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에 탑 따라 돌고돌아

글 심재은 / 사진 박지윤파란자전거

구전형 옛날이야기 비롯해

불교와 관련된 내용 수록

조상들의 간절한 바람을 담은 탑과 종이 어떻게 지혜의 전승통로가 되는가를 밝힌 어린이용 도서 <옛날옛날 탑 따라 돌고돌아>(파란자전거)가 출간됐다. 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무너지지 않는 탑과 아름다운 소리를 잃지 않은 범종이 단순한 문화재의 영역을 넘어 조상의 땀과 삶과 지혜를 고스란히 전달해 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이 책은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은 어린이용으로 동화처럼 편성됐다. ‘옛날옛날에 고집쟁이 아들이 살았는데’라는 구전형 옛날이야기 방식을 통해 탑과 종에 얽힌 설화 속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이들 이야기는 마음 깊은 곳에 소원과 믿음을 가지고 탑을 쌓거나 찾고 종을 타종함으로써 불교를 깊이 신봉했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불교를 일으키려던 이차돈에서부터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한 에밀레종, 왕비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삼국 시대 최고의 절을 만들고자 했던 무왕이 탑 만드는 기술자들을 ‘박사’라 부르며 높은 대우를 해 준 결과 미륵사에는 처음으로 거대한 석탑이 세워졌다는, 우리나라가 석탑의 시효가 되는 과정도 풀어낸다.

탑은 선남선녀의 소원 성취와 밀접하게 맞물린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탑을 돌던 청년과 호랑이 처녀의 기막힌 사랑 이야기가 책 전반을 열어준다. 또 아무리 아름다운 황금종이라도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기에 가차 없이 강물에 빠뜨린 스님의 이야기를 통해 신라불교의 모든 탑과 종이 백성을 위한 것임도 밝혀준다.

이야기에는 반전도 있다. 부와 안락한 삶을 지키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고약하게 굴었던 부자가 가마니 한 장 때문에 폭삭 망하고, 자신의 나라를 망하게 할 이웃나라의 탑이었지만 정성들여 지었기에 세계 최대의 탑이 조성되는 과정도 담았다. 

백제의 왕과 왕비 앞에 나타난 삼존불 그림.

결국 탑과 종은 저마다 살아온 삶과 바람들을 모아 우뚝 세우고 마음을 담은 불심 결정체이다. 그렇게 세워진 탑과 마음을 담아 방방곳곳까지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통해 천년의 역사가 변함없이 전달되고 있다.

이 책은 그 시대 사람들의 정서와 역사를 담아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설화가 바탕이 되면서 옛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의 바람으로 이끄는 안내자이다. 역사에 가려진 뿌리를 밝혀주는 책은 역사에 주목하면서, 옛이야기로 조상들의 삶과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이 책은 옛이야기로 배우는 조상들의 삶과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그림으로 펴내는 <설화 속 우리 역사> 시리즈물 중 세 번째 이야기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탑과 종에 얽힌 설화를 찾아내어 역사 속 민중의 삶을 재조명하려는 저자는 삼국 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불교가 민중의 삶에서 종교 이상의 의미를 가졌음을 조명한다. 역사적으로 씨족공동체에서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불교가 끼친 공로가 주 테마이다.

탑을 만드는 큰 공사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이때 돌을 직접 깎고 다듬은 일을 담당한 백성들이 불교와의 깊은 연관성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들여 탑과 종을 조성해 가는 10여 곳의 설화도 있다. 이를 통해 불교 전래, 탑과 종의 종류와 만드는 법, 탑에 얽힌 전통문화, 탑과 종을 둘러싼 과학적 지식과 지혜가 책을 통해 가득 전해진다. 더구나 정보 면에서 보다 충실한 책은 각 장 마지막에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탑과 종의 사진을 곁들여 직접 현장을 보도록 편성했다.

이 책은 ‘목숨 바쳐 일으킨 불교-공양탑 이야기’부터, ‘연못 위에 세운 탑-미륵사지 석탑 이야기’, ‘호랑이 처녀의 사랑-호원사 탑 이야기’ ‘헌 가마니 한 장-송림사 5층 전탑 이야기’ 등을 넘어 ‘삼국 통일의 힘-황룡사 9층 목탑 이야기’로 이어진다. 세부적으로는 ‘ 석가탑과 다보탑’ ‘보신각종’ ‘목탑, 전탑’ ‘미륵사지 석탑’ ‘탑돌이와 남매탑’ ‘범종과 송림사 5층 전탑’ ‘ 강물에 스스로 가라앉은 종, 황룡사’ 등을 다뤘다.

[불교신문2937호/2013년8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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