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대표적 선사
학림사 조실 대원스님

옛 조사가 가리키는
깨달음 향한 지름길

6년 간 ‘조주록 강설’
두 권에 정리, 선보여

우리 시대의 대표적 선사 학산 대원대종사가 장장 6년 동안 진행해온 조주록(趙州錄) 법문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화제의 책은 최근 불광출판사에서 출간한 ‘조주록 강설’로, 상ㆍ하 두 권으로 구성됐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우리 시대의 대표적 선사 학산 대원대종사가 장장 6년 동안 진행해온 조주록(趙州錄) 법문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화제의 책은 최근 불광출판사에서 출간한 ‘조주록 강설’로, 상ㆍ하 두 권으로 구성됐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보리니 열반이니 진여니 불성이니 하는 말은 다 몸에 붙은 의복이거니와 또한 번뇌라고도 부른다. 따지지만 않으면 번뇌도 없는데 실제 이치의 경지가 어디에 있단 것인가?”(하권 24쪽)

‘조주록 강설’(학산 대원대종사 강설/불광출판사) 상ㆍ하권 표지
‘조주록 강설’(학산 대원대종사 강설/불광출판사) 상ㆍ하권 표지

그동안 선(禪)의 대중화ㆍ생활화에 심혈을 기울여 온 우리나라 대표 선사, 학산 대원대종사가 6년 동안 진행해온 <조주록> 법문을 두 권의 책에 담아냈다. 화제의 책은 공주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대원스님(전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이 2016년부터 장장 6년간 283회에 걸쳐 펼쳐온 조주록의 525칙 공안 법문을 정리해 펴낸 <조주록 강설> 상ㆍ하 두 권이다.

이 책은 조주선사 어록과 그에 대한 <선종송고연주>, <선문염송>, <염송설화>의 내용을 싣고, 대원스님의 착어와 송을 더한 것이다. 그래서 책을 펴낸 불광출판사와 ‘학림사 오등선원 조주록법어집발간위원회’는 이 책이 “사부대중에게 선에 대한 안목을 바로 정립하는 계기이자, 고준한 공안들로 이루어진 <조주록>의 진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수행에 관심 있는 불자라면 꼭 한 번 들어봤을 법한 대표적인 공안(公案)이 있다. 과거 선사들의 언행록에서 뽑아 현재까지 전해지는 공안은 무려 1700개. 그 수많은 화두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무자(無字) 화두’를 든다. ‘구자무불성(狗子無佛性)’, ‘조주무자(趙州無字)’로 일컬어지는 이 화두(話頭)는 중국 당나라 때 한 수행승이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하자 “없다(無)”고 답한 데서 기인한다. 간화선(看話禪) 공부에 있어서 선(禪) 수행자들이 가장 많이 참구해 온 대표적인 공안인 이 무자 화두는 ‘조주고불(趙州古佛)’, ‘천하조주(天下趙州)’로 명성 높은 조주 종심(趙州 從諗, 778~897)선사로부터 온 것이다.

조주선사는 당대의 임제선사가 할(喝)을 쓰고 덕산선사가 봉(棒)을 쓴 것과 달리, 말(言句)로써 ‘죽이고 살림(殺活)’이 자재하여 많은 이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했다고 한다. 그래서 조주선(趙州禪)을 일명 ‘구순피선(口脣皮禪)’이라고도 한다.

무자 화두를 비롯, 조주선사의 번뜩이면서 탁월한 선기(禪機)를 보여주는 ‘남전참묘(南泉斬猫)’, ‘정전백수자(庭前栢樹子)’, ‘끽다거(喫茶去)’,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 등의 고칙(古則)으로 이루어진 <조주록>은 오늘날까지 간화선을 대표하는 공안으로 자리 잡고 있으니 이 어록을 ‘간화선의 진수’이자 ‘화두선의 원조’라고 한다.

하지만 조주선사가 우리에게 남긴 질문은 우리 삶이 그러하듯 수학 시험 문제와 같이 ‘계산’해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답’은 없다. 대신 ‘길’이 있다. 알쏭달쏭한 수수께끼 같아 보이지만 조주선사와 옛 고승들이 그러했듯 조사가 가리킨 깨달음의 길을 우리가 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선사들은 강조한다. 지금 이 시대 그 길을 안내해 줄 선지식 가운데 한 분이 대원스님이고 이번에 발간한 <조주록 강설>은 그 매개체이다.

“조주스님 어록은 선의 종문에서 최상의 격외선 도리의 말씀이고, 또한 화두선도 조주스님이 원조이다. 조주스님이 ‘무(無)’라 한 거기서부터 간화선 화두가 시작됐다. 그래서 선의 골수요, 종문에서 최고의 고준한 진리의 말씀을 여러분이 6년 동안 들었다. 이 말을 듣고 조주스님처럼 안 됐다 해서 실망할 건 없고, 다만 똑같은 인간인데 조주스님은 그렇게 됐는데 나는 아직 안 됐으니, 나도 열심히 정진하면 조주스님처럼 고준한 지혜의 안목을 열게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더 분심과 환희심과 신심을 내라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알아듣기 어렵다는 이유로 선에 관심을 멀리하고 최상승의 길에서 퇴보해 버리는 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중생의 의식을 통해 아는 것은 중생의 습성만을 키우는 것이요, 중생의 의식을 벗어난 것이 반야지혜(般若智慧)이므로, 일체 분별과 알음알이를 내려놓고, 오직 일념 참구를 통한 깨달음이 종문의 법칙임을 잊어선 안 된다”는 것이 이 책이 말하는 핵심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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