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이 만난 사람] 오언석 도봉구청장

사진 = ‘젊은 구청장’ ‘꾸밈없고 솔직한 구청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오언석 도봉구청장을 지난 11월15일 만났다. 사진 1 독실한 불자도 합격하기 힘들어 고시라 불리는 ‘조계종 포교사’ 자격증도 한번에 취득했다.  2 오언석 구청장 손에 ‘옴마니반메훔’을 새긴 반지가 눈에 띈다.
사진 = ‘젊은 구청장’ ‘꾸밈없고 솔직한 구청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오언석 도봉구청장을 지난 11월15일 만났다. 

의정부 소림사 '가스 배달' 봉사 3년
참선
·교리 등 접하며 불교 공부 시작

조계종 포교사자격증 한번에 합격

젊은 구청장수식어 맞게 소통 활발
일체 중생 구제가르침 마음 새기며
차별 없이 모든 이웃에 도움 주고파

한글 반야심경을 첫 구절부터 끝까지 줄줄 외우는 데 능숙하다. 인생의 가치관을 묻는 질문엔 머뭇거리지 않고 불교 핵심 교리인 팔정도(八正道)를 말한다. 금강경 사구게(四句揭)에 심취해 오랜 기간 공부했다며 가장 좋아하는 구절로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을 읊는다. 독실한 불자가 아니고서야 통과하기 어려운 조계종 포교사자격증을 갖고 있는 특이한 이력의 이 사람, 오언석 도봉구청장을 1115일 서울 도봉구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불교 공부를 처음 접한 건 스무살 무렵이다. 아버지 49재를 지냈던 의정부 소림사와 인연이 됐다. 어린 시절부터 천지 만물의 생멸(生滅)이나 양자 역학에 대해 뜻하지 않게 관심이 갔던 터라 어렵지 않게 불교 공부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호기심은 복작복작한 도시로 향하던 스무살 청년을 한적한 사찰로 이끌었다. 오언석 구청장은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이상하리만큼 절이 내 집처럼 편안했던 것 같다찾는 곳마다 사찰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참선이며 불교 교리를 접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 가스통을 지고 올랐던 의정부 소림사부터 떠오른다. 천보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 전기도 겨우 들여오던 시절, 찻길 하나 없는 작은 사찰에 가스 배달이 용이할 리 없었다. “누가 이 깊은 산까지 가스통을 지고 올라 오겠냐는 스님 말 한마디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로부터 한 달에 한 번,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LPG 가스통을 어깨에 짊어지고 산을 올랐다. 조금이라도 스님의 고생을 덜어주기 위한 마음이 컸다. 그 시간이 꼭 3년이다.

절에 가는 날을 정해두고 한 달 전 즈음 가게에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다가 산 밑에서 가스통을 받아서 가는 거죠. 절 있는 곳까지 제 몸 만한 가스통을 메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구요. 어쩔 땐 혼자 하기 싫은 마음이 들어, 친구 놈들 꼬셔서 같이 이고 지고 올라간 적도 많아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스님하고 이야기하는 게 좋은데, 절에 자꾸자꾸 가고 싶은데요.”

하면 할수록 끝이 없는 불교 공부였지만 그래서인지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 보이지 않지만 여러 갈래로 얽혀 있는 수많은 인과 관계들, 머릿속을 꽉 채웠던 풀리지 않은 의문들에 불교적 가르침을 대입하다보면 어느새 길이 보이는 듯했다.

오언석 구청장은 “‘잘 살아야 겠다는 생각, 그러면 대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의 끝에 불교가 있었다아주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원칙이 사성제와 팔정도에 모두 담겨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것,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이 가르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그리하여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 불교의 핵심 교리이자 오언석 청장이 찾아낸 답이다.

지금도 절에 자주 가지만 복을 빌진 않습니다. 불교는 기복 신앙이 아니니까요. 대신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죠. 일찍이 세상의 진리를 깨달으신 부처님을 스승으로 모시다 보면 자연스레 우주 만물의 이치를 알 수 있게 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한 게 영어, 수학, 과학도 아닌 불교 공부랍니다.”

