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바위에는 신흥사 동자승이 지혜로 울산원님의 횡포를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미시령을 지나 뒤쪽에서 본 울산바위 전경.




신흥사 동자승, 지혜로 울산원님 횡포 물리쳐 


  금강산으로 가던 울산바위 도착 늦어 설악산에 머물러


 ‘바위 돌려 달라’는 으름장에 해초로 꼰 새끼로 위기 넘겨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외설악에 위치한 신흥사 뒷산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거대한 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하나의 암석이 아니라 여러 개의 암석이 겹겹이 서 있어 설악산의 위용을 더해 준다. 설악산을 대표하는 이 바위 이름은 ‘울산바위’. 울산바위의 명칭은 3가지설이 있는데 하나는 울타리 같이 생겼다하여 붙여졌다. 다른 하나는 울산광역시에서 와서 이름 지었다는 것. 또 하나는 ‘우는 산’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이중 울산에서 왔다는 이야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금강산으로 오다가 어쩔 수 없는 사연으로 설악산에 머물렀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신흥사 동자승의 지혜로 울산 원님의 횡포를 물리쳤다는 이야기도 재미를 더한다. 

<사진>  지혜로운 동자승 이야기가 전하는 신흥사 대웅전 모습.

아득한 옛날 금강산에 살고 있는 산신령이 원대한 꿈을 세웠다. 그는 1만 2천 봉우리로 금강산을 장엄하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전국에 내로라하는 바위를 금강산으로 모이게 하는 동원령을 내렸다. “나는 금강산 산신령이다. 전국에 있는 봉우리와 바위들 가운데 천하제일 금강산에 와서 살 수 있는 특혜를 주겠다. 그러니 관심이 있는 봉우리와 바위들은 이 말을 듣는 즉시 지체 없이 금강산으로 와서 이름을 올려주고 적당한 자리를 차지하기 바란다. 단 선착순 1만 2천봉에 한해서만 출입을 허락하겠다.”

이 소식은 경상도 울산 땅에 머물고 있던 ‘울산바위’에게도 전달됐다. “야, 이거 잘 됐다. 내가 이 고을에서 최고의 바위로 이름이 높아 더 이상 견줄 곳이 없어 심심했는데 금강산에 가서 나의 자태를 유감없이 발휘해야겠어.” 울산바위는 단단히 결심을 하고 주변의 친구바위들에게도 자랑하며 자신은 금강산으로 가서 살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주었다.

“난 금강산으로 가서 최고봉이 되겠어. 금강산이 우리나라 제일의 명산이란 명성에 맞게 나의 이름을 가장 높게 만들 거야. 앞으로 나를 만나려면 금강산 제일봉을 찾아오면 될 거야.” 그리하여 울산바위는 금강산으로 향한 먼 길을 떠났다. 몸집이 워낙 큰 울산바위는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다른 바위에 비해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 북 으로 북 으로 걸음을 재촉하며 금강산 제일봉에 대한 꿈을 키웠다.

며칠이 지나자 울산바위는 지치기 시작했다. 하루는 날이 저물어 기진맥진하여 잠이 들었다. 얼마나 피곤했던지 아침이 한참 되어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금강산은 도무지 보이질 않았다. 다시 떠날 채비를 한 울산바위는 길에 나서는데 기별이 왔다.

“이보게, 울산바위. 금강산에 벌써 1만 2천봉우리들이 차 버렸다네. 자네는 가도 소용이 없게 되었어.”

울산바위는 깜짝 놀랐다. “아니, 뭐라고 했는가. 벌써 금강산에 바위들이 꽉 차 버렸다고. 이거 큰 일이 나고 말았네. 나는 고향 친구 바위들에게 벌써 금강산에 가서 살겠다고 이별까지 하고 와 버려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단 말일세.” 하는 수 없이 울산바위는 설악산에서 자리를 잡고 살 수 밖에 없어 현재의 자리에 자리를 잡고 ‘설악산의 제일 바위’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세월이 한참 흘러 조선시대에 접어 들었다. 시기는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숭상하던 시대라 불교를 업신여기는 유생들이 많았다. 하여 사찰 스님들을 몰아내고 유생들이 여흥을 즐기는 장소로 사용하기도 했다. 때마침 울산에 원님으로 부임한 자가 울산바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계략을 꾸몄다. “그래. 울산바위는 원래 내가 다스리는 울산고을 소유였으니 설악산 신흥사로 가서 중들에게 세금을 내라고 골탕을 먹이면 되겠어.”

울산원님은 곧바로 가마행렬을 꾸려 속초로 향했다. 신흥사에 도착한 원님은 큰 소리로 스님들을 부른 뒤 어깃장을 놓았다. “이리 오너라. 신흥사 중들은 어디에 있느냐?” 그러자 주지스님이 나와 합장으로 손님을 맞이했다. “나무관세음보살. 무슨 일이기에 울산원님께서 이곳 수행처까지 납시셨습니까?”

울산원님은 방자하고 도도하게 말했다. “그래. 내가 신흥사에 받을 빚이 있어서 왔느니라.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 절 뒤에 있는 울산바위가 울산에서 왔다는 사실은 알겠지. 내 그러서인데. 그동안 아무 댓가 없이 바위를 설악산에 지금까지 놓아두었으니 이제부터는 세금을 받아야겠어. 그리고 지금까지 받지 않은 세금도 받아야하겠어.”

