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15년 종교인 세금 부과’ 발표

세부 기준없고 현실과 괴리는 문제점

종교인 과세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 조계종이 2015년부터 종교인에게도 소득세를 과세하겠다는 8일 정부 발표에 찬성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종교인에게 어떻게 세금을 걷을 지에 대한 별도규정 없이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종단은 종교인 과세 논의단계부터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과세정책 발표에 앞서 이미 내년부터 총무원 등 중앙종무기관에 종사하는 스님들을 대상으로 소득세 납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총무원 기획실장 주경스님은 “노동자이든 아니든 정기적으로 부여되는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과세에 찬성하며 “종교인도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국민정서에 부응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런 기조 속에 종단도 내년부터 중앙종무기관 스님들이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효율적인 과세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불교적 특성을 고려한 과세기준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로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종교인 과세는 기타소득의 일종인 ‘사례금’으로 과세된다. 과세대상은 종교단체에서 정기적으로 받는 금액이다. 만약 매월 100만원의 사례금을 받는다면, 80만원은 필요한 경비로 제하고 20만원에 대해 20%의 세금을 부과한다. 사례금 총액의 4%정도, 즉 4만원의 세금이 원천징수된다. 납세하면 5월 종합소득신고에서 소득공제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불교 특성을 고려했을 때 세무행정을 처리하는 게 쉽지 않다. 목사나 신부 등 타종교 성직자들과 달리 스님들은 매월 정기적으로 보시금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 중앙종무기관을 비롯해 교구 본.말사에서 소임을 맡고 있는 스님은 대략 2800여명이다. 나머지 소임이 없는 스님이나 수좌 스님들은 간헐적으로 보시금을 받는다. 보시금 액수도 100만원 안팎이 일반적이라 세수효과도 크지 않다. 소규모 말사 소임자는 물론 교구본사 국장 스님의 경우 보시금이 낮은데다가 1년 사이에 자주 교체돼 세무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 언론에서는 기재부의 이번 발표가 일부 고소득 목회자를 배려한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고소득 종교인의 경우 근로소득세보다 적은 세율로 세금을 내고 환급받을 수 있는 반면, 저소득 종교인은 같은 소득의 근로자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계종이 종교별 사정을 감안한 과세기준과 시행령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정부가 제대로 된 과세기준을 발표하지 못하다 보니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종단은 2015년 1월1일 시행을 앞두고 1년여의 유예기간 동안 기획재정부 측에 불교계 특성을 고려한 적절한 과세기준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불교신문2936호/2013년8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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