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전법 앞서 'MZ 세대 이해' 열중

대학생전법위 워크숍 ‘토론’
‘대학생은 무엇을 원하는가’
밤 9시 넘게 치열한 논의

상월결사 대학생전법위 워크숍 첫 날을 마무리하는 권역별 토론이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서울 경기 종단협 전법위원들이 모인 토론조가 대학생 전법을 주제로 논의하고 있다.
상월결사 대학생전법위 워크숍 첫 날을 마무리하는 권역별 토론이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서울 경기 종단협 전법위원들이 모인 토론조가 대학생 전법을 주제로 논의하고 있다.

9월5일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은 늦은 밤까지 불을 밝혔다. 저녁공양 이후 밤 9시를 훌쩍 넘긴 시간까지 사부대중을 붙들어 놓은 것은 무엇일까. 상월결사 대학생전법위원회 워크숍은 9월5일 첫날 밤 7시부터 권역별 토론을 진행했다. 주제는 ‘대학생은 무엇을 원하는가’다.

6개 강의실로 흩어진 사부대중은 △대학 생활과 접목 가능한 불교 콘텐츠 △체계적인 동아리 운영지원 방안 △대학생과 함께하는 대중공사 정례화 등을 소주제로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생각을 풀어냈다.

서울, 경기 및 종단협 전법위원들은 한국문화연수원 소강의실에 모였다. 수도권이라는 특징으로 다른 지역보다 많은 대학이 밀집해있다. 교구본사는 직할교구 조계사, 제2교구본사 용주사, 25교구본사 봉선사가 존재한다. 신규 불교학생회 설립을 목표로 하는 전국 대학 가운데 38%가 몰려있는 규모에 비해 교구의 수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 이런 환경에서 수도권 지역 전법위원들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40여명 전법위원들의 논의는 다양했지만 종국에는 하나로 모아졌다. 토론 진행은 제2교구본사 용주사 기획국장 한정스님이 맡았다. 토론의 말문은 현역 대학생 불자가 열었다. 유정현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장은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불교 콘텐츠로는 템플스테이를 꼽을 수 있으며 스님과의 차담 시간도 선호하고 있다”며 “불교를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경향을 반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해 전법위원들은 템플스테이, 명상, 스님과의 차담 등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국대 불교학생회 지도법사 동진스님은 “학생들은 법회를 재미없다 하고 스님과의 차담, 명상, 마음 나누기 등이재미있는 불교활동이라고 말해 스님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원하는 걸 알 수 있다”며 “지도법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뭘 어떻게 할지 항상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불교에 원하는 것은 따뜻한 위로라는 진단도 나왔다. 조계사에서 템플스테이를 담당하는 혜원스님은 “조계사에는 20~30대 MZ세대가 많이 찾는데 아픈 청년들이 의외로 많다”며 “사회에 나와 적응하기 어렵고 취업이 안돼 스트레스를 받는 청년들은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 위로 받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경험이 풍부한 스님들에게서 대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파악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함에 있어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다. 바로 재정적인 지원, 즉 돈 문제다. 많은 전법위원은 대학생 포교를 위해 필요하고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이를 추진하는데 소요되는 예산 문제가 가장 어려운 숙제라고 털어놨다. 용주사 포교국장 무진스님은 “오늘 워크숍 일정 내내 주변 분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한결같이 재정적인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며 “불교학생회를 건실하게 하려면 재정적인 지원은 필수”라고 말했다.

템플스테이 명상 차담…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해
'재원 마련이 걸림돌' 지적도