독실한 불자가 아니고서야 취득하기 어려운 조계종 포교사자격증도 단 한 번에 취득했다. 포교사가 부족한 사각지대에서 전법 활동을 펼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활동은 많이 못했지만 소림사 가스 배달 봉사를 시작으로 지난 30여 년 간 알게 모르게 해온 신행과 봉사 활동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오대산 상원사 등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에서의 철야정진은 물론 스치는 인연이라도 사찰과 관련된 것이라면 작은 불사라도 선뜻 마음을 내왔다. 구청장으로 당선된 후에도 산과 사찰이 있는 곳이면 저절로 발길부터 갔던 터였다.

당선 후 관내 있는 천축사, 원통사 등 30여 개 사찰은 되도록 시간을 내 직접 가보려 하지만 생각처럼 많은 곳을 다니진 못해요. 독실한 불자들처럼 절에 가서 열심히 신행 활동을 하고 수행 정진하지 못하는 만큼 적어도 생활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 내에서,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려 노력하는 중이에요. 어떤 일을 대할 때 차별 없이, 편견 없이 공명정대하게 결정하려 하고 누구보다 소외된 이웃을 가장 먼저 염두에 두려고 합니다. ‘일체 중생 구제’, 그 안에 불교적 가르침이 녹아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오언석 청장은 요즘 관내 14개 동 주민센터를 번갈아 돌며 주민들과 직접 만난다. ‘일일동장으로 나서 청소도 하고 회의도 참여해 민원 사항을 직접 듣는다. 최근엔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어떻게 구정 운영에 반영할 지가 최대 관심사다.

소소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외에도 고도제한완화를 위한 정책적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재 도봉구 내 고도 제한 지역은 도봉1동과 방학23, 쌍문1동 일대다. 오언석 청장은 대규모 개발이 어려운 지역은 모아타운 등 소규모 주택 정비 사업을 추진해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설 생각이라며 “30년 이상 경과된 단지를 중심으로 잘 사는 동네 도봉을 만들기 위한 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살고 싶은 도봉 만들기, 깨끗하고 안전한 도봉 만들기는 오언석 구청장이 그리는 도봉구 미래다. 오언석 구청장은 도봉구 하면 낙후된 동네라는 인상이 강하다그 이미지부터 탈피시키는 것을 숙원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어린이, 청소년, 청년, 어르신, 여성, 소외 이웃 등 세대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 얼굴부터 비추는 오언석 구청장 앞엔 젊은 구청장’ ‘꾸밈없고 솔직한 구청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부처님오신날에는 절에 가지만 크리스마스 때는 기독교 조찬기도회도 가야죠. 하하.”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말을 건네는 오언석 구청장의 얼굴에서 얼핏 스무살 청년이 보였다. 30여 년 전 가스통을 짊어지고 산에 올랐을 무모한 청춘, 장난기 가득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온 몸으로 부딪혔을 청년을 말이다.

사진 = ‘젊은 구청장’ ‘꾸밈없고 솔직한 구청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오언석 도봉구청장을 지난 11월15일 만났다. 사진 1 독실한 불자도 합격하기 힘들어 고시라 불리는 ‘조계종 포교사’ 자격증도 한번에 취득했다.  2 오언석 구청장 손에 ‘옴마니반메훔’을 새긴 반지가 눈에 띈다.
독실한 불자도 합격하기 힘들어 고시라 불리는 ‘조계종 포교사’ 자격증도 한번에 취득했다.
사진 = ‘젊은 구청장’ ‘꾸밈없고 솔직한 구청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오언석 도봉구청장을 지난 11월15일 만났다. 사진 1 독실한 불자도 합격하기 힘들어 고시라 불리는 ‘조계종 포교사’ 자격증도 한번에 취득했다.  2 오언석 구청장 손에 ‘옴마니반메훔’을 새긴 반지가 눈에 띈다.
오언석 구청장 손에 ‘옴마니반메훔’을 새긴 반지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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