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5년 부처님오신날 특집
인도 스님, 월정사서 재출가…“한국 스님 다 됐어요”

1999년 인도서 출가한 스님
2007년 월정사서 다시 출가

전통 강원과 동국대서 수학

월정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이어 ‘생태공원 원감’ 소임

4월7일 백운암 주지 부임해
날마다 울력 통해 사격 일신
기도 정진하며 수행처 일궈

4월27일 백운암 대웅전 앞에 선 도엄스님. 스님은 조계종 공찰 주지 가운데 첫번째 외국인 스님이다.

백운암(白雲菴)은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경강로 초원67에 위치한 고즈넉한 암자다. 신라 자장율사의 천일기도 수행처로 알려진 백운암은 중수와 폐사를 거듭하다 19691월 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 말사 백운암으로 등록됐다. 한동안 도량을 정비하지 못해 전각과 요사채가 노후해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지만 고즈넉한 암자에서 홀로 조용히 수행하며 기도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운을 갖춘 기도도량이라는 게 백운암 주지 도엄스님의 설명이다.

특히 백운암 주지 도엄스님은 조계종 첫 외국인 공찰 주지다. 글로벌시대를 맞아 외국 출신 스님들이 한국불교로 많이 출가하는데다가 외국인 스님이 한국에서 사찰을 창건하거나 주지 소임을 맡은 적은 있지만 장자종단인 조계종에서 공찰 주지 소임을 맡은 건 인도 출신 도엄스님이 최초다.

도엄스님은 인도 북동부지역인 아루나찰 프라데시주() 창글랑시() 출신으로 16세인 1999년 자비사(Moitri Buddha Vihara)에서 출가수행자로서의 길에 입문했다. 자비사는 도엄스님의 속가 할아버지가 뒤늦게 출가한 뒤 주석한 사찰로, 도엄스님의 아버지와 그 형제들은 속가 아버지가 주석하며 수행정진할 수 있도록 사찰을 창건해 봉정한 것이다. 도엄스님은 물론 강화 연등국제선원 주지 혜달스님,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수행과 전법하는 아노마라달시 스님이 모두 속가 사촌지간일 만큼 불심이 깊은 집안이다.

도엄스님이 15년 전인 20061227일 인도에서 한국으로 처음 건너왔다. 속가 사촌형인 혜달스님의 추천으로 한국으로 건너와 연등국제선원부터 찾아갔다. 혜달스님은 도반 스님의 소개로 도엄스님을 월정사로 출가시켰다. 도엄스님은 월정사 산내암자 사자암에서 행자생활을 한데 이어 조계총림 송광사 승가대학, 동국대 경주캠퍼스 선학과에서 수학했다.

도엄스님은 인도에 이어 한국에서도 구족계를 수지했다. 또한 월정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를 5년간 맡은데 이어 1년 여 동안 월정사 생태공원 원감 소임을 보고 있다. 소임을 살면서도 월정사와 서울을 오가며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도엄스님은 몽골리안인 차크마족() 출신으로 한민족과는 외모나 언어적으로도 이질감이 상대적으로 덜 느껴진다. 차크마족은 불교를 신봉하는 소수민족이기도 하다. 스님은 언어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자신의 말을 녹음해서 다시 들어보며 한국말을 보다 완벽하게 익히려고 노력했다. “한국 불자들에게 법문하거나 이야기를 할 때 이런 이야기를 먼저 던집니다. ‘인도 사투리를 써서 못 알아들을 수도 있으니 이해가 되지 않으면 다시 물어보세요. 그러면 이해할 수 있게끔 다시 쉽게 설명해드리겠다. 15년째 한국에서 살다보니 이제는 한국생활은 물론 한국 스님으로도 적응이 다 됐어요.”

도엄스님은 별세한 백운암 전 창건주인 고() 이옥재 보살의 49재를 거행하기 위해 지난 2월 월정사 스님들과 함께 찾아오면서 백운암과의 첫 인연을 맺었다. 경사진 길 양옆을 가득 메운 나무로 인해 진입로가 어두웠지만 도량에 들어서는 순간 환해지면서 조용하게 수행하기에는 좋은 도량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산신각 뒤편과 바로 앞에 위치한 기암괴석이 자리잡고 있는데다가 도량의 기운 또한 좋았어요. 열악한 제반 환경은 당시 눈에 안 들어왔어요. 그동안 대중생활을 계속 이어왔는데 한동안 혼자 기도하며 살기엔 부족함이 없다고 느꼈던거죠.”

