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탄신 100주년 5차 학술포럼 ‘돈점사상의 역사와 의미 재조명’

퇴옹성철스님 탄신 100주년 기념전에서 스님의 수행 기록을 한데 모은 전시장.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킨 ‘안거증’ 등 생생한 수행이력을 볼 수 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깨달음의 돈점(頓漸)은 초기불교 관심사가 아니었다. 초기불교에선 괴로움의 극복 자체에 초점이 있었다. 돈점은 초기불교에서 근기의 차이를 인정했다는 정도일까. 오히려 돈점이 한국불교의 전유물이 된 근원을 무엇인가.

임승택 경북대 교수(철학과)는 성철스님 탄신100주년 학술포럼에서 이와 관련, 돈(頓)의 ‘갑자기’ ‘문뜩’ 의미와 돈오(頓悟)서 돈이 ‘한꺼번에(all at once)’로 전환된 과정에 주목하고, 보조지눌 국사도 돈오를 ‘찰나’란 용어로 대비했고 인가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결국 원칙상 성립되지 않는 ‘점오(漸悟)’가 왜 초기불교 당시의 일반 입장으로 나타나는 가를 추적했다. 초전법륜 당시 붓다의 제자들 중에서 가장 먼저 깨달음을 얻었던 안냐따꼰단냐에서 ‘완전한 지혜(an~n~a-)는 점차적으로 얻어지는 것’으로 설명된다.

임 교수는 “꼰단냐가 얻은 깨달음 역시 돈오의 방식”이라 말한다. 그런데 깨달음이 진리의 세계로의 도약이며 이전의 삶과의 단절, 더구나 한번 얻어진 그것은 번복되거나 후퇴하지 않는 성격부여와 이는 충돌된다.

여기서 “붓다는 최초의 깨달음 이후로도 더욱 깊어져 가는 닦음의 경지 인정”이란 결론을 낸다. 문제는 돈오 용어가 시간 간극을 두고 완성되는 변화의 절차를 담아내기 부족하다는 점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깨달음 이후 지속되는 심화의 과정까지를 염두에 둔다면 점오라는 표현이 타당하며, 점차로 완성에 이르는 깨달음이라는 의미에서의 점오이다.” 여기에 깨달음 방식의 다양성과 사성제의 실천구조가 덧씌워지면서 ‘돈오’가 깨달음의 형태를 정확히 집약한 것으로 결론 낸다.

‘돈점’ 논쟁 새로운 지평 예고

3월2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특히 “도성제의 팔정도는 사성제의 실천을 갈무리하는 차원”이란 입장을 통해 깨달음이 닦음에 선행한다는 귀결점을 보자. 임 교수는 보조국사의 ‘돈오점수’론에는 간화선이 겹쳐지며 한국불교만의 강인한 생명력을 낳았다는 점도 강조한다.

동국대 종학연구소장 종호스님은 혜능선이 돈오돈수에서 출발하지만, 혜능은 ‘돈오하면 중생이 곧바로 부처가 된다’는 말로 근기에 따른 돈점론을 주장해왔다며, 송대 이후 선사들 대부분이 돈오돈수설을 입장이면서도 점수도 같이 밝혔고, 간화선자도 이와 마찬가지 입장이었다고 논증한다.

중국에서는 당대에 ‘돈점’ 논쟁이 주였고, 이것도 대혜종고의 간화선 이후 소멸됐다는 정영식 동국대 HK연구초빙교수는 규봉종밀(780~841)이 돈오돈수를 간략히 다뤘다며, 이후 마조선(馬祖禪, 無事禪)의 돈오돈수적 성격이 송대에는 묵조선으로 연결되고, 이들의 본각(本覺)에 대한 지나친 강조를 비판한 것이 대혜종고의 간화선이라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불교의 대세인 보조국사 돈오점수를 정면으로 비판한 성철스님은 왜 이를 쟁점화했을까.

박태원 울산대 교수(철학과)는 “성철스님은 지눌에게서 돈오는 지해(知解)에 의한 깨달음인 해오이며 분별 알음알이로 파악했다”면서 “지해에 의거한 깨달음은 분별에서 풀려나지 못한 것이므로 ‘점수’일 수밖에 없어 돈오점수는 해오점수(解悟漸修)라서 선문(禪門)의 돈오견성과 다르다”는 점을 통해 돈오돈수론을 전개한 것으로 파악했다.

‘분별로부터의 해방’이란 점과, 돈점과 돈오 견성의 관건도 결국에는 ‘분별’ 여부에 있고 성철의 지눌 비판 논거인 ‘지해(知解, 解碍)’도 분별을 특징으로 하는 ‘앎, 이해’라는 새 해독법이 관건이며, 이런 분별과 지해(知解)는 ‘언어로 인한 분별’이라 ‘분별의 두 통로’로 ‘정견-혜학적 돈오와 정학적 돈오’ ‘돈오와 반조-회광반조’의 문제를 불교적 사유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점’ 논쟁의 새 지평을 예고하는 ‘돈점사상의 역사와 의미 재조명’ 학술포럼은 백련불교문화재단이 성철스님 탄신 100주년을 기념해 불교신문과 동국대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 춘계학술대회를 겸해 3월2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 김재성 교수(서울불교대학원대학) 김진무 교수(동국대) 서명원 교수(서강대) 변희욱 연구원 등이 토론한다. 

[불교신문 2802호/ 3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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