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5년 부처님오신날 특집 [영상]
[특별인터뷰]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현봉스님

부처님 오신 뜻 원로에게 듣는다
“머리는 차갑게, 지혜 기르고
가슴은 따뜻하게, 자비 퍼뜨려
복된 세상 함께 만들어갑시다”

부처님오신날 기념하는 건
진리를 설하신 은혜 때문
가르침 늘 새기고 실천하면
매일매일이 부처님오신날

탈종교화는 아주 좋은 현상
절대자 창조주에서 벗어나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의미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지만 올해 불기2565년 부처님오신날은 남다르다. 연등회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후 처음 맞는 기쁜 날이자 여전한 코로나 사태로 화려한 연등회와 장엄한 부처님오신날을 즐기기 어려운 형편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4월27일 조계총림 송광사를 찾았다. 총림 방장 현봉스님에게 이같은 시대에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는 지혜를 청하기 위해서였다. 방장 스님의 원래 주석처인 삼일암은 현재 보수불사 중. 곧 현대적인 면모를 갖춘다는 설명은 적지않은 놀라움을 전해줬다. 옛 것이 가득한 고즈넉한 산사의 변화는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을 대변하는 듯했다. 방장 스님의 법문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다. 
 

Q. 5월19일은 불기2565년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이 땅에 부처님이 오신 뜻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사실 부처님오신날보다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진리를 깨달은 날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이 부처님께서 깨달은 진리를 설해주신, 초전법륜하신 사건이 중요한 날입니다. 그런 부처님이 이 세상에 갓난아이로 태어났다는 의미에서 우리가 부처님오신날을 기리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부처님이 오신 뜻을 제각기 다르게 이해하고 있어요. 일반사람들은 부처님이 오셔서 진리를 설파해주셨다고 설명하고, 어떤 선사들은 괜히 평지풍파를 일으켰다고도 말씀하십니다. 보편적으로 본다면,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기 전에는 절대자나 창조주가 있어서 그의 절대적인 힘으로 세상이 운행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그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연기관계에 의해서 현상들이 생겼다가 사라지며, 이는 물질뿐 아니라 정신적인 현상에도 적용된다고 아주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셨습니다. 과학이 점점 발달할수록 그 말씀들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요즘 들어 부처님이 오신 의미를 더욱 새롭게 되새기고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Q. 부처님오신날을 우리 불자들은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옛날에는 삶 자체가 힘들었고 교통도 불편했기 때문에 절을 한 번 찾아간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찰들은 깊은 산속에 위치해있어서 그 날(부처님오신날) 하루만이라도 절에 가기 위해 목욕재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부처님 도량을 찾아서 자기 마음을 가다듬는 일이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부처님 도량이 모니터 안에서도 언제든지 열리잖아요? 옛날의 의미와는 다르게 지금은 어쩌면 매일매일이 부처님오신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반 사람들은 부처님오신날도 기념하고 좋은 날이지만, 내 자식이 태어난 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내 남편, 내 아내가 태어난 날, 내 자신이 태어난 날이 더 소중할지도 몰라요. 그런데도 우리가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는 것은 부처님께서 진리를 설해주신 그 은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늘 마음속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실천할 때, 그 때가 부처님이 나에게 오시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부처님오신날에 내가 엉뚱한 일을 하고 있으면 부처님이 오시겠어요? 내가 언제 어디서 살든지 늘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새기면서 가르침대로 살도록 노력하고 있으면 그것이 바로 내가 부처님을 모시게 되는 날이 아닐까요?”
 

조계총림 방장 현봉스님은 코로나 시대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반드시 오듯이 이 어둠도 곧 걷힐 것이라는 희망을 품으라는 말씀이다.
조계총림 방장 현봉스님은 코로나 시대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반드시 오듯이 이 어둠도 곧 걷힐 것이라는 희망을 품으라는 말씀이다.

Q. 불교뿐 아니라 종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줄어드는 탈종교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불교는 이런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겠습니까?

