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단 혼란의 메커니즘 <下> - 권력개입

검찰, 법원, 정보기관 등

국가기관이 종단문제에

간섭하는 현상에는

‘국가권력 의존증’이 한 몫

 

종단문제를 사회로 끌고 나가

국가권력이 종단 내부에

개입할 수 있는 구실 마련

 

일부 스님들, 개인 이익 위해

사회법에 제소해

불교위상 추락시켜

 

종교특성을 이해 못한 채

내린 결정은 자주성 침해하고

갈등 부추기는 원인 돼

 

불자들은 자존감 잃었고

신도 이탈 결과 낳아

 

종단에서 일어난 일은

종단 안에서 해결해야

사직당국도 종단 결정을

존중하는 노력 ‘필요’

종단이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되짚어보면, ‘일단 흔들고 보자’는 한 두 명의 부추김에서 시작돼 원색적인 언론보도로 일파만파 확대되는 패턴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게 검찰, 법원, 정보기관 등 국가권력의 개입이다. 국가권력이 종단문제에 간섭하는 데는 일부의 ‘국가권력 의존증’이 한 몫 했다. 종단 문제를 사회로 끌고나가 국가권력이 종단 내부에 개입할 수 있는 구실을 마련한 것이다. 최근 근거 없이 종단 주요 스님들의 도박설을 유포한 장주스님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도박을 했다고 검찰에 자수한 장주스님은 자수서에 특정 스님을 지목해, 검찰에 조사할 빌미를 제공했다. 원로의원 스님의 승적문제를 제기해 논란을 일으켰던 법주사 설조스님도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자 사직당국에 직접 의뢰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2007년 ‘신정아 사건’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정아 씨의 학력위조가 발단이 됐던 이 사건의 최초 의혹은 불교계 내부에서 제기됐다. 검찰이 조사를 착수하면서 사건은 확대됐고, 검찰이 흘린 내용을 언론이 사실 확인 없이 받아쓰면서 개인의 학력위조를 넘어 고위 공직자의 직권남용과 불교계 국고지원 사업 자체가 부정이 있는 것처럼 왜곡 증폭됐다.

종단문제를 사회로 확대시키는 행위는 정화운동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처측은 비구측 결정에 불만을 품고 소송을 제기했다. 비구와 대처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절, 법원의 판결에 따라 종단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사직당국에 대한 스님의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검찰, 정보기관과의 친분이 곧 권력으로 여겨지게 됐다.

일부 스님들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종단문제를 사회법에 제소하면서 파급은 더 커졌다. 가장 두드러진 게 불교 위상의 추락이다. 검찰이나 경찰에 내부 문제를 고발하면서, 불교계 이전투구가 사법기관에 알려지는 것이 불가피했다. 이는 정부기관의 불교 무시로 이어졌다. 삼보정재의 유실도 피할 수 없었다. 소송으로 확대되면서 사찰의 재산을 소송비용으로 탕진하는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법기구가 종단 내부에 간여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은 것도 아니다. 종교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내린 결정은 오히려 종단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 1999년 총무원장 고산스님의 자격에 대한 사법부 오판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총무원장 선출과 관련해 ‘정화개혁회의’와 극한 대립에 치닫던 종단은 분규를 정리하고 1998년 12월 29대 총무원장에 고산스님을 선출했다. 하지만 서울지법 민사42부는 1999년 10월1일 ‘정화개혁회의’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고산스님이 총무원장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오랜 내홍 끝에 종단 정상화에 노력했던 스님과 불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판결이었다. 이로 인해 종단 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종단 자주성을 훼손한 판결이라고 규탄하는 가운데, 정화개혁회의가 사법부 판결을 내세워 종권을 차지하겠다고 나서면서 분란이 가중됐다.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종단은 결국 총무원장 선거를 다시 치른 후에야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정부의 개입은 5년 뒤에도 반복됐다. 사찰 토지 수용금 무단 사용과 종단 승인 없이 장례식장 건축을 시도한 것으로 징계를 받은 부산 선암사 주지가 부산지방법원에 낸 ‘징계처분 등 효력정지 및 주지 임명절차 이행금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국가기관이 종단의 징계문제에까지 간섭한 것을 두고 종단의 반발은 거셌다. 종단의 종헌종법에 따라 내린 결정에 반하는 판결로 교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듬해 중앙지법에서 기각되면서 일단락 됐지만, 사법부의 부적절한 판결이 분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이처럼 사법기구나 정보기관이 종단 문제에 개입했던 사건들의 결말은 씁쓸했다. 종단 문제를 사회법으로 끌고 가는 무분별한 행위가 국가권력이 종단 내부에 개입할 수 있는 빌미로 작용했다. 검찰이나 정보기관은 불교 내부 문제를 쥐고 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용하는 게 가능해졌다. 종단 내에서 해결될 수 있는 일들이 사회적으로 확대되면서 종단 자주성은 훼손됐고 불교 위상도 추락됐다.

때로는 언론을 통해 확대되면서 불교 전체가 부도덕적인 집단으로 매도됐다. 불자들은 자존감을 잃었고, 신도 이탈로 결론 맺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1994년 개혁회의에서는 사회법에 제소하는 행위에 대해 제적 이상의 징계에 처하는 법까지 만들었다. 그럼에도 일부 스님들은 여전히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검찰에 종단문제를 들고 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호계원장 일면스님은 종단에서 일어난 일은 종단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법에 제소하는 게 스님 개인에게는 이익이 될지 몰라도 불교 위상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출가자답게 불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스님은 사법기구의 판결이 명징하지 못하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인지하며 “호계위원의 한 사람으로 호계원 스님들도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부처님 사상에 입각해 바른 판단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직당국이 종단의 결정을 존중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교분리 원칙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종교라는 특수함을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 잣대만 적용하다보면, 종단 여론과 맞지 않는 결론이 내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세속의 논리에 따른 결정과 판단이 오히려 종단분란의 불씨가 된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2929호/2013년7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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