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스님에게 듣는 불교임상이야기〈21〉

 

오토바이 대형사고로 설상가상

‘아름다운 청년’에 관세음보살 가피를

막히는 도로에서도 자동차 사이사이로 위태롭게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자주 목격한다. 운전하다보면 불쑥 튀어나오는 오토바이 때문에 화들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우가 많다. ‘뭐가 급하다고 저렇게 살까?’ 싶지만, 알고보면 그들도 촌음을 다퉈야 하는 사연이 있다. 오토바이 배달은 시간싸움이다. 배달이 늦어지면 그만큼 수당도 줄어든다. 하루 할당을 온전히 채우기 위해서는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다니면서라도 시간을 아껴야 한다. 도로사정이 좋을 때 차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대다수 생계를 위해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아는 한 청년 역시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있었다. 스물다섯의 젊은 청년을 병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얼굴과 다리에 붕대를 둘둘 만 채, 한쪽 다리는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오토바이 사고라는 말을 듣고는 호기심 어린 철부지가 도로에서 장난삼아 질주하다 사고가 난 줄 알았다. 알고보니 그는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1분1초를 아끼면서 살아가는 ‘청년가장’이었다. 도박에 빠져사는 아버지와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 슬하에서 무슨 일이든지 닥치는대로 해야 생계가 유지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착하고 믿음직스런 아들은 어머니에게 선뜻 자신의 신장을 기증할 정도로 효심이 깊었다. 신장 한쪽을 어머니에게 주고도 본인의 학비는 물론 생활비를 벌면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청년이었다.

사고가 나던 날도 늦은 밤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에 돌아가던 중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대형사고였다. 안면과 넓적다리뼈를 중심으로 한 몸통에 폐쇄성 골절이 발생해 치료에 적지않은 시간이 들어가게 됐다. 더 심각한 것은 사고 후 인지장애와 행동장애까지 보이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너무 슬퍼 눈물마저 메마른 어머니는 “다 내 잘못 같아요. 못난 부모 만나서 고생만 한 내 새끼…”라고 울먹이며 가슴을 쳤다. “내 아들이 아파서 사경을 헤맸던 어미를 살려줬는데, 우리 아들이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무슨 의미로 세상을 살겠습니까?” 어머니는 오늘도 법당을 찾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에만 매달리고 있다.

하루에도 몇차례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의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청년은 꾸준한 재활치료를 하면서 다시한번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차고 넘칠 정도로 풍족하게 먹여주고 입혀주는 요즘 아이들은, 그럼에도 감사한줄 모르고 불평불만 투성에 이기적인 마음까지 하늘을 찌른다. 이런 세태 속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청년’이 병마를 이겨내고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길 발원한다. 자신의 신장을 기꺼이 내주고 생활고에 절망하지 않고 생계를 이어갔던 청년을 위해 나 역시 봉사자들과 한마음으로 기도를 올린다. 스님으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투병생활이 외롭지 않도록 늘 곁에서 지켜주고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일 뿐이다.

오늘도 많은 오토바이 택배.배달업을 하는 이들이 거리를 질주한다. 그들 중에는 청년과 같이 어려운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으리라. 저마다 고달픈 삶의 고통과 아픔까지 오토바이에 싣고 희망을 향해 내달리는 것만 같았다.

만성신부전증의 어머니를 살려준 아들, 그 젊은 청년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기를 관세음보살님께 간절히 발원드린다.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눈물어린 걱정과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법당에 홀로 앉아 정성의 발원을 다시한번 올린다. 아픈 청년과 어머니를 생각하노라면 인간의 진정한 행복, 성공한 삶이란 무엇인지 새삼 깨우치게 된다.

 

[불교신문2925호/2013년7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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