“요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출입을 마음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찰에 덜 가게 되고, 교회와 성당에 덜 가게 되고,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덜 가게 되는 걸 보고 탈종교화가 진행된다고 여기고 있는 건 아닐까요. 예전에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해 처음으로 발을 디딘 우주인이 우리 지구와는 다른 현상을 보고서는 나중에 ‘나는 거기서 신(神)을 느꼈다, 신을 보았다, 신을 믿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곳곳을 다니며 이른바 간증을 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달보다 몇 배나 더 먼 화성에 로봇이 걸어다니는 시대입니다. 아폴로 11호 우주선의 우주인과 같은 소리를 하지 않아요. 어쩌면 이것을 탈종교로 봐야할 것입니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이지 않는 현상을 무조건 신(神)이라고 믿어버리는, 그런 사고나 행위를 우리는 종교라고 포장하고 있어요. 

불교는 글자그대로 부처님(佛)의 가르침(敎)이라는 뜻이에요. 교(敎)는 가르침이란 뜻입니다. 부처님은 사람마다 근기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 가르침을 이렇게도 설하고 저렇게도 설하셨습니다. 그 가르침 중에 제일 와닿는 것, 최고의 가르침으로 여겨지는 것, 그것을 종(宗)이라고 합니다. 나는 <화엄경>이 최고다, 그러면 화엄종이요, <법화경>이 최고다, 그러면 법화종, <열반경>이 최고면 열반종, 나는 참선하는 것이 제일이면 선종이 됩니다. 최고의 가르침을 수행하는 방법을 보통 ‘종’이라고 합니다. 서양에서 절대자나 창조주나 조물주를 믿고 의지한다는 뜻의 ‘religion’을 일본의 어느 학자가 번역할 때 적당한 말이 없었다고 해요. 신과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어떤 믿음이랄까, 신앙이랄까,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서 종과 교를 합해서 ‘종교’라고 부른 것이라고 해요. 옛날 우리 역사를 보면 종교라는 말을 별로 쓰지 않았습니다. 근래 와서 서구의 종교가 들어오면서 종교라는 말을 사용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탈종교’라는 말은 어떤 절대자나 창조주를 믿는 사고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애달프게 기도를 해봐도 신(神)이 어떻게 해주질 못합니다. 오히려 과학자들이 여러 실험을 통해서 백신을 만들어 코로나를 이겨내잖아요. 어떤 것이 더 합리적입니까. 이렇다보니 탈종교가 될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어요? 기존의 종교 개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탈종교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불교는 탈종교를 하는 것이 불교의 본연으로, 초기불교로 돌아가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부처님 가르침 아래서도, 부처님을 절대자로 인식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어떤 선사들은 부처 없는 곳으로 가라고, 필경에는 부처와 중생의 분별을 떠난 세상이 되길 바란다, ‘필경무불급중생(畢竟無佛及衆生)’이라고 하셨습니다. 종교라는 색깔마저도 다 떨어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불교가 탈종교가 된다는 것은 불교 본연의 가르침으로 돌아가라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이 현상은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20년 후에는 불교가 존폐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같은 기성세대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고 현재 신세대가 좋아하는 음식이 따로 있듯이, 그 시대의 기호에 맞고 알맞은 새로운 방편이 나올 것입니다. 신을 위하고 부처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위하고 사회현상이나 자연현상이나 심리현상을 바로 보게 하는 가르침과 그에 대한 수행, 연구들이 자꾸 일어나게 될 겁니다. 지금 삼일암 방장실을 보수하고 있습니다. 옛날 방식인 좌식(坐式)보다 가능하면 현재 방식인 입식(立式)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누구와도 자유롭게 영상통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불전함을 치워도 됩니다. 불전함을 치우더라도 온라인통장에 자동으로 입금이 되니까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시스템이 바뀌고 있습니다. 자기 삶에 도움이 되는 가르침을 공유하고 싶고 누리고 싶다면 더 가까이 다가오려 할 겁니다. 그러니까 빨리 시대의 변화를 읽고 거기에 맞는 새로운 종교문화를 일궈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코로나19로 불자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 세계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난세일수록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말씀이 절실합니다. 안심법문을 청합니다.

“코로나 시대가 어찌 보면 새로운 문명의 전환점이 되는, 관문 역할을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를 힘들고 어렵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았던 행태나 우리가 누렸던 것들이 꼭 그렇게 했어야 했던가를 짚어보며, 우리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밖으로 나가는 걸 통제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걸 통제하다보니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대신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가족끼리 단란하게 얘기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가 된 것은 아닐까요. 위기를 잘 이용하면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코로나 사태를 이사를 가는 것으로 비유해봅시다. 우리는 이사를 준비하면서 필요 없는 것을 너무나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필요 없는 것을 정리합니다. 알짜배기만 이삿짐에 싣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갖고 있던 많은 것들, 필요 없는 것들을 이번에 정리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위기를 피해갈 수는 없잖아요? 사바세계는 언제나 고통의 세계이고,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헤쳐나갈 수 있음을 배우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으면 합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증오범죄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증오심 넘치는 세상을 치유할 방법은 없을까요?

