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조사 결과 공개

1951년 국방부 장관 李대통령에 ‘보고’
국방부 “6·25전쟁사 책자에 적극 반영”

한국전쟁 당시 양산 통도사에 설치된 제31육군병원(정양원) 분원의 실체를 증명하는 자료들이 확인됐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조사 결과, 6·25전쟁 기간 양산 통도사가 제31육군병원 분원으로 사용되었음을 사실로 확인했다”면서 “2025년 발간 예정인 <6·25전쟁 의무지원사> 등 6·25전쟁사 책자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조사 결과와 수집자료를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현문스님)과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에게 각각 송부했다.

군사편찬연구소는 2020년 9월~10월까지 전담 연구원을 배치해 국가기록원, 육군기록정보관리단, 의무사령부 군(軍) 내외 소장 자료를 조사해 통도사 야전병원 설치 여부를 확인했다.

<육군발전사>와 <의무부대사>에 따르면 1950년 12월12일 대전에서 창설된 제31육군병원이 되어 1·4후퇴 직후인 1951년 1월6일 부산 동래로 이동했으며, 1952년 6월25일 제31정양병원으로 개칭했다.

또한 조사 결과 1951년 11월과 12월 국방부 장관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고한 자료도 확인했다. 1951년 11월 15일자 ‘군병원 건물로 사찰건조물 사용에 관한 건’은 “양산 통도사 건물은 31육군병원 분동(分棟)으로 사용 중이며, 환자 1522명을 수용 중”이라는 내용이다.

1952년 12월11일자 ‘통도사 명도(明渡)에 관한 건’은 “대통령의 분부대로 육군참모총장으로 하여금 명도하도록 지시하였음”이란 내용이다. 명도는 건물, 토지, 선박 따위를 남에게 주거나 빌리는 것으로 육군병원으로 사용하던 통도사를 환원시키라는 지시였다.
 

한국전쟁 당시 육군병원이 있었던 통도사 대광명전에서 발견된 당시 부상병들의 낙서.
한국전쟁 당시 육군병원이 있었던 통도사 대광명전에서 발견된 당시 부상병들의 낙서.

영축총림 통도사 6월 호국위령제 예정
주지 현문스님 “역사 계승 노력” 다짐

이같은 공문 내용은 2019년 9월 통도사 용화전 미륵불소조좌상 복장에서 나온 연기문과 일치한다. 1952년 9월 구하스님이 붓글씨로 쓴 ‘용화전 미륵존불 갱(更) 조성연기문’에는 “경인년(庚寅年) 6월25일 사변 후 국군 상이병(傷痍兵) 3000여 명이 입사(入寺)해 (불기) 2979년 임진(壬辰) 4월12일에 퇴거했다”고 기록돼 있다.

‘불기 2979년 임진년’은 1952년이다. 이상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제31 육군병원 분원은 1952년 4월12일 통도사에서 철수했으며 명도가 결정된 것은 그해 12월11일이다.

영축총림 통도사는 그동안 한국전쟁 당시 육군병원 존재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2020년 3월 통도사 대광명전에서 퇴원, 전우, 정전 등 전쟁 관련 단어와 군인 모자, 탱크, 트럭 그림들이 새겨진 낙서를 발견했다.

이 낙서들은 단기 4284년, 즉 1951년 통도사 육군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던 병사들이 남긴 것이다. 또한 이병길 교사를 통해 통도사 성보박물관 자리에 있던 보광중학교 안정철, 김학조, 김두형, 류득원 졸업생 등의 증언을 청취했다.