주지스님은 당황했다. “아니, 뭐라고요? 그런 어거지가 어디 있소. 우리는 아시다시피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깨달음을 얻어 만 중생을 제도하려는 수행자들인데 세금 낼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울산원님은 다짜고짜 밀어붙이며 며칠 내로 세금을 내지 않으면 사찰을 빼앗아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신흥사 주지스님은 큰 걱정거리를 안게 되었다. “어허, 큰일이로군. 저 기세가 드센 울산원님은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에게 피해를 주려고 할 터인데….” 근심에 쌓여 전전긍긍하는 신흥사 주지스님은 대중에게 사실을 알리고 해결방책을 물었다. 아무도 대답 없이 고개만 갸우뚱하고 있는데 한 동자승이 큰 소리로 말했다. “제가 문제를 해결하겠으니 여러 스님들은 아무 걱정 없이 수행에만 정진해 주십시오.” 뚜렷한 해답이 없었던 대중들은 그저 동자승의 말에 따르기로 하고 대중공사를 끝냈다.

다음날. 울산원님은 기세가 등등하게 신흥사에 당도했다. “어디 세금은 준비해 놓았는가.” 그러자 동자승이 나와 원님을 맞이했다. “예, 원님.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희들은 저 울산바위가 무척 귀찮은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울산고을에 바위를 가져가라고 전갈을 보냈는데 답변이 없었지요. 마침 원님께서 이곳까지 행차하셨으니 잘 됐습니다. 내년부터는 저 바위를 울산으로 보내고 그곳에 곡식을 심어 스님들의 양식을 만들려 하니 하루속히 가져가 주길 부탁드립니다.” 울산원님은 깜짝 놀랐다. “아니, 저 어린 중이 무슨 꿍꿍이 속으로 바위를 쉽게 돌려주려고 하지?” 난감한 속마음을 숨긴 울산원님은 다른 계략을 세워 동자승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잘 됐구나. 내 저 바위를 가져가고 말 것이야. 그러니 너희들은 3일 안에 바위를 새끼로 묶어 놓도록 하여라. 알겠는가.” 그러자 동자승은 기쁜 표정으로 답했다. “네. 반드시 그렇게 하겠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3일 후에 꼭 가져가도록 하십시오.”

울산원님이 돌아가자 신흥사 주지스님은 더욱 걱정이 되었다. “아니, 어떻게 저 큰 바위를 새끼로 묶어 놓겠다고 확답을 했느냐? 이제 우리는 꼼짝없이 쫓겨나게 생겼구나.” 그러자 동자승은 침착하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저에게도 생각이 있습니다.” 대중을 모아 달라고 주지스님에게 부탁한 동자승은 대중이 한 자리에 모이자 찬찬히 행동지침에 대해 설명했다.

“저기 청초호와 영랑호에 가면 해초가 많을 것입니다. 바닷물을 머금을 그 풀들로 새끼를 꼬아서 울산바위에 올려놓고 태우면 소금 성분이 있어, 마치 짚으로 꼰 새끼로 바위를 묶은 듯이 보일 것입니다. 그러면 울산원님도 꼼짝없이 바위를 가져 갈 수 밖에 없는 형국이 될 것입니다.”

다음날 신흥사 스님들은 청초호와 영랑호로 가서 해초들을 낫으로 베어다가 새끼를 꼬았다. 그리고는 울산바위에 둘러친 후 불을 붙여보니 불이 탄 뒤에도 소금성분과 재가 바위에 달라붙어 마치 새끼를 둘러놓은 듯이 보였다.

3일 뒤 신흥사에 다시 도착한 울산원님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어떻게 저 바위에 새끼를 꼬아 묶어 놓았지? 분명 신통력을 발휘한 엄청난 힘을 가진 도사가 신흥사에 있는 게 틀림없어.” 갑자가 주눅이 들면서 겁까지 집어 먹은 원님은 조용히 말했다. “내가 스님들에게 폐를 끼친 것 같소. 다시는 바위를 돌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고 돌아갈 터이니 부디 수행 열심히 해서 뜻하는 바를 꼭 이루도록 하시오.” 이 사건이 있는 뒤로 울산원님은 다시는 울산바위와 관련해 시비를 걸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해초로 청초호와 영랑호를 서로 묶었다고 해서 한자로 ‘묶을 속(束)’자와 ‘풀 초(草)’자를 써서 ‘속초(束草)’라는 지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속초=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사진> 울산바위 아래 평지에 위치한 신흥사 청동대불.


찾아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와 미시령 터널을 통해 가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영동고속도로에서는 속초에서 나와 설악산 방향으로 와서 신흥사에서 걸어서 2시간(3.8Km)올라가면 계조암을 지난 울산바위에 다다른다. 먼 발치에서 경치를 구경하려면 승용차로 미시령 터널을 지나 곧바로 좌측 전망대에 주차하면 거대한 병풍모양의 울산바위를 구경할 수 있다.

참고 및 도움: <강원설화 총람>(북스힐), <한국의 발견-속초편>(뿌리 깊은 나무), 미시령 울산바위 안내판 및 매점주인


[불교신문 2486호/ 12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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