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신록 싱그럽게 우거진 광릉숲 30리길을 다 걷고 돌아온 사부대중 800여명이 봉선사 연지를 에워쌌다. 햇볕 알레르기 때문에 얼굴이 온통 벌겋게 부어오른 비구니 스님도, 무릎관절이 도져서 절둑거리며 겨우 당도한 일흔 노보살도, 발가락이 부르터서 마지막엔 이를 악물고 온 비구 스님도 함께 마주 섰다.
 

5월11일 사부대중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월결사 정신을 잇는 봉선사 자비순례가 봉행됐다.
5월11일 사부대중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월결사 정신을 잇는 봉선사 자비순례가 봉행됐다.
봉선사 연지 앞 미륵부처님 앞에서 자비순례 회향축원이 봉행됐다.
봉선사 연지 앞 미륵부처님 앞에서 자비순례 회향축원이 봉행됐다.

숙연한 분위기 속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스님이 회향축원을 올렸다. 힘겨운 발걸음에도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을 발원한 사부대중은 너와 나의 원만한 회향을 감축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나눴다. 5월11일, ‘천년 숲을 걷는다’는 주제로 봉행된 ‘봉선사 자비순례’ 현장이다.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왼쪽)이 봉선사 주지 초격스님에게 죽비를 전했다.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왼쪽)이 봉선사 주지 초격스님에게 죽비를 전했다.

오전 10시 봉선사 일주문 주차장에서 시작된 입재식. 2019년 상월선원 천막결사의 정신을 받들어 지난해 10월 동화사~봉은사 511km 자비순례가 봉행됐고 선운사와 해인사에 이어 이 날 봉선사가 교구본사로서는 세 번째 자비순례를 열었다. 순례대중은 자원봉사자까지 합쳐 총 800여명.
 

김남명 재25교구신도회장이 발원문을 낭독했다.
김남명 재25교구신도회장이 발원문을 낭독했다.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을 중심으로 교육원장 진우스님, 포교원장 범해스님을 비롯 불교신문 주간 현법스님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스님 등 중앙종무기관 종무원들과 교구본사 주지 스님 종회의원 스님 50여명 등이 동참했다. 동국대 이사장 성우스님과 상임이사 성월스님 등 동국대법인사무처와 동국대의료원에서 100여명의 직원들이 참석했고, 특히 동국대 농구부 20여명이 유니폼을 입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소속 직원도 40여명 동참했고 25교구 봉선사 대중 200여명과 함께 조광한 남양주시장 부부와 안승남 구리시장, 주광덕 전 국회의원도 순례길 전 구간을 같이 걸었다. 순례대중 전체는 발열체크와 안심콜,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정부와 종단의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했다.
 

환영인사를 하는 봉선사 주지 초격스님.
환영인사를 하는 봉선사 주지 초격스님.

상월결사 총도감 호산스님의 사회로 진행된 입재식에서는 삼귀의에 이어 회주 자승스님이 교구장 초격스님에게 불교중흥을 발원하는 마음을 담아 죽비를 전달하는 의식을 가졌다. 자승스님은 포교원장 범해스님이 대독한 순례인사를 통해 “교종의 법맥과 선종의 기상을 간직한 이곳 봉선사의 광릉숲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자연의 법석”이라며 “역대 고승들이 자연에서 탁마하셨듯이 오늘 광릉숲을 즐겁게 걸으면서 싱그러운 기상으로 세상에 그윽한 법향을 함께 전하자”고 말했다.

이어 봉선사 주지 초격스님은 순례 대중을 향해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초격스님은 “연두빛 고운 새싹 가득한 초록의 계절에 운악산 봉선사를 찾아주신 사부대중에 감사인사 드린다”며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광릉숲이 주무관청의 배려와 협조로 어렵게 개방된 것은 불교중흥을 발원하며 천년숲을 걷고자 하는 우리들의 열망과 기도 덕분”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오늘 마음껏 걷고 걸음마다 연꽃이 피어오르듯 코로나 종식과 불교중흥을 발원하는 마음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남명 제25교구신도회장은 발원문을 통해 “사회의 평온과 화합을 환하게 밝히겠다는 사부대중의 서원이 더없이 선명하기에 불은(佛恩)으로 열어주신 길을 따라 힘차게 걷고자 한다”며 “국민들이 편안하여 화합이 이루어지고,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여 이웃과 함께 화목하며 한국불교의 미래가 환하게 밝아지도록 일심으로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신록 우거진 광릉숲길과 자비순례단 모습.
신록 우거진 광릉숲길과 자비순례단 모습.

이 날 봉선사 자비순례는 일반에 개방되지 않은 광릉숲길 10여km를 포함 총 13km를 약 4시간에 걸쳐 단 한사람의 낙오자 없이 사부대중과 함께 걸었다.
 

봉선사 주지 초격스님이 회향식에서 윤성이 동국대 총장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봉선사 주지 초격스님이 회향식에서 윤성이 동국대 총장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봉선사 말사 내원암 주지 청진스님은 “상월결사 정신을 잇는 자비순례를 언론으로 보다가 이번에 처음 동참했는데 예상보다 힘겨운 여정이었다”며 “하지만 대중들과 일심원력으로 보낸 오늘 하루가 참으로 보람있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남양주 지역 국회의원을 역임한 주광덕 변호사도 “봉선사 스님들과 오랜 인연이 있어 오늘 자비순례에 함께 했다”며 “불교적 가치관이 코로나와 같은 국난극복에 좋은 영향력을 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양주=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사진=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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