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가르침 압축된 의식문

‘오분향례’는 청정한 마음 일으켜

보시하며 살겠다는 서원의 뜻

불교를 어떻게 하면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예불문’ 대로 공부하라고 답한다. 예불문은 그 자체가 불교역사다. 또 불교의 시작이기도 하다. 절에서 새벽에 눈을 뜨면 세수도 하지 않고, 법당으로 올라가 부처님께 예불을 올린다.

예불은 넓은 의미로 도량송과 범종을 치면서 읊는 예불, 예경을 말한다. 예경은 아침 헌다인 다게와 오분향례, 예경문 등으로 구분되는데, 일반적으로 대중법회에서는 〈오분향례〉를 진행한다. 첫 시작은 집전자만 올린다. 그 시작은 다음과 같다.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광명운대 주변법계 공양시방 무량불법승 헌향진언 ‘옴 바라 도비야 훔’(戒香 定香 慧香 解脫香 解脫知見香 光明雲臺 周偏法界 供養十方 無量佛法 僧 獻香眞言)

향은 모든 공양물의 으뜸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향의 종류는 다섯가지다. 바로 계정혜 삼학을 닦아 마음의 해탈을 이루라는 무형의 향이다. 〈육조단경〉에서는 오분향에 대해 마음속의 탐냄과 질투, 악한 생각을 없애는 것이 계향이며, 악의 경계나 형상에 마음의 흔들림이 없는 것이 정향, 걸림없는 지혜로서 외롭고 가난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 혜향, 선악을 떠나 무애자재한 마음이 해탈향이라 하며, 깨달음을 얻어 참 성품이 변하지 않는 것을 해탈지견향이라고 한다.

계향의 계(戒)는 불자로서 지키고 살아가야 할 삶의 원리다. 가장 기본이 되는 오계는 불살생이다. 살생은 마음에서 자비의 씨앗을 썩게 만든다. 불투도, 남의 것을 탐하는 마음은 복의 종자를 끊는다. 보시를 통해 복덕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또 사음은 청정한 종자를 끊으며, 망어는 진실함의 근본을 잃어버리게 하고, 음주는 지혜의 종자를 끊는다. 불자들은 예불을 통해 계율을 지키며 청정하고 베풀고, 진실하게 살겠다는 발원을 함으로써 하루를 시작한다.

가정에서 아침에 예불을 드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예불은 부처님께 올리는 인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나의 하루를 시작하면서, 하루를 어떻게 살 것인가를 다짐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실천방법을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찾는 것이 불자다. 법회에서 스님의 집전소리에 맞춰 오계를 지키겠다는 서원으로 예불은 시작된다.

이어 정향, 선정(禪定)의 향이다. 계율을 잘 지키면서 염불과 참선, 절 수행을 꾸준히 하면서 마음의 고요함을 이루겠다는 서원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 수행법도 마찬가지로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수행법이 있으며, 때때로 다른 수행법을 겸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수행을 하면 호수와 같던 마음이 바다와 같아져서 작은 변화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갖게 된다. 정향에 가르침이 있다.

혜향은 지혜를 상징하며 팔정도의 가르침으로 본다면 정견(正見), 정사유(正思惟)를 의미한다. 바른 견해와 사고를 가져야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있다. 해탈향은 윤회에서 벗어난 깨달음의 세계를 의미하고, 해탈지견향 다른 사람을 위해 깨달음을 펼치겠다는 서원을 담고 있다. 즉, 대승불교가 강조하는 회향의 정신을 담은 향이 해탈지견향이다.

장마철, 광명이 구름을 뚫고 나오는 모습은 마치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명에 쌓인 우리의 마음에 비치는 태양과 같다. 그 장엄한 모습을 ‘광명운대 주변 법계’로 표현했다. 법계란 우리가 사는 세계, 허공계, 그리고 삼천대천세계 모두를 의미한다. 그 모든 세계에 계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마음이 예불문에 담겨 있다.

우리는 보통 사방을 일컫어 동서남북을 말한다. 불교의 세계관은 보다 입체적이다. 여기에다가 동북, 동남, 서남, 서북, 그리고 위 아래를 합쳐 세계를 말한다. 그래서 시방(十方)세계라 일컫는다. 또 지옥(地獄), 아귀(餓鬼), 축생(畜生), 수라(修羅), 인간(人間), 천상(天上), 성문(聲聞), 연각(緣覺), 보살(菩薩), 불(佛)의 10세계를 말하기도 한다.

[불교신문2931호/2013년7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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