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사 주지 정호스님

 

정호스님은 무분별한 개발은 단호하게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융건릉과 용주사 일대를 훼손하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효문화공원으로 활용할 것을 오래 전부터 제안해왔다.

우란분절은 목련존자가 지옥에 빠진 어머니를 위해 대중에게 공양을 올린 데서 유래했다. 악행을 저지른 어머니지만, 효를 끝까지 실천하려는 목련존자의 효심은 지옥을 감동시켜 어머니를 구제하게 된다. 우란분절인 지난 8월21일 효행본찰 용주사를 찾아 주지 정호스님에게 효의 가치와 제2교구본사 용주사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수행이란 사유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이고

그 깨달음은 이 세상의 가치…

이웃의 행복과 나의 행복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아는 것

 

 

망가져 가는 청소년 인성

빨리 치유해야 하는데

영어 수학 공부로 되나?

 

외국의 석학들도

우리나라 최고의 자산을

전통적인 효사상이라고 꼽아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며

영가천도하는 원력이 제일

기도를 통해 덕을 쌓으면

그 힘으로 극락으로 가게 돼

 

정호스님이 용주사 주지로 부임한지 7년의 세월이 지났다. 출가 이후 선원에서 정진만 하던 수좌를 본사 행정수반인 주지로 추대한데 대해 많은 대중은 물음표를 찍었다. 사부대중과의 첫 만남에서 정호스님은 “어린이 청소년법회를 열고, 미래불교 포교를 하겠다”고 말했다. 스님의 다짐은 하나하나 실현됐다. 어린이법회 개설을 필두로 청소년을 위한 특화된 법회 프로그램 개발, 효의 가치를 중점으로 전달하는 템플스테이, 불자들을 위한 각종 경전반 개설 및 불교대학 활성화 등이 지난 7년간 이룬 성과다. 지난 4월에는 인근 부지를 매입해 어린이회관 건립 기공식을 봉행했다.

이런 활동의 중심 가치는 ‘효(孝)’다. 정호스님은 “효의 가치는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무형의 자산”이라며 “효를 회복하면 우리사회의 모든 문제가 일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란분절 법문에서도 스님은 이런 점을 강조했다.

“유교에서는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라, 몸은 부모님께 받은 것이라 이를 소중하게 하고, 나이가 들면 입신양명(立身揚名)을 통해 이름을 드날리는 것을 효라고 여겼지요. 그런데 불교는 효를 더 나아가서 보고 있어요. 유교는 현생의 삶에서 효도를 말하지만, 불교는 과거생부터 미래까지 윤회를 하는 인간의 존재를 바탕으로 효를 말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윤회를 극복할 것이냐. 수행을 통해 진리의 본체를 깨닫고 본래 즐거움과 괴로움이 없다는 것을 알고 집착을 떠나 윤회를 벗어나야 합니다. 그 길까지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효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부모님을 위해 기도를 올리고, 덕을 쌓아가는 것이지요.”

불교의 신앙을 정호스님은 크게 자력신앙과 타력신앙으로 나눴다. 자력이란 스스로가 수행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닦아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타력신앙은 기도에 의한 성취다. 정호스님은 “세상사는 괴로움이 많아 스스로 시간을 내서 수행을 하기에 어려운 현실이다. 아미타 부처님은 그런 중생을 위해 나무아미타불을 열 번만 부르면, 윤회의 늪에서 건져 극락에 이르게 하겠다고 하셨다”며 “기도를 통해 덕을 쌓으면 그 힘으로 차츰차츰 극락으로 나가게 된다. 기도 가운데서도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영가를 천도하는 원력이 제일이다”고 설명했다.

용주사는 효행본찰(孝行本刹)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효심이 깊은 정조대왕의 정신과 유적이 남은 사찰”이기 때문이다. 정호스님께 지난 7년간 활동에 대한 소회를 묻자 책자를 한권 건넸다. <정조 효문화역사공원 추진 건의서>다. 용주사 주변에 아파트를 개발하려는 LH공사의 개발논리에 반대하고, 효문화공원으로 개발해 우리나라의 효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융건릉과 용주사를 보존하자는 취지의 건의서다.