이옥재 보살 49재를 마친 뒤 월정사로 되돌아온 도엄스님은 백운암에서 기도하며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주위 스님들에게 건넸지만 스님들은 오히려 만류했다고 한다. 도엄스님의 은사인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도 한국말에 서툰 외국인 스님인데다가 재정도 넉넉지 않은 사찰에서 주지 소임을 제대로 살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상좌 스님의 원력을 믿고 열심히 주지 소임을 살라고 격려하면서 주지 임명장을 건넸다.
 

백운암을 찾아온 불자와 차담을 나누는 모습.

36일부터 백운암에 주석하게 된 도엄스님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옥재 보살이 수년간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 사찰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엄스님은 대웅전과 산신각 사이에 위치한 노후된 작은 건물부터 헐어냈다. 이어 대웅전을 새롭게 장엄했다. 법당 내부를 새롭게 페인트칠한 뒤 조명시설을 교체하고 전기배선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불상은 물론 법당 곳곳에 내려앉은 묵은 먼지를 닦아내고 연등도 새롭게 내걸며 법당답게 꾸며 나갔다. 하지만 넉넉하지 않는 재정상황으로 인해 스님은 기술자를 부르는 대신 직접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작업에 나섰다. 전기배선을 하다가 합선돼 위험천만한 일을 겪기도 했지만 전기배선과 페인트칠하는 방법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일은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채워나갔다.

1달 반 동안 버린 쓰레기와 폐자재가 1톤 트럭 5대 분량이 나올 만큼 경내 곳곳을 손봤지만 손봐야 할 것은 여전히 적지 않다. 백운암을 찾는 불자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기도 정진할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대웅전에 난방시설을 갖춰야 하고 기도객들을 위한 방사와 화장실도 새롭게 꾸며야 한다.

모든 게 열악하고 손볼 일이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도엄스님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사라지지 않았다. 수행하고 기도할 수 있는 부처님 도량이 있는 만큼 열심히 수행 기도하다보면 부처님 가피로 모든 문제가 하나씩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월정사를 통해 인연 맺은 불자들이 백운암을 찾아와 청소나 울력을 해주고 연등도 달아주면서 힘을 보태주기도 한다.

하지만 백운암 신도라고 할 만한 이는 아직까지는 단1명뿐이라고 손꼽았다. 그 신도는 예전부터 백운암 신도로 다녔던 60대 우바새로 틈내는 대로 혼자 찾아와 기도하고 있다고 한다. 스님은 유튜브 채널 강원도횡성백운암&월정사생태공원을 통해 스님의 소소한 하루하루 일상생활을 사부대중과 나누고 있다. 도와줄 사람이 없어 스님 혼자서 스마트폰을 삼각대에 받쳐둔 채 영상을 촬영한다. 간단한 편집작업을 거쳐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다보니 다소 투박하긴 하지만 스님의 일생생활과 간절한 마음을 오롯이 엿볼 수 있고, 지역과 시간적인 한계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모든 게 부족한 상황속에서도 도엄스님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한다는 마음자세로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특히 뭐 먹고 사냐’ ‘이거 부족하니 고쳐야 한다등의 걱정과 불만은 최대한 안 한다고 털어놨다. 아침에 눈 띄면 450분부터 도량석을 돈 뒤 새벽예불을 올리고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보이니 주지로서 당연히 일을 하는 것이라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법회 또한 백운암과 인연이 있는 분들이 몇 명 오게 되면 자연스레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까를 생각하며 주지 소임을 살고 있어요. 백운암을 찾는 불자님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고 여러 종류의 나무 묘목도 경내에 심었어요. 미래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도량을 가꾸다보면 자연스럽게 인연 닿는 신도들이 오실 거라는 믿음을 갖고 부처님께 기도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산신각 뒤 큰 바위 위에서 내려다 본 백운암 전경 모습.

도엄스님은…

인도 아루나찰 프라데시주() 창글랑시() 출신으로 16세인 1999년 출가했다. 2006년 한국으로 건너온 스님은 이듬해 월정사 정념스님을 은사로 다시 출가했다. 송광사 승가대학과 동국대 경주캠퍼스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를 수료했다. 월정사 템플스테이 지도법사에 이어 월정사 생태공원 원감 소임을 맡고 있으며 47일자로 횡성 백운암 주지로 부임해 정진하고 있다.

또한 열악한 인도 고향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월정사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아 2018년 자비사에서 5분거리에 삼마사띠(sammasati, 正念)스쿨을 개교해 운영하는데 일조했다.

소소한 일상생활을 개인 유튜브채널 강원도횡성백운암&월정사생태공원을 통해 불자는 물론 일반인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백운암을 누구나 찾아와 기도하고 싶어하는 기도도량으로 사격을 일신시켜 나가는데 매진하고 있다.

횡성=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불교신문3666호/2021년 5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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