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수요집회 1000회 맞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12월14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평화의 비 제막식을 갖고 있다. 김형주 기자
“나라를 강탈하고 수많은 백성을 총칼로 쓰러트린 것도 모자라 우리를 데려갔다. 활짝 펴보지도 못하고 그곳에서 허무하게 짓밟혔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일본의 사죄를 받을 때까지 싸우겠다.”

오늘(12월1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000차 수요집회에서 김복동(85)할머니는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할머니는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같은 곳에서 아우성치는 소리를 모른다고 하시진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일본 정부에) 과거 잘못된 일을 배상하라고 말해 달라”고 호소했다.

집회에 참석한 김복동 할머니가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김형주 기자
1992년 시작한 주한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가 1000회를 맞았다. 일곱 번째 집회부터 참여한 할머니들은 20년 간 거의 매주 쉬지 않고 문제해결을 위한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현장에도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강일출, 김순옥, 박옥순, 길원옥 할머니가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 학생 등 시민들도 '1000번의 외침 헛되지 않도록 기억하겠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침묵하지 말라'는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을 높이 들고 뜻을 함께 했다.

하지만 일제에 의해 꽃다운 청춘을 짓밟히고 인권을 유린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 배상에 대해 1965년 한ㆍ일 청구권 협상으로 끝난 일이라며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집회에서 위안부 소녀를 형상화한 평화비 제막식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이 평화비 건립에 대해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평화비는 한복을 입고 손을 무릎에 모은 채 작은 의자에 앉은 소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높이는 약 130cm.

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피해자에 대한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 교과서에 관련 사실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의 요구를 구호로 외치며 막을 걷어 냈다. 평화비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모금을 통해 마련됐다.

1000번째 수요집회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과 대구, 광주, 경기 등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 대만 타이베이 등 세계 8개국 42개 주요 도시에서도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행사가 개최됐다.

생존한 할머니들의 평균 나이는 86세.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4명 가운데 생존자는 63명으로 줄었다. 올해만 16명의 위안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가 있을 때까지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는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어김없이 울려퍼질 것이다.

한편 이날 집회는 수요시위가 걸어온 길을 담은 동영상 상영, 희망승합차 전달식, 홍순관 씨 등의 연대공연, 성명서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한명숙 전 총리, 정몽준 한나라당 국회의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배우 김여진 씨 등도 하루 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촉구하는 연대발언을 했다.  

현장에 참가한 한 시민이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있다.

일본에서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사과의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을 들고 있다. 김형주 기자

집회에 참가한 위안부 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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