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8회 한일청소년국제교류

韓…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

日…아시아불교도협회

일본 기모노를 입은 한국 청소년과 일본 청소년들.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일본 규슈 나가사키현과 사가현 일대에서 문화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양국 청소년 30여 명 참가해

홈스테이ㆍ문화체험하며

서로 이해하는 기회 마련

 

원자폭탄 평화기념공원 찾아

세계평화를 위한 한일간

공동의 노력에도 ‘공감’

 

세계의 평화를 위해

한일관계는 매우 중요

과거 일본은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 큰 슬픔 줬다

 

양국 청소년간 만남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성인이 되어 평화에 기여하는

부처님 제자로 성장하기를…

제8회 한일청소년교류대회는 한일청소년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 위는 지난 2일 나가사키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는 청소년들.

한국과 일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화교류행사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일본 나가사키(長崎)와 사가(佐賀)현 일대에서 열렸다.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회장 정여스님)와 일본 아시아불교도협회(ABA, 회장 이바라기조끼스님)가 지난 2004년부터 ‘청소년을 위한 미래프로젝트’를 내걸고 양국을 오가며 개최하는 ‘한일청소년문화교류’는 올해 수도권 청소년 20여 명이 참가해 템플스테이와 홈스테이를 진행하며 양국 청소년간 우정을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지난 2일, 나가사키현에 위치한 묘호지(妙法寺) 분원에 한국과 일본 청소년 30여 명이 모였다. 그중 몇몇은 지난해 한국에서 만난 기억을 되살리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올해로 8회를 맞은 한일청소년교류행사는 행사의 원만한 진행을 기원하는 양국스님들의 축원에 이어 입재식 순으로 진행됐다.

“독도 문제, 동아시아 축구대회에서 응원단의 문제 등 한국과 일본간에 갈등이 여전히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평화를 위해 한일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과거 일본은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 큰 슬픔을 줬습니다. 이를 진심으로 반성해야 합니다. 오늘의 자리는 양국 청소년간 만남과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성인이 되어 평화에 기여하는 부처님 제자로 성장하기를 위해 마련됐습니다.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기 바랍니다.” 

지난 3일 협동심을 기르는 카누조정을 하며 수상레포츠를 하는 모습.

법화종 총본산 묘호지 관장 우시노잇슈(牛尾日秀)스님의 인사말에 이어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 상임이사 법경스님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법경스님은 “한국과 일본은 매우 중요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이번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3일에는 나가사키 시내 관람 시간이 진행됐다. 메이지유신 당시 외국인들이 나가사키를 통해 입국,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었다. 항구도시의 특성을 지니면서, 조선소를 비롯한 각종 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이에 일제시대 우리나라에서 강제징용된 7만여 노동자가 나가사키에 거주하고 있었다. 1945년 8월9일 오전 11시 원자폭탄이 투하됐다. 이로인해 조선인 3만명을 포함해 15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나가사키 시내 중심에 위치한 평화기념공원. 과거 형무소가 있던 곳으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인근 지점이기도 하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에 이어 우시노잇슈 스님의 소참법문이 이어졌다.

“우리는 평화를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전쟁은 인간이 만든 가장 큰 참사입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바로 평화입니다. 진정한 평화는 서로를 이해하는데서 시작합니다. 그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원폭피해 사진과 물건들이 전시된 박물관을 관람하는 동안 청소년들은 침묵했다. “내가 당해도 좋은 것은 남에게 해도 좋지만, 내가 당해서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는 우시노 스님의 말이 청소년들에게 전달됐다. 평화기념공원 밖에 놓인 작은 추모비가 한국인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추모비는 원폭으로 인한 한국인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시민들이 돈을 모아 마련한 것. 학생들은 저마다 추모비 앞에서 묵념에 들었다.

주요 평화시설을 둘러본 후 청소년들이 도착한 곳은 해양청소년체험관. 스님들과 지도자, 학생들은 2개 조로 나눠 일본식 카누를 타고 북소리에 맞춰 노를 저었다. 노 젖는 방법에 익숙해지자 즉석에서 시합이 펼쳐졌다. 법경스님과 우시노 스님이 각각 지휘한 카누가 1:1 무승부를 이뤘다. 

나가사키 시내 평화기념박물관에서 원폭피해 관련 자료를 관람하는 양국 청소년들.

