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20년 후를 생각한다
⑦장례문화 의식 바꿔야 한다

① 통일이후 북한 포교대책

② 국가 정책,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③ 복지국가 한국에서 뒤쳐진 불교복지

④ 농촌 인구 감소, 신도가 없다

⑤ 청소년 포교의 대안 ‘과연 없는가’

⑥ 구호뿐인 인재육성, 이렇게 하자

⑦ 장례문화, 장년층 포교의 핵심

⑧ 한국불교 세계화의 과제

미사와 유교식 절충

의제 등 도입이후

천주교식 제사 ‘급증’

 

경동교회, 향 피우고 절하며

장례문화 도입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데

 

1시간이상 시달림에

스님은 집전에 몰두하고

유족은 조문객 사이 혼란

 

꼭 해야 할 의식과

개선할 수 있는 부분 정리

현대식 49재 의식도 필요

인생을 살면서 ‘나’가 중심이 된 행사를 일반적으로 세 번 치른다. 첫째는 돌잔치며, 둘째는 결혼식이다. 그리고 이생을 마감하는 장례의식이 있다. 장례는 특히 종교와도 밀접하게 연결되며 의식문화로 발전해 왔다. 불자들은 일반적으로 49재를 지낸다. 사후 시달림 의식을 시작으로 입관, 화장(매장) 때 스님을 찾게 되며, 매 7일마다 천도를 기원하며 49재를 연다. 부처님오신날 이외에 별다른 수입구조가 없는 사찰 입장에서 ‘재’는 재정확보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의식이 됐다. 그런데 20년이 지나면 지금같이 49재를 위해 사찰을 찾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 것이라는 예측이다. 왜 일까?

 

경기도 수원에 사는 이 모(73세)씨는 독실한 불자였다. 두 자녀를 어릴 때부터 학생회에 보내고, 초하루면 직장을 휴가 내며 절에서 기도를 올렸다. 그러던 이 모 씨가 7년 전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이유는 “나도 저 친구처럼 장엄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단 하나였다. “가톨릭에서도 제사를 허용한다”는 게 큰 영향을 미쳤고 “또 바른 삶을 살라는 가르침은 같다”며 “많은 신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치러지는 장례의식과 달리, 의미도 모른 채 목탁과 요령소리에 맞춰 2시간 동안 앉아만 있어야 하는 49재 의식은 점점 대중에게 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종교문화연구소가 발표한 ‘다종교상황에 따른 제사의 현대화 모색’에서도 재 문화 변화에 대해 우려를 엿볼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제사의 필요성에 대한 설문에서 2000년 87.6%가 당위성을 공감했는데, 2012년 조사에서는 63%로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 제사 주관자도 장남이 해야 한다는 응답이 88%에서 65.4%로 변했다. 흥미로운 점 가운데 하나는 과거 유교식이던 제사 문화가 유교 78.3%, 개신교식 16%, 천주교와 불교가 각각 2.7%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연구소는 이 보고서에서 “천주교는 2012년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예식>을 만들어 미사와 유교식 제사가 절충된 의제를 보급하고 있어, 조사 이후 천주교식 제사를 지내는 가정이 급격히 느는 추세”라고 전했다.

조상신을 인정하지 않는 개신교지만, 제사 문화가 선교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는 추세다. 가장 대표적으로 서울 경동교회는 향을 피우고 절을 하는 의식을 허용(성도의 교통이라는 이유)하며 장례문화를 끌어들이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많은 교단에서는 제사를 추모예배라는 형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타종교에서는 교리를 재해석하면서까지 ‘장례 선교’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반면, 불교는 내려오는 관습대로 ‘감동 없는’ 장례의식을 고집만 할 것인가. 불교의식의 제일 큰 문제는 “장례식장에서 스님은 곁가지”라는데 있다. 즉 유족을 대상으로 장례의식을 주도하는 위치가 아니라 한쪽 구석에서 경전을 읽고 시달림을 할 때, 유족은 이와 무관하게 하객들을 받는 것이 현재 불교장례의 모습이다. 그렇다고 유족을 탓할 수는 없다. 하객들을 무작정 기다리게 하고, 1시간 넘게 걸리는 시달림 기도에 동참하기는 곤란하다.

대부분 장례의식은 유교적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불교의 장례의식을 잃고, 보조적 역할에 머물렀다. 최근 모친상을 치른 유 모씨(53세, 수원 광교동)는 “어머님이 불자여서 스님을 모셨는데, 여러번 망설이다가 모시기로 결정했다. 스님이 없다고 의식이 진행되지 못하는 점은 특별히 없다”고 지적하고 “반드시 모셔야 할 의식이 있다면 갈등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49재, 천도재의 변화도 필요하다. 충남의 한 스님은 “49재는 영가를 위한 천도의식 중심으로 진행된다. 유족의 마음을 배려하는 내용이나 유족이 재에 참여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현대인에 맞는 의식 개발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고 전했다.

의식의 변화는 경전의 한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용의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조계종 어장 동주스님은 “일반인들이 49재의 의미도 모른채 몇 시간 앉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대가 지날수록 당연히 참가율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종교적 신비감을 유지할 내용과 꼭 해야할 의식, 하지 않아도 될 부분을 정리해 현대식 49재 의식을 만들 필요가 높다. 또 20분간 법문 시간을 갖고 천도재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전통의식의 보존이란 것도 참여자가 많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의식변화라는 측면에서 종단에서 기구를 설치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런 방법은 어떤가

그럼 어떤 내용들이 연구돼야 할까. 예를 들어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많은 사람들은 “생각만 하고 못해드렸던 소소한 일이 기억에 떠올라 가장 괴롭다”고 말한다. 이런 기억을 담은 편지를 써오도록 해서 여법한 도구에 담아 소지 의식을 갖는 등 다양한 의식을 마련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운구 이운식 전에 가종과 친지들을 중심으로 모여 있을 때, 축원을 포함해 15분 내외의 법회를 진행하거나, 관 위에 ‘나무아미타불’을 적은 천을 스님이 직접 덮어주는 방법 등 다양한 장례의식 개발도 고려해 볼만 하다.

헌공 의식에 사용되는 물품을 유가족이 각각 하나씩 올리도록 하는 방법도 좋다. 유가족의 마음을 위로하며, 의식에 참여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마련한다면 49재의 의미와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의식 변화는 개인이나 단체가 주도할 수 없다. 종교적 의미가 크기 때문에 종단에서 공식적인 기구를 구성해 연구하고 보급해야 한다. 특히 장례절차, 49재 의식은 ‘표준 모델’이 제시될 필요성이 높다.

현대인의 의식변화를 이해하고, 이들의 마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장례의식 개발이 절실하다. 특히 ‘부모님의 죽음’은 유족들의 의식을 한순간에 변화시키는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이들을 위로하고, 바른 가르침으로 이끌 대안은 ‘감동적인 장례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21세기 불교형 장례문화의식’을 만드는 일은 사찰 경제와 포교라는 두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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