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기 여성출가학교 고불식
11명 행자…2월17일까지 4주간
출가자와 똑같은 일정 소화

“부처님 법 전하는 실력자와
​​​​​​​실제 출가자 양성하는 역할”

수원 봉녕사는 1월22일 제1기 여성출가학교 고불식을 거행했다. 11명의 '행자'들은 발원문을 낭독하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올곧이 배우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원 봉녕사는 1월22일 제1기 여성출가학교 고불식을 거행했다. 11명의 '행자'들은 발원문을 낭독하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올곧이 배우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출가자 절대 감소 시대. 한국불교는 어려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여기 출가자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 사찰이 있어 화제다. 수원 봉녕사가 주인공이다. 수원 봉녕사(주지 진상스님)는 제1기 여성출가학교를 열었다. 1월21일부터 2월17일까지 한달 4주 동안 진행된다. 봉녕사 첫 출가학교를 입교한 다음날인 1월22일 오전8시30분 대적광전에서 입교식에 해당하는 고불식이 거행됐다. 부처님께 학교가 문을 열고 입교생이 입학했음을 알리는 의식이다.

여성출가학교 입교생은 ‘행자’라고 불렀다. 진짜 출가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밟는다. 기간만 한 달이라는 제한만 있을 뿐. 출가학교가 진짜라고 느껴지는 건 이미 삭발한 ‘행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1기 출가학교에는 모두 11명이 입교했다. 11명의 행자 가운데 3명이 고불식 전에 삭발식을 통해 무명초를 잘라냈다.

출가학교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고불식은 출가학교장이자 주지 진상스님과 금강율학승가대학원장이자 율주 적연스님, 봉녕사승가대학 석좌교수 도혜스님, 봉녕사 여성출가학교 도감 도연스님 등 주요 소임자 스님이 대거 참석해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여기에 조계종 교육원장 범해스님이 특별히 화분을 보내 종단 차원의 관심을 반영했다.

“오늘의 인연을 자량 삼아 물러나지 않는 신심과 원력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행할 수 있도록 지극하고 용맹하게 정진하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이곳이 불국토가 되고 우리가 함께하는 모든 생명들이 부처가 되는 그날까지 쉼 없는 정진 계속할 것이오니 부처님께서는 큰 자비로 증명하여 주시옵소서.”

봉녕사 율주 적연스님이 고불문을 낭독하자 11명의 ‘행자’들은 장궤합장하고 입교 사실을 부처님에게 알렸다. 봉녕사 주지 진상스님은 입재사를 통해 환영의 뜻과 학교생활의 올바른 마음가짐을 당부했다. “여러분은 수행을 체험하러 왔습니다. 수행이란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를 깊이 고민하는, 그 ‘어떻게’를 채워가는 것입니다.…이 우주에 대의왕이신 부처님을 롤모델로 해서 긍정에너지를 키우고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하면서 멋있는 인생을 이번 기회를 통해 설계해 보십시오.”

승가대학 석좌교수 도혜스님은 “나도 수행생활을 한번 체험해보고 싶다, 이 한 생각이 정말 소중하고 귀한 씨앗”이라며 “이 체험을 통해 부처님의 진리를 알게 되고 발심한다면 그 발심의 씨앗에서 자라는 보리나무는 여러분을 부처님의 무한한 대자유와 이 우주를 한 손에 쥐고 좌지우지하는 부처님이 되도록 해줄 것”이라고 격려했다.

부처님 전에 발원문을 낭독하는 행자들.
부처님 전에 발원문을 낭독하는 행자들.
봉녕사 율주 적연스님이 고불문을 낭독하고 있다.
봉녕사 율주 적연스님이 고불문을 낭독하고 있다.
봉녕사 주지 진상스님이 입재사를 하고 있다.
봉녕사 주지 진상스님이 입재사를 하고 있다.
봉녕사 주지 진상스님은 입재사를 통해 행자들의 정진을 당부했다.
봉녕사 주지 진상스님은 입재사를 통해 행자들의 정진을 당부했다.
봉녕사승가대학 석좌교수 도혜스님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봉녕사승가대학 석좌교수 도혜스님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봉녕사 스님들의 말씀을 잘 받겠다는 의미로 3배하는 행자들.
봉녕사 스님들의 말씀을 잘 받겠다는 의미로 3배하는 행자들.
부처님을 바라보며 발원하는 행자들의 모습이 절절하다.
부처님을 바라보며 발원하는 행자들의 모습이 절절하다.
행자들은 부처님 가르침을 올곧게 배우고 실천하겠다고 발원했다.
행자들은 부처님 가르침을 올곧게 배우고 실천하겠다고 발원했다.
행자들은 각자의 발원에 따라 한달간 출가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행자들은 각자의 발원에 따라 한달간 출가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봉녕사 어른 스님들이 대거 참석했다.
봉녕사 어른 스님들이 대거 참석했다.
출가학교 도감 도연스님이 청규를 시달하고 있다.
출가학교 도감 도연스님이 청규를 시달하고 있다.
한달 동안 청규에 따라 출가생활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행자들.
한달 동안 청규에 따라 출가생활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행자들.

