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호수

                                                                강현덕

 


수면이 숨 고르는 이 잠시 동안만은

저 산은 떨지 않고

나무는 숨을 참고

물뱀은 매끄런 등을 한 번 더 감지 않네

 

산 넘던 붉은 해는 주춤, 주춤하고

길들도 가지 않네

나는 웃지 않네

 

당신이 숨 고르고 있는 이 잠시 동안만은

호수의 수면을 본 적이 있었지요. 미동이 없어서 거울 같았지요. 고르고 판판했지요. 호수에는 그 누군가가 살고 있어서 그의 의지가 저 수면을 보존하고 변함없이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고도 생각했지요. 산도 나무도 물뱀도 움직임을 체념한 상태. 해도 길도 사람도 정지한 상태. 그것은 어떤 지극한 평화와 조용함이 사는 처소 같았지요. 멎고 그친 상태였지요.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바깥은 변하니 이 멈춘 상태는 오래가지 않아 흔들리고, 무너지고, 벗어나고, 세차게 일어나게 되겠지요.

시인은 그 고요한 호수의 수면을 “숨 고르고 있는 이 잠시 동안”이라고 말하고 있지요. 호흡도 마음도 반반하고 고르게 있는 짧은 시간, 그것을 호면(湖面)에 빗대고 있지요. 말하자면 선정(禪定)의 상태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불교신문2937호/2013년8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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