날 절기음식인 팥죽을 대대적으로 쑤어 누구나 먹을 수 있도록 무차대회(無遮大會)를 열어 이웃들에게 나눠줬다.

사계절 절기에 담긴 불교풍습과 일상의례

“전통문화의 뿌리”

사월초파일 ‘호기놀이’ 깃대에 종이 붙여서

연등행사 재정 확보…고려시대부터 ‘성행’

지금은 생소하지만, 부처님오신날은 어린이의 명절이라 할 만큼 아이들이 주체가 된 놀이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호기(呼旗)놀이’를 소개했다. 이 놀이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 까지 성행했다. 봄이 오면 아이들이 깃대에 종이를 오려붙이고 물고기 가죽으로 북을 만들어 마을을 돌며 쌀과 베를 구해 연등행사에 쓰일 물건비용을 구했다고 전한다. 궁전 뜰에서 호기놀이를 구경한 공민왕이 아이들에게 베를 내주었다는 기록이 <고려사>에도 남아있다.

중국문화의 제사(祭祀)는 고기 등 좋은 음식을 많이 차려놓고 귀신에게 보이는 것을 의미하지만, 불교문화의 재(齋)는 부처님과 그 수행자들에게 올리는 공양을 의미한다. 후대 범위가 넓어지면서 포살과 같이 일정한 날을 정해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고, 신구의 3업을 청정히 다스려 악업을 짓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날을 재일이라고 한다.

사람으로 태어난 의미와 아이를 낳은 산모, 원만한 결혼생활을 위해 경전 속에 나타난 조언, 나이 듦을 축복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발원문도 담겨있다. 특히 불사음계와 불망어계는 부부간의 신뢰를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경전에서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또 주고받는 말이 아름다워야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착하게 말하는 것이 가장 최상이요, 사랑스럽게 말하고 거칠게 말하지 않는 것이 두 번째요, 진실한 말을 하고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 세 번째요, 법다운 말을 하고 법 아닌 말은 하지 않는 것이 네 번째다.”

고려시대부터 성행했던 어린이들의 호기놀이는 부처님오신날 즈음 연등행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일환으로 널리 퍼졌던 세시풍속이다. 사진은 오늘날 부처님오신날 연등회에 참석한 어린이들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책은 조계종 교수아사리로 한국ㆍ인도ㆍ중국ㆍ일본과 관련된 80여편의 학진등재지 논문과 20여권의 저서를 쓴 자현스님, 불교의례, 사하촌 등 생활전승불교를 대상으로 불교문화의 의미를 분석해온 구미래 불교민속학자, BBS ‘경전의 숲을 거닌다’, YTN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을 진행하는 등 북 칼럼리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미령 씨 등 세 필자들이 집필을 맡았다.

포교원장 지원스님은 머리말을 통해 “이 책은 한민족의 역동적인 삶 속에서 전승되어 온 불교 생활문화를 체계적으로 다뤄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 불자들이 ‘자연의 순환’과 ‘삶의 순환’ 속에서 불교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민중의 정서가 담긴 불교 세시풍속과 일생의례에 대해 한층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선조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기를 발원한다”고 밝혔다.

[불교신문2993호/2014년3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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