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추진본부 ‘노동자와 함께하는 시민초청 무차대회’ 개최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무차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에게 배식을 하고 있다. 김형주 기자

종단이 불안정한 신분과 부당한 처우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초대해 환대와 위로의 시간을 가졌다.

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본부(본부장 도법스님)는 오늘(8월29일) 오후6시30분 서울 조계사 경내에서 ‘노동자와 함께하는 시민초청 무차대회’를 개최했다. 무차대회(無遮大會)란 승속과 노소, 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참석해 법문을 듣고 잔치를 즐기는 불교전통의식이다.

보시 정신에 근거해 부처님의 덕과 자비를 모두에게 나누어준다는 신앙적 의미를 지닌다. 500여 명의 근로자들이 사찰 앞마당에 모였다. 해고자와 환경미화원, 장애인과 학습지 교사 등이 무차대회의 첫 손님이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해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스님들은 노동자들에게 직접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이들의 호소를 들어주며 생계의 시름을 덜어줬다.

1부 행사의 제목은 ‘노동자를 부처님으로’. 대회는 22번의 타종으로 시작됐다. 정리해고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심장질환 등으로 급사한 쌍용자동차 희생노동자들을 위로하는 상징이었다. 해고노동자들과 사망한 노동자들의 유가족이 돌아가며 종을 쳤다.

이어 자비와 화합의 법석을 마련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노동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무차대회의 의미와 함께 지난 8월27일 발족한 조계종 노동위원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진정성 어린 자세로 소외계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란 약속도 덧붙였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인사말에서 “노동위원회는 노동과 관련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노동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불교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기구”라며 “무차대회는 노동자들의 아픔을 불교가 함께하는 진정한 동사섭(同事攝)의 날”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오늘 이 자리에서만큼은 한껏 웃고 떠들며 삶의 시름을 내려놓고 가기 바란다”는 격려에 노동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연단에 선 정의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자들에 대한 자비를 실천한 종단에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의헌 부위원장은 “가장 소외받고 어려운 조건 속에서 삶을 되살리기 위해 싸우는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손을 잡아줘 모든 노동자를 대표해 스님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인사했다. 특히 “불교계 스님들이 앞장서서 종교인들을 주도해 쌍용차 문제해결에 큰 힘이 되어준다”며 또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날 무차대회에는 사부대중 500여명이 참석했다. 김형주 기자

이어서 열린 저녁공양. 스님들이 재가자들을 공양하는 정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위시해 결사추진본부장 도법스님, 총무부장 지현스님을 비롯한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스님들이 노동자들에게 직접 배식을 하며 우의를 다졌다. 스님들은 노동자들과 공양을 함께하며 노동현장의 애환에 관해 경청하고 위안의 덕담을 건넸다.

2부 ‘노동자, 불교와 만나다’ 행사에선 본격적인 노래와 춤 공연이 벌어졌다. 총무원 재무부장 일감스님의 사회로 노래패 ‘꽃다지’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노래패 ‘함께 꾸는 꿈’ 등은 각자 준비한 노래와 율동을 선보이며 잔치의 흥을 돋웠다.

대회를 주관한 결사추진본부장 도법스님은 인사말에서 “사찰이 세상의 아픔을 끌어안는 곳이 되고, 세상의 아픔을 대신 짊어지는 불교인으로 거듭나보자는 뜻과 마음을 모아 무차대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불교인들이 노동현장의 문제와 노동의 가치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자본과 노동의 관계라는 화두를 인간적이고 바람직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원장 종호스님을 비롯한 노동위원 스님들이 단상에 올라 노동자들에게 인사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초대손님으로 참석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도 “노여움으로 살지 않으면 아픔을 치유할 수 없는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위원회를 만들었다니 너무 고맙다”며 종단의 의지에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한편 무차대회에선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고, 존중하고, 보호하여 소박하고 정의로운 삶이 빛나는 삶이 되도록 평화로운 공동체를 가꾸는 불교인으로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내용의 서원문 봉독이 이어지며, 전체 율동으로 밤 10시경 회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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