“증오는 전체주의와 같은 현상이라고 봐야합니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증오했듯이, 잘못된 정보가 사회를 어지럽게 하고 있습니다. 내가 남을 미워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에서 비롯된 것인지,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서 일어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나와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을 미워합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곤 합니다. 알고 보면 사실무근인데도 내가 속아서 남을 미워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일어난 증오범죄라는 사회현상뿐 아니라 세상에 대해서 염증을 느끼고, 자꾸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도 알고 보면 다 그런 현상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바른 판단을 하는지, 내가 그것에 대해 바르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팔정도(八正道)가 그 내용이지 않나요? 연기관계에 따라 바르게 파악하고 있는지, 내가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지-정업(正業), 그렇게 생활하고 있는지-정명(正命)…. 

우리가 <반야심경>을 봉독할 때, 그 첫 머리가 뭐죠?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입니다. 관자재보살은 자재를 관하는, 자기에게 있는 것을 관한다는 말입니다. 자재란 말은 자유(自由)를 붙여야 그 의미가 더 잘 드러납니다. 자유자재(自由自在). 스스로에게 있는 것을 ‘자재’라고 하고, ‘자유’는 스스로에게 말미암은 것입니다. 다른 데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모든 일어나는 현상은 바로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달라진다, 모든 것이 내 탓이다, 그 뜻이 바로 ‘자유’라고 <화엄경>은 말하고 있습니다. 자유자재하고 관자재 하는 보살이 바로 관세음보살입니다. 우리는 남을 미워하고 부러워하고 남에게 으스대기도 하는데, 다른 사람에 대한 증오심을 누가 대신 일으켜줍니까? 내 업을 누가 대신해줘요? 자기가 지어서 자기가 받는 거잖아요. 내게 증오심이 일어나는 것도 내가 스스로 증오하는 마음을 일으킨 것이므로, 내가 정말 제대로 이해했고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모든 현상은 잠시 일어났다가 사라질 뿐이라, 영원한 건 없습니다. 제행이 무상이라 했으니까 모든 현상은 영원한 것이 없고 사라질 것이고, 지금 내가 증오하는 대상도 증오하는 현상들도 언젠가는 곧 사라집니다. 이를 역으로 추적해보면 결국은 우리들의 무지, 무명으로부터 일어난 것이죠. 남을 미워하고 싫어할 때 제일 먼저 손해 보는 사람은 남을 미워하는 그 사람 자신입니다. 내게서 독한 마음이 나왔으니까 자신이 제일 먼저 손해를 보는 겁니다. 화가 날 때 화를 낼 줄 아는 이것이 무엇인가, 화를 내게 된 원인과 결과를 가만히 제대로 사유해보세요. ‘죄무자성종심기(罪無自性從心起)’, 우리 마음 따라 일어나는 것이지 죄에는 자성이,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남을 미워하는 증오심도 그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것이 실체 없는 줄 깨달으면 내가 바로 안정을 찾게 됩니다.” 
 

현봉스님
현봉스님

Q. 마지막으로 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올해는 예년보다 봄이 빨리 왔습니다. 그런데 일교차가 심해서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아요. 낮에는 여름인데 새벽엔 겨울 같아요. 그렇지만 온 산천에는 꽃과 잎새들이 정말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잖아요. 이처럼 새로운 기운이 온 산천에 퍼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새로운 기운이 산천에 가득 넘치고 있고, 또 우리가 온 산천에 부처님 오신 밝은 등을 켜고 있으니 곧 어둠은 사라질 것입니다. 이(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현실을 바라볼 때, 머리는 차갑게 해서 슬기로운 지혜를 길러내고, 마음은 따뜻하게 해서 자비를 이 세상에 퍼뜨려 복된 세상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정리=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이준엽 광주전남지사장 maha0703@ibulgyo.com
사진=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불교신문3666호/2021년5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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