예산 문제를 풀어내는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삼천사 총무 동원스님은 “재원 마련이 가장 어렵고 더 어려운 것은 이같은 지원을 지속할 수 있는가다”라며 “이같은 문제의 돌파구로 정부예산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동원스님에 따르면, 삼천사가 위치한 은평구청에 청년 취업 관련 사업이 있고 이를 잘 활용하면 사찰에서도 정부예산으로 불자 학생의 취업이나 자기계발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 스님은 “국고 사업을 활용하면 청년 포교도 하고 불교 인재를 양성하며 사찰 인력난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전법이 비단 조계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으로 범종단적으로 나선 종단협 소속 종단 스님들의 참석은 특별했다. 천태종, 진각종, 관음종, 태고종, 대각종 등 각 종단을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관음종 사서실장 법룡스님은 “이미 불교는 콘텐츠를 많이 갖추고 있으므로 대학생 포교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추면 된다”며 “이와 함께 포교를 위해 애쓰는 지도법사 스님들에게 힘이 되는 지원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전법위원들은 아쉬움을 남긴 채 첫 번째 토론을 마무리했다. 토론은 다음 날에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법위원들은 대학생 전법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논의했다.
전법위원들은 대학생 전법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논의했다.
호남권역 전법위원들이 토론하고 있다.
호남권역 전법위원들이 토론하고 있다.
강원 제주 비구니종회의원 등 전법위원들은 대강의실에 모여 토론했다.
강원 제주 비구니종회의원 등 전법위원들은 대강의실에 모여 토론했다.
충청권역 전법위원들의 토론 모습.
충청권역 전법위원들의 토론 모습.
영남권역 중 대구 경북지역 전법위원들이 토론하고 있다.
영남권역 중 대구 경북지역 전법위원들이 토론하고 있다.
영남권역 중 부산 경남 전법위원들의 토론 모습.
영남권역 중 부산 경남 전법위원들의 토론 모습.

이에 앞서 심도 있는 토론을 이끌기 위한 특강이 진행됐다.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이 ‘대학생 전법의 의미와 방향’를 주제로 기조발표했다. 이상훈 교수는 현재 대학생을 ‘합리적인 개인주의자’ ‘이상적인 세속주의자’ ‘실증적인 회의주의자’ ‘삼요(이걸요? 제가요? 왜요?)를 묻는 사람’으로 분석했다. 더불어 극심한 경쟁을 거친 세대로서 이익에 민감하고 약자에 대한 동정보다 강자에 대한 동경심이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이런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종교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 사례로 이 교수는 전기차 테슬라를 들었다. 굴지의 자동차 기업을 제치고 단기간에 최고의 위치에 오른 테슬라를 소개했다. 이 회장은 “불교의 모습도 테슬라처럼 이웃 종교들과는 다른 디자인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불교를 새롭게 디자인해서 판매자이자 소비자인 대학생이 가보고 싶은, 니즈를 느끼는 불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학생 전법의 네 가지 요소도 발표했다. △불교 명칭에서 벗어나 문화유산, 명상 등 동아리 다양화 △불자 교수 혹은 교수불자회와 연계해 연속성 담보 △5~10년 책임지는 전담 지도법사 제도 도입 △불교의 힘과 저력을 보여주는 교구단위 연합행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학생 전법 이렇게 합시다’ 주제 특강은 현재 불교학생회 운영 모범사례가 제시됐다. 신구대학교 불교동아리 불똥별, 경상국립대학교 불교학생회 연화, 경북대학교 불교학생회, 홍대선원의 글로벌 수행 놀이터 등이 대표 사례로, 실제 대학생 동아리를 창립하고 운영하는 스님과 교수, 학생 등 운영자가 생생한 이야기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홍대선원 사례를 발표한 준한스님은 “불교가 위기라고 하는데 청년도 위기를 겪고 있다”며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따뜻하게 웃어주며 말없이 차 한 잔 따라주는 ‘스윗한’ 스님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MZ세대에게 크게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인 ‘MBTI’로 대학생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도 알찼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입재식을 비롯해 특강, 토론 등 워크숍 일정 내내 자리를 함께하며 전법위원들을 격려했다.

내일(9월6일)도 워크숍은 계속된다. 아침공양을 마친 직후인 오전 8시40분부터 ‘대학생 전법 이렇게 하자’라는 주제로 권역별 토론을 펼치고, 허태균 고려대 교수가 ‘MZ세대의 이해와 접근’ 특강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상훈 교수불자연합회장이 기조 발표를 하고 있다.
이상훈 교수불자연합회장이 기조 발표를 하고 있다.
실제 불교학생회를 운영하고 있는 사례가 발표됐다. 신구대 불교동아리 불똥별 지도법사 해동스님이 직접 설명했다.
실제 불교학생회를 운영하고 있는 사례가 발표됐다. 신구대 불교동아리 불똥별 지도법사 해동스님이 직접 설명했다.
대학생과 MZ세대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MBTI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대학생과 MZ세대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MBTI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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