봉녕사 스님들의 격려를 받은 11명의 ‘행자’들은 장궤합장 자세로 발원문을 높이든 채 큰 소리로 낭독했다. “저희들 출가학교 행자들은 얻기 어려운 사람 몸을 받아 만나기 어려운 부처님 법에 귀의하였으니, 하심하고 인욕하면서 서로 탁마하는 도반으로 하나하나 배우고 익히며, 출가행자의 성스러운 이 길을 신심과 원력으로 정진하겠습니다.” 행자들은 발원문을 통해 한 달 동안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믿고 실천하는 불자로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봉녕사는 행자들에게 한 달간의 출가생활의 규범을 정한 ‘청규’를 시달했고, 봉녕사 주지 진상스님은 도감 스님에게 장군죽비를 내려 행자의 수행정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봉녕사 제1기 여성출가학교에 입교한 11명의 출가행자들은 고불식으로 본격적인 ‘출가생활’에 돌입하게 됐다. 이날 ‘행자’들은 사찰안내와 석좌교수 스님의 법문으로 행자생활 첫 날 일정을 이어갔다. 행자들은 2월17일까지 4주 동안 행자들과 똑같은 일정으로 생활한다. 오전4시 기상해 새벽예불을 시작으로, 오후9시 취침할 때까지 빼곡한 하루일과를 소화한다. 절이나 명상, 포행, 요가 등 수행을 하고, 오전과 오후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는 강의를 듣는다. 아침과 점심은 발우공양을 하고, 청소와 후원조력 등 울력도 한다. 행자들은 경구 독송과 수행일기 작성으로 매일 하루를 마무리한다. 명상이라고 하나만 있지 않다. 붓다볼 명상, 차 명상, 걷기 명상 등 다양하다. 자비도량참법, 팔관재계 등 봉녕사만의 특화된 의례를 행하는 기회도 있다. 사찰음식을 배우는 시간도 봉녕사이기에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봉녕사가 여성출가학교를 기획한 건 얼마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출가, 그 문호를 크게 열다’ 주제 학술대회를 참석한 봉녕사 스님들은 출가자 수를 높이기 위한 좋은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고, 출가학교를 떠올렸다. 사찰 어른 스님에게 흔쾌히 허락받은 후, 출가학교의 성공을 위해 이미 20년 동안 경험을 쌓은 평창 월정사를 직접 찾아가 운영 노하우를 배우고 익혔다.

출가학교 도감 도연스님은 “사회적으로 명상에 관심이 많아지고 30~40대 분들이 일부러 동남아 지역의 명상센터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불교와 승가가 이런 체험을 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부처님 법을 배워 자신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자신을 잘 이해해서 여기에서 나가서 세상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행복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분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봉녕사 주지 진상스님은 여성출가학교의 의미를 설명했다. 주지 진상스님은 “여성출가학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부처님 법을 전하고자 함이다. 출가학교에서 배운 법을 졸업 후 사회에 전파할 수 있는 튼튼한 실력자로 키우고 싶다”며 “또 하나는 출가자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이번 학교 지원자 중에도 출가하고 싶은 분들이 있었다. 이분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실제 출가하는 기회를 만들거나 주변에 출가를 권유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주지 스님은 “봉녕사는 금강율학승가대학원이 있어서 ‘행자’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불자들이 지켜야 하는 계율과 정신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며 “승가대학과 승가대학원이 존재해 모든 강의와 프로그램을 직접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봉녕사는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출가학교를 열 계획이다. 제2기 출가학교는 올해 여름에 개설된다.