통도사는 2020년 7월 제31육군병원 본원(동래)에 근무할 때 통도사 분원을 방문한 박기수 씨, 선친이 통도사 육군병원에 입원했던 고성록·고해록 씨, 해동중학교 재학시절 통도사 육군병원을 목격한 김용길 씨 등의 증언을 적극적으로 수집해 언론에 공개했다. 이러한 증언을 영상, 녹취, 문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해 사료로 만드는 등 한국전쟁 당시 부상 장병들의 치료 공간으로 제공한 통도사의 역사적 역할을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국전쟁 당시 통도사 육군병원 존재 사실을 기록한 통도사 용화전 미륵존불 조성연기문. 구하스님 친필이다.
한국전쟁 당시 통도사 육군병원 존재 사실을 기록한 통도사 용화전 미륵존불 조성연기문. 구하스님 친필이다.
통도사는 육군병원 관련자들을 직접 찾아 나서며 증언 등을 채록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사진은 광명전 부상병 낙서 ‘통도사야 잘 있거라’의 주인공인 고(故) 고재석씨의 유족들의 증언을 청취하는 모습. 왼쪽부터 고성록씨, 고해록씨, 통도사 기획국장 지범스님, 사회과장 정대스님, 최은영 월간 통도 기자.
통도사는 육군병원 관련자들을 직접 찾아 나서며 증언 등을 채록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사진은 2020년 7월 6일 대광명전 부상병 낙서 ‘통도사야 잘 있거라’의 주인공인 고(故) 고재석씨의 유족들의 증언을 청취하는 모습. 왼쪽부터 고성록씨, 고해록씨, 통도사 기획국장 지범스님, 사회과장 정대스님, 최은영 월간 통도 기자.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이 2019년 7월26일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을 예방하고 한국전쟁 당시 통도사 육군병원의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이 2019년 7월26일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을 예방하고 한국전쟁 당시 통도사 육군병원의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한편 민홍철 국회국방위원장과 정종섭 국회의원(20대) 등은 국방부 등 관계기관에 통도사 육군병원 자료 수집 등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며 관심을 나타냈다.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2020년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양산 통도사에서 야전병원 분원을 운영한 사항에 대해 연구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앞서 통도사에서 사망한 전사자, 의무기록, 군의관 기록 등 자료조사 당국에 요구하기도 했다.

통도사가 자리한 양산갑의 윤영석 국회의원과 양산을의 김두관 국회의원도 지난해 10월 불교신문이 보낸 ‘31육군병원 통도산 분원’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한국전쟁 당시 정부(군)기록을 확인하는 노력과 더불어 자료와 증언에 근거해 실체를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통도사가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를 통해 육군병원 운영 사실을 확인한 통도사는 나라를 위해 도량을 제공하고 부상병 치료 등에 나선 호국정신을 계승할 방침이다. 통도사 기획국장 지범스님은 “그동안 통도사 사중(寺中)을 비롯헤 역사적 사실을 규명을 위해 노력해 온 사부대중과 국방부 등 관련 기관에 감사드린다”면서 “호국의 달을 맞아 한국전쟁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재를 봉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은 5월13일 불교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불교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흔연히 나선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면서 “한국전쟁 당시 선대 스님들이 육군병원 분원이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한 사실을 후대에도 교훈으로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은 “국방부 조사결과 통도사 육군병원의 존재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만큼, 이제는 국가보훈처와 선양 방안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논의 과정을 거쳐 공개할 예정이니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통도사 육군병원의 존재 사실 확인은 자칫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질뻔 한 사실(史實)을 해당사찰에서 적극 발굴하는 자세를 나타냈다. 특히 현문스님이 주지로 취임한 후 용화전에서 통도사 육군병원 관련 연기문을 확인하면서 본격적으로 관계 기관에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한편 사찰 자체적으로 증명 노력을 다각적으로 기울여 역사복원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통도사 육군병원 관련 이승만 대통령 보고 자료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국가기록원 등의 자료에서 1951년 11월과 12월에 국방부 장관이 이승만 대통령에 보고한 공문서를 발굴했다. 공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군병원용 건물로 사찰건조물 사용에 관한 건 (1951년 11월 15일)

- 군기관의 사찰 건조물 사용은 분부에 의하여 엄금하고 있음.
- 경남 양산군 통도사 건조물은 31육군병원 분동(分棟)으로 사용 중인데.
- 동(同) 분동에는 내과 계통의 환자 1522명을 수용 중인데, 대체 건물의 구득(求得)이 곤란하니 월동(越冬)기가만이라도 계속 사용하도록 해주시기 복망(伏望)합니다.

○ 통도사 명도에 관한 건(1951년 12월11일)

-대통령의 분부대로 육군총참모장으로 하여금 명도하도록 지시하였음.
- 부근 일대에는 대체할 병사(病舍) 건물을 구득(求得)키 곤란함.
- 동(同) 지구의 치안 상태에 비추어 명도 후의 무(無)경비상태가 우려됨.
- 현재 부근 주민들도 병원 철거 후에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있음.

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이천운 경남지사장 woon3166@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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