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을 올린다는 것은 공경하며 굴복하는 것이다.(禮拜者敬也伏也),참된 성품을 받들며 무명을 굴복시키는 것이다.(恭敬眞性屈伏無明)”라는 서산대사의 말씀이 있지만 108배는 자신을 한없이 낮추고 마음을 살펴 몸에 깃든 나쁜 습관과 온갖 잡념을 물리치도록 하는 정신 수행이다. 조주선사의 ‘끽다거(喫茶去;차 한잔 마시게)’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성철스님의 3천배 화두일 것이다.
성철스님은 왜 백련암을 찾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3천배를 시키셨을까? 성철스님은 3천배를 다 못한 사람에겐 당신 앞에 서있는 것도 못하게 할 만큼 매몰찼다. 반대로 3천배를 마친 신도에게는 한없이 인자했다. 엄격하던 모습은 간 데 없고 더 할 수없이 자상한 모습으로 ‘애 썼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법명과 화두, 원상(圓相)까지 직접 그려 주며 “집에 가서도 참선 잘하거래이” 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스님은 부처님께 큰절을 올리는 동안 땀을 비오듯 흘리고 팔다리의 경련을 견디며 3천배의 원력을 이뤄낸 사람만이 비로소 스스로 불제자임을 자각하게 되리라는 것을 익히 알고 계신 듯했다.
요즈음 불교의 수행법을 절체조로 변형시킨 ‘108배 다이어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탤런트 고소영이 방송에 출연, 연기력 논란과 악성 루머를 ‘108배 절 체조’로 극복했다고 밝힌 이후로 부쩍 각광을 받는 것 같다. 최근에는 KBS ‘미녀들의 수다’로 유명한 남아공 출신 방송인 브로닌 멀렌 씨가 해인사 백련암에서 3000배에 도전, 화제를 일으켰다.
‘108배 미션’이든‘, ‘108배 릴레이 기네스도전’ 이든, 건강법의 일환이든 108배를 올리는 동안 아만과 아상을 내려놓고 진정성을 다한 참배라면 그 공력이야말로 숙생으로 이어지는 지중한 인연이 아닐까.
[불교신문2926호/2013년7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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