봉녕사 주지 진상스님은 장군죽비를 내리며 행자들의 정진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봉녕사 주지 진상스님은 장군죽비를 내리며 행자들의 정진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봉녕사는 고불식 전 삭발식을 거행했다. 봉녕사 주지 진상스님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봉녕사는 고불식 전 삭발식을 거행했다. 봉녕사 주지 진상스님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봉녕사
삭발식에서 3명의 행자가 삭발을 단행했다. 사진=봉녕사
삭발식에서 3명의 행자가 삭발을 단행했다. 사진=봉녕사
봉녕사 여성출가학교의 삭발식 모습. 사진=봉녕사
봉녕사 여성출가학교의 삭발식 모습. 사진=봉녕사
고불식을 마친 스님과 행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고불식 이후 본격적인 출가생활이 펼쳐졌다.
고불식을 마친 스님과 행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고불식 이후 본격적인 출가생활이 펼쳐졌다.
고불식 후 대적광전을 내려가는 행자들.

 

3명의 행자는 출가학교로 출가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 왼쪽부터 봉녕사 여성출가학교 학감 도연스님, 아녕 행자, 금강경 행자, 향운지 행자.
3명의 행자는 출가학교로 출가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 왼쪽부터 봉녕사 여성출가학교 도감 도연스님, 아녕 행자, 금강경 행자, 향운지 행자.

봉녕사 여성출가학교
‘행자’ 3인의 이유 있는 출가

봉녕사 출가학교의 ‘행자’들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고 서울부터 대구까지 사는 곳도 다르다. 그렇지만 모든 행자는 같은 마음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올곧게 배우고 싶다는 신심과 원력은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1기 학교에 입교한 11명의 ‘행자’ 중 인터뷰에 기꺼이 나서준 3명의 ‘출가’ 이야기를 들어본다. 행자의 요청에 따라 본명이 아닌 법명을 사용했다.

1월22일 고불식을 마친 행자들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데도 흔쾌히 응해준 입교자는 ‘아녕’ ‘금강경’ ‘향운지’ 행자다. 이들이 출가학교에 왜 왔는지 궁금했다.

“불교를 안지는 30년이 됐고 출가에도 관심이 있는 차에 좋은 인연을 맺은 거 같아요. 지금 정말 뛸 듯이 기쁘고 행복합니다.”(아녕 행자) “템플스테이는 종종 했는데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한 달이라는 시간이 충분할 거 같아 들어오게 됐어요.”(금강경 행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기 전에 지금까지 내 삶을 되돌아보고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살펴보고 싶었습니다.”(향운지 행자)

향운지(23)행자는 인터뷰에 응한 행자 중 가장 젊다. 불교 집안에서 자라나 불교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는 이 행자는 20대에 들어 삶과 죽음의 문제에 천착하게 됐고 불교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했다. “특히 죽음에 대한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윤회에도 관심이 많아 불교공부를 하면 그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출가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려고 합니다.”

금강경(56)행자는 사실 불교에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어머니가 믿는 불교가 무조건적이어서 어린 시절에는 반발심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어려움을 당하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불교를 본격적으로 공부한지는 3년 됐습니다. 불교대학에서 수학하고 있어요. 그 3년이 저에겐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사실 출가에 대한 생각도 밑바닥에 있어요. 아직 3년밖에 안된 초심자라서 (출가는) 망설여지긴 하지만, 출가학교를 통해 최소한 제2 인생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아녕(58)행자는 삭발을 단행했다. 출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행자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 늦었다고 여기며 안타까워했다. 은퇴자 출가 등의 길이 있다고 도감 스님이 설명하자 만면에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 제 궁극적인 목표는 출가입니다. 출가해서 부처님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40대 당시 출가 기회가 있었는데 세상 구경이 더 궁금했는지 결행하지는 못했습니다. 만약 지금이라도 출가할 수 있다면 부처님 법을 열심히 공부하고 사찰음식을 통한 수행을 꼭 해보고 싶어요.”

3인의 행자는 이제 하루를 보냈을 뿐이지만, 왜 이곳에 왔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디로 갈 것인지 명확하고 분명했다. 한 달이 지난 후 이 행자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지,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매우 궁금해졌다. 이것이 바로 출가학교의 힘이라고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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