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세종시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불교계도 대응책 마련이 분주하다. 조계종은 지난 14일 총무원장 스님의 신년기자회견에서 ‘세종신도시 종단 사찰 건립과 총무원 분소 설치’ 계획을 밝혔다. 분소는 정부와 종단 간 행정 교류업무를 담당하며 사찰은 세종시 전법도량이다.

정부와 긴밀하게 논의해야할 업무가 많은 조계종단은 세종시에 어떤 형태로든 사무소를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다. 포교 차원에서도 지나칠 수없는 일이다. 중앙부처 공무원이 가장 많은 세종시는 포교 중심지역이다.

그런데 교계 일부에서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비판은 분소와 포교 거점 시설 두 가지 모두에 집중됐다. 분소에 대해서는 제2총무원 청사라는 의심을 갖고 비판했다. 포교 거점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 본사가 할 역할이지 중앙이 손댈 일이 아니라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총무원은 오해라며 고개를 저었다. 총무원 관계자는 “분소는 종단 정무기능에 한정하며, 사찰은 전적으로 전법도량 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총무원을 이전하는 타종단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말했다.

세종시는 지금은 행정수도 이지만 세월이 흘러 청와대와 국회 까지 내려가 미국의 워싱턴 DC 처럼 완전한 수도가 될 수 도 있다. 행정수도로 머문다 해도 서울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심장부 역할을 담당할 세종시에 종단 행정 업무를 대신할 분소를 설치하고 포교거점을 마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업무다.

비판은 이 당연한 업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제기하는 것이 옳다. 세종시에 분소가 아니라 제2 청사가 들어선다 해도 하등 이상할 것도 염려할 것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만큼 종단 차원의 일과 인력이 많다는 뜻이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현재 총무원 역량으로는 제2 청사 건립은 엄두도 못내는 일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2 청사 아니냐며 비판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세종시에 포교 거점을 마련하는 일은 더 환영할 불사다. 교구 본사가 스스로 나서면 더 할 나위 없지만 쉽지 않다. 충남 지역 두 개 본사가 있지만 어려운 형편에서 고군분투 하며 지역 포교를 담당하고 있다. 전국 차원의 세종시가 충남에 위치하고 있다 해서 지역 교구 소관 사항이라는 것은 적절치 않은 지적이다. 교구 본사가 할 일이라고 당장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더 큰 직무 유기다.

다만, 사전에 좀 더 협의하고 비판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으면 오해가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불교신문 2980호/2014년1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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