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 ‘행자’ 모두 끝까지 남아
“마음의 의지처 생겼다” 부터
“세상과 헤어질 결심했다” 까지
“나를 일깨운 스님 행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감격 표현…

주지 진상스님 “마음등불 밝혀
​​​​​​​온세상에 희망의 빛이 되기를”

수원 봉녕사는 2월17일 제1기 여성출가학교 회향식을 거행했다. 졸업증서를 펼쳐들고 기념촬영하는 행자들의 웃음이 맑다.
수원 봉녕사는 2월17일 제1기 여성출가학교 회향식을 거행했다. 졸업증서를 펼쳐들고 기념촬영하는 행자들의 웃음이 맑다.

“모났던 내 마음이 둥그러졌어요.” “우리 처음 만났을 땐 거친 자갈돌이었지만, 지금은 예쁜 몽돌이 됐어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지만 마음이 아프면 갈 곳을 모르고 혼자 앓았는데, 이제는 마음의 의지처가 생겼어요. 스님들이 언제든 오라고 하셨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신행생활을 하며 부처님 말씀을 진심으로 믿고 따라가겠습니다.” “내일이 회향식이라고요. 스님! 집에 가기 싫어요.”

지난 한 달 동안 출가자의 삶을 살았던 ‘행자’들이 남긴 말이다. 수원 봉녕사(주지 진상스님)는 2월17일 대적광전에서 ‘제1기 여성출가학교’ 회향식을 거행했다. 지난 1월21일 문을 연 봉녕사 여성출가학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첫’ 출가학교라는 타이틀로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처음이라는 타이틀은 특별하지만, 그래서 능숙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처음 입교한 11명의 ‘행자’들은 단 한 명의 낙오 없이 모두 회향식을 함께했다. 회향식 전날, 마음을 나누는 시간에 행자들은 모두 학교생활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찬사를 보낼 정도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회향식은 오전8시 거행됐다. 마지막 날이지만 행자들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조금 달라진 것이라고는 한 달 전 고불식 당시 긴장으로 얼굴이 굳었다면, 지금은 밝은 미소를 보여준다는 것, 삭발한 행자들의 머리카락이 조금 자랐다는 정도. 처음엔 낯설었던 의례도 지금은 곁눈질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레 해냈다. 모든 행자의 얼굴이 한 달 전보다 맑아 보이는 것은 가장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행자님들이 정말 스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 분 한 분이 저를 일깨우는 행자님들이어서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스님들과 행자님들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무애안 행자(48세)가 털어놓은 속마음처럼 최소한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됐다고 표현한 행자들이 많았다.

이날 회향식에서 봉녕사 주지이자 출가학교장 진상스님은 행자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졸업증서를 전하며 진심으로 축하했다. 진상스님은 “지난 잘못은 참회하고 기도와 수행, 자비로 지혜의 눈을 갖는 성불(成佛)은 물고기가 용이 되는 어변성룡(魚變成龍)”이라며 “이 한 달의 출가수행이 어변성룡의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스님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패하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날짜가 지날수록 발효하는 음식이 있다”며 “출가학교를 회향하는 여러분은 항상 자기 내면의 ‘마음의 등불’을 밝혀 온 세상에 희망의 빛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봉녕사 여성출가학교는 11명 행자 전원이 낙오없이 끝까지 함께했다.
봉녕사 여성출가학교는 11명 행자 전원이 낙오없이 끝까지 함께했다.
봉녕사 주지 진상스님이 행자들에게 졸업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봉녕사 주지 진상스님이 행자들에게 졸업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학교장이자 주지 진상스님이 회향사를 하고 있다.
학교장이자 주지 진상스님이 회향사를 하고 있다.
봉녕사 율주 적연스님이 치사를 하고 있다.
봉녕사 율주 적연스님이 치사를 하고 있다.
여성출가학교 행자 대표가 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여성출가학교 행자 대표가 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출가학교장 진상스님에게 출가학교 도감 도연스님이 죽비를 반환하고 있다.
출가학교장 진상스님에게 출가학교 도감 도연스님이 죽비를 반환하고 있다.

이날 회향식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진짜 출가를 결심한 행자가 나온 것이다. 아녕 행자(58세)가 주인공이다. 이미 입교할 당시부터 출가에 진심이었던 아녕 행자는 학교를 통해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아녕 행자는 “출가 의지는 강했지만 나이가 있어 포기하려 했는데, 봉녕사 스님에게 은퇴출가제도가 있다는 말씀을 듣고 다시 희망을 가졌다”며 “출가에 대한 여러 고민이 있었지만 출가학교를 통해 확신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제 뒤돌아보지 않고 출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봉녕사 출가학교 출신 출가자는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다. 출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또 한 명의 행자가 있다. 무진향 행자(41세)는 “학교에 올 때만 해도 출가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며 “스님들을 뵙고 가르침을 배우면서 출가하면 어떨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마을’에서 좀 더 생각을 정리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행자는 스님들이 속세를 표현할 때 쓰는 ‘마을’이라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구사했다. 출가학교가 실제 출가로 이어지는 통로임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회향식을 마친 스님과 행자들은 대적광전 앞으로 나갔다. 기념촬영을 위해 모인 행자들에게 밝게 웃어달라고 요청하자, 한 행자가 “보리”라고 외쳤다. 그러자 다른 행자들이 “이루리”라고 함께 목소리를 높이며 활짝 웃었다. ‘보리 이루리’, 이제 세상 속으로 돌아가는 행자들에게 깨달음을 항상 참구하기를 바라는 봉녕사 스승들의 가르침이었다.

한편 조계종 교육원은 봉녕사 여성출가학교 졸업행자에게 책 <슬기로운 출가생활>을 선물로 증정했다. 봉녕사는 <연꽃향기로 오신 묘엄스님> 상하권 및 연꽃 액자 등을 선물했다.

회향식에 참석하려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행자들.
회향식에 참석하려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행자들.
발원문을 함께 새기고 있는 행자들.
발원문을 함께 새기고 있는 행자들.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는 행자들.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는 행자들.
한 달이 지나 의례를 자연스레 거행하고 있는 행자들.
한 달이 지나 의례를 자연스레 거행하고 있는 행자들.
4주 간 
봉녕사 여성출가학교 회향식에서 정좌하고 있는 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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