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바라밀 가장 탁월


몸에 관한 한 ‘신통지’ 자재자
일체중생 번뇌 타오름 소멸
신체 청량…사섭법 동시 실천

등현스님
등현스님

 

부동지에서 한 찰나에 일으킨 지혜와 선행은 처음 발심한 이후 제7지에 이르기까지 성취한 선행으로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무량하다. 그 이유는 제7지까지의 보살들은 한 몸으로 보살행을 닦았지만 제8지의 보살은 의성신에 의지해 한량없는 몸과 지혜로 한량없는 신통지, 국토의 청정, 신구의 업의 보살행을 닦기 때문이다.


마치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큰 바다에 도착할 때까지는 큰 힘을 들여 노를 저어야 하지만 큰 바다에 도착하게 되면 바람의 힘에 의해 저절로 항해하는 것과 같이, 부동지의 보살이 광대한 선근의 자량을 잘 모아 대승의 배를 타고 잠깐 사이에 저절로 일어나는 무위의 지혜에 의해 일체지(一切智)에 들어간다. 그러나 애를 써야만 일어나는 유위의 지혜에 의해서는 십만 겁이 지나도 일체지에 들어갈 수 없다.


제8지에 도달한 보살은 큰 선교방편의 지혜로 성취한 무위(무공용)의 깨달음에 의해서 세계(lokadhātu)의 생성과 소멸을 알고, 또한 어떠한 업의 쌓임에 의해 세계가 이루어지고 무너지는지도 알며 또한 이루어진 세계와 무너진 세계의 머무름을 분명히 안다. 지수화풍을 구성하고 있는 한량없는 미립자(paramāṇu)의 차별된 모습에 대해 능숙하게 분명히 알뿐만 아니라, 천상에서 지옥까지 6도 중생의 몸을 구성하는 미립자들도 분명히 안다. 보살은 이와 같이 다양한 미립자를 분별하는 지혜에 들어 욕계·색계·무색계의 생성과 무너짐을 알고, 욕계·색계·무색계의 미세함, 광대함과 차별된 모습에 대해서 안다. 또한 삼계를 관찰하는 지혜로 여러 중생과 국토의 차별, 다양함을 잘 알아, 그 중생들이 태어나는 처소에 각각 몸을 나투어 깨달음을 일으켜 주는 것이다.


보살은 중생들의 피부색·성별·형상·키·뚱뚱함 등의 몸의 차별 그리고 수승한 믿음과 의향의 차별에 따라 불국토의 대중 가운데나 삼천대천세계에 이르기까지 몸을 두루 나투어 중생의 여러 가지 믿음에 응한 태어남을 성취한다. 보살은 이와 같은 지혜를 갖추고 하나의 불국토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헤아릴 수 없는 불국토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몸을 나타내어 여래를 친견하는 것이다.


부동지의 보살은 상(相)에 대한 모든 분별을 떠나 몸의 모양이 평등함을 얻었지만, 중생을 효율적으로 교화하고 인도하기 위하여 그의 몸을 여러 가지로 나투어서 교화를 성취한다. 보살은 중생의 마음속 깊이 원하고 뜻하는 바를 잘 알아, 때에 따라 교화시키고 인도할 뜻을 성취하기 위하여, 원하는 대로 곧바로 중생의 몸으로, 국토의 몸으로, 업보의 몸으로, 성문의 몸으로, 연각의 몸으로, 보살의 몸으로, 여래의 몸으로, 지혜의 몸으로, 진리의 몸으로, 허공의 몸으로 자신의 몸을 원하는 대로 보여준다. 보살은 또한 여래의 몸은 원력의 몸, 32상과 80종호로 장엄된 몸, 공덕의 몸, 지혜의 몸, 법신인 것을 꿰뚫어 안다. 보살은 이와 같이 몸에 관한 신통지를 얻어 일체중생 가운데 자재자가 된다.


보살은 수명과 마음, 물질, 업, 태어남, 수승한 믿음, 서원, 신통변화, 법과 신통 지혜의 자재함을 얻는다. 이러한 열 가지 자재함을 얻은 보살은 지극히 허물없는 신·구·의의 업을 일으킨다. 이 보살이 지닌 뛰어난 지혜문을 일으킴에 의해 큰 지혜지의 광명이 일체중생의 번뇌의 어둠을 사라지게 한다. 예를 들면, 대범천이 일천 세계를 자애로 가득 채우고 광명에 의해서 빛나는 것처럼 이 부동지에 사는 보살은 백만 불국토의 미립자와도 같은 세계에 이르기까지 크나큰 자애의 빛을 가득 채워 일체중생의 번뇌의 타오름을 차례대로 소멸시키고, 신체를 청량하게 한다. 그는 사섭법(布施, 愛語, 利行, 同事攝)을 동시에 실천한다. 그에게는 열 가지 바라밀 가운데 서원(adhisthana)에 의한 바라밀이 가장 탁월하다.

[불교신문3665호/2021년5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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