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불 들어갑니다 빨리 나오세요

 

임윤수 글ㆍ사진도서출판 재원

 

마지막 가는 길에도 가르침 보여준

큰스님 스물여덟명의 ‘다비 이야기’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다 임종게 마저 남기지 않고 떠난 법정스님. 스님은 생전에 “장례식을 하지 마라, 사리를 찾지 마라, 재는 오두막의 꽃밭에 뿌려라”고 당부했을 뿐이다. 사진은 법정스님 다비식에서.

사바세계와 인연을 끝내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언젠가는 누구나 떠나야 할 길이지만, 나에게 직접 닥치기 전까지는 애써 외면하는 것이 상정(常情)이다. 출가수행자들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평생 부처님 가르침에 의지해 정진하지만 사바와 인연을 마치는 날은 어김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우리시대의 스승으로 존경받는 스물여덟분의 ‘큰스님’들이 이생과 인연을 다하고 떠나는 날을 기록한 책이 나왔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 빨리 나오세요>라는 제목의 이 책은 임윤수씨의 글과 사진이 담겨있다. 책 제목은 열반하신 스님의 법구를 연화대에 안치한 후 거화(擧火)할 때 대중이 마지막으로 외치는 소리이다.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는 ‘살아있는 이’들의 마지막 인사이며, 열반하신 스님이 다시 돌아와 중생을 제도해 주길 염원하는 외침이기도 하다.

저자는 “다리를 보러 가는 가슴은 두근거리고 떨렸다”면서 “무섭기도 하고 겁도 났다”고 토로한다. 초등학교 시절 돌아가신 태조할머니를 ‘구릉에서 불에 태웠다’는 소리를 듣고 큰 충격을 받은 것도 다비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두 눈 똥그랗게 뜨고 직접 바라본 다비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고요했다”고 회고한다.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훨훨 불타고 있는 연화대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허무하고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마음은 점차 편해졌습니다. 점차 야트막해지는 연화대는 묵직했던 마음을 가볍게 해 주고 있었습니다. 정신은 맑아지고 뭔가가 얹힌 듯이 답답하기만 했던 가슴이 서서히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법정스님, 지관스님, 혜암스님, 관응스님, 석주스님, 법장스님, 묘엄스님 등 ‘큰스님’ 스물여덟분의 다비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도 현장 분위기를 생방송처럼 그대로 전해준다. 책의 말미에는 △영결ㆍ다비식 순서 △(제안) 조계사, 봉은사에서도 다비할 수 있다 -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연꽃모양 이동식 연화대 △큰스님들께서 구도의 결실로 남긴 감로수 같은 오도송과 법사리 같은 임종게 등을 부록으로 덧붙였다.

저자는 이 책의 ‘나가는 말’에서 “사는 게 힘들고, 인생이 고달프다고 생각되면 두 눈 지그시 감고 불꽃이 바라춤을 추고 있는 연화대에서 지수화풍으로 천화하고 있는 덕망 높았던 어느 스님의 다비를 떠올린다”고 한다. “사는 거 다 그렇고 그렇다는 걸 보게 되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째깍! 째깍! 째깍! 휘청거리며 돌고 있는 시계 초침 소리에 정신이 번쩍 납니다. 빈부귀천에는 차별이 있어도 째깍거리는 초침 소리엔 차별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 하루도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저자 임윤수씨는 1960년생으로 공학박사 출신이다. 그는 스스로를 “산을 찾아다니다 보니 산사(山寺)가 보였고, 산사를 찾아다니다 보니 뎅그렁 거리는 풍경소리에서 인연(因緣)이 보이고 연화대에서 피어오르는 그림자가 보였다”고 소개한다. 저서로 <걸망에 담아온 산사이야기> <걸망에 담아온 산사이야기2> <울림> <열림> <스님, 불 들어갑니다> 등을 출간했다.

[불교신문2920호/2013년6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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