“우리가 무슨 권리로 역사문화유적을 훼손해 아파트를 짓는다는 말인가. 후손에게 전해줄 500년 역사를, 50년도 못돼 허물 아파트를 짓기 위해 모두 파괴할 권리가 우리한테 있는가 생각해 봐야지. 그 부지에 문화역사공원을 지으면 관광자원도 개발하고, 역사도 보존할 수 있는데 그런 것은 보지 않으려 하는 개발정책이 문제야. 국가는 국민의 행복을 제일의 가치로 삼아야 하는데, 그럴 자세가 돼 있느냐 묻지 않을 수 없어. 이 넓은 화성 땅에서 굳이 세계문화유산인 융건릉과 용주사 일대를 훼손하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이 땅을 그냥 보존하면 가장 좋겠지만, 토지보상 문제 등이 걸려 있으니, 효문화공원으로 개발하자는 것이지.”

정호스님은 1960년대 용주사 일대의 토지를 정부에서 수용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측근에게 불하했던 역사를 환기하며 “그때 강제로 수용한 용주사 인근 땅을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역사문화 유적지로 활용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또 “박정희 대통령이 불국사를 복원하고 경주의 역사문화유적을 개발해 현재의 경주로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러한 선친의 문화정신을 이어 용주사 일대를 보존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의 인성이 가장 망가져 있어. 이들을 빨리 치유해야 하는데, 영어, 수학 공부시킨다고 치유가 되나. 효를 체험하고 느끼도록 하는 교육이 가장 절실해. 외국의 석학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자산을 전통적인 효 사상이라고 꼽는데, 정작 우리는 그것을 버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형태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야.”

스님에게 효에 대해 물었다. “무엇이 효냐”는 질문에 대해 스님은 “부모님께서 낳아서 길러주시고, 가정을 이루도록 하고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걱정해 주신 것이 부모님의 은덕이다. 그 과정에서 자식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업을 지었나. 부모님들이 업의 고리를 끊고 극락으로 이르도록 발원하고 기도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실천이고, 효”라고 말했다.

정호스님은 출가 이후 줄곧 선원에서 정진만 했다. 처음 소임을 맡은 것이 교구본사인 용주사 주지다. 스님은 이에 대해 “모든 이웃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행위가 곧 자기의 행복이고 수행자가 수행을 하는 본질이다”고 말했다.

“수행이란 사유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인데, 그 깨달음은 이 세상의 가치야. 그 가치는 이웃의 행복과 나의 행복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지. 그래서 수행자는 항상 중생을 봉양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 생각하고 때가되면 실천해야 해.”

정호스님이 언론에 인터뷰를 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한사코 “다음에, 다음에”하며 사양해 취재를 미뤄왔다. “효역사문화공원을 해결하면 기쁜 마음으로 인터뷰도 했을 건데, 마음이 아직 무거워. 의식 있는 종단 지도자와 불자들이 모두 나서서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내야 하는데…. 역사에 죄를 짓고 살지는 말아야지.” 우문에 현답을 내려줬다.

 

정호스님은 …

 

부산 괴정동에서 태어난 스님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인천 용화선원에서 전강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75년 법주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하고, 2005년까지 용화선원, 망월사, 통도사 극락암, 봉암사, 금당, 수도암, 태안사, 화엄사, 대흥사, 정각사, 불국사에서 안거정진하고 지리산의 토굴에 머물던 중 2006년 용주사 주지로 추대됐다.

 

 

태안3지구

아파트 개발이냐

‘孝 역사문화공원’

조성이냐…

 

 

1998년 화성시 송산동 일원 118만8000㎡의 부지에 아파트 3800가구를 건설하는 계획을 LH공사가 세우면서 용주사와 정조대왕기념사업회, 융건릉봉양회 등과 지루한 대립이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는 융건릉과 용주사 사이에 건립돼 두 문화유적지를 인위적으로 끊게 된다. 더구나 개발지구에서 정조대왕 초장지와 만년제 등이 잇따라 발굴되면서 문화유적의 훼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LH공사 측은 토지수용비와 금융비용 등 2600억원이 이미 소요된 만큼, 다음 달부터 공사를 재차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용주사는 토지비용을 국가와 지자체에서 일정 부담해 LH공사의 손실을 보존하고, 그 부지에 효테마공원을 조성하자는 입장이다. 테마공원은 정조대왕의 기념유적지 조성과 예절을 교육할 효행교육관 건립, 전통 숙박시설 및 부대시설, 효행비석 숲길 조성, 조각공원 등을 통해 세계 유일의 효행공원으로 만들자는 것. 융건릉과 용주사와 연결된 테마공원으로 연간 수백만명의 관광객 유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불교신문2942호/2013년9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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