이날 오후, 청소년들이 가장 기다리던 홈스테이가 진행됐다. 각각 짝을 이룬 한국과 일본의 학생들은 3일간 일본 가정에 머물면서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현태(동대부중 3년) 군은 “일본인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준 소바를 먹었다. 집이 작고 아기자기 하게 꾸며져 있는 점이 신기하다”며 “일본 문화를 직접 체험하게 돼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오다마리(大田麻里) 씨는 “친구들이 집을 찾은 적은 있지만, 한국인을 맞은 것은 처음이다. 같이 텃밭을 정리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학생들이 순수하다는 생각이 든다. 즐거운 기억이었다”고 전했다.

5일, 홈스테이를 마친 학생들이 나가사키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사가현 내 법화종 본산 묘호지에 도착했다. 묘호지는 온천과 템플스테이 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학생들이 머물면서 불교문화를 체험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짧은 홈스테이 기간이지만, 학생들은 그 사이 간단한 일본어를 익혀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묘호지에서는 일본 전통 시를 짓고, 기모노를 입는 등 일본 문화를 체험하며 우정의 시간을 이었다.

회향식이 열린 지난 6일 오전 8시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시간이다. 히로시마에 거주하는 ABA 이사 후지지에이(藤井義英)스님은 “원자폭탄으로 인해 히로시마에서만 15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 가운데 한국인 피해자도 4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는 이날을 통해 평화의 중요성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고 “평화는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학생들이 장차 성장해 한국과 일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내년은 한일청소년교류 10년이 되는 해 이면서, 일본 종전 70주년이 되는 해다. 이때를 기해 한일 불교계가 의미있는 행사를 함께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의사를 전했다.

아쉬운 귀국길에 앞서 청소년들은 사찰, 난조인(南藏院)을 찾았다. 석탄 채굴장으로 강제징용을 가는 조선인들을 향해 당시 주지스님이 음식과 옷 등을 나눠주며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말고 잘 견디기 바란다. 혹시 도망을 치거든 이곳으로 와라. 내 목숨을 받쳐서라도 보호해 주겠다”며 격려했다는 사찰이다. 1990년대 후반 당시 일화가 영화로 제작돼 일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주지스님으로부터 당시 일화를 전해듣던 몇몇 학생들이 서로 손을 꼬옥 잡았다.

 “부처님 가르침 바탕으로 평화와 인류애 가득하길”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 상임이사 법경스님과 일본 아시아불교도협회 이사 우시노스님.

법경스님

동남아 불교국가 공동방문

청소년 자원봉사 활동 제시

우시노스님

미래 아시아지도자 육성위한

공동 프로젝트 추진하자

“한일간에는 여러 정치적인 갈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민족을 뛰어넘는 같은 불교도입니다. 부처님은 세상의 평화와 인류애로써 모든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전해주셨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 서로를 사랑하는 불심이 다이아몬드처럼 강하고 밝게 빛나기를 바랍니다.”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 상임이사 법경스님과 일본 ABA 우시노잇쇼스님은 한 목소리로 “세계 평화를 위한 한일 불교계의 역할”을 강조했다. 9년간 교류를 진행하면서 성과도 많았다는 평가다. 법경스님은 “수 년전 행사에 참가했던 인연으로 일본에 유학온 청년들이 몇몇 있다. 올해 통역을 맡은 한국 청소년도 본 교류에 참가하면서 일본어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고 전하고 “내년 10주년을 맞아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우시노잇쇼스님은 “한일간 갈등을 화해와 협력으로 이끌기 위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청소년들에게 전해줘야 한다”며 “앞으로 한일청소년교류가 미래 아시아 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제시하길 바란다”고 양국 지도자의 노력을 당부했다.

양국 스님은 또 동남아시아 불교국가 지원을 위해 상호 협력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우시노잇쇼스님은 “현재 ABA에서는 미얀마에 학교와 병원 건립, 식수정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화학약품 등에 오염된 식수로 인해 많은 미얀마의 주민들이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며 “불교는 국가와 민족에 관계없이 모든 생명의 평화를 가르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저개발국가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법경스님은 “파라미타에서 매년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봉사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를 찾은 바 있다”고 설명하고 “향후 논의를 통해 ABA가 운영중인 미얀마 시설을 파라미타회원들이 방문, 국제봉사 활동을 계획하겠다”고 말하자 우시노잇쇼스님은 “양국 청소년들이 같이 미얀마에 모여 봉사를 하면 더욱 의미가 클 것 같다”며 “좋은 기회를 같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양국 청소년교류는 2004년부터 매년 여름방학을 맞아 양국을 오가며 진행되고 있다. 2008년 사스로 인해 한차례 중단돼 올해로 8회를 맞았다.

[불교신문2937호/2013년8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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