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하복 문화로 더욱 심각…차별금지법 제정, 지휘관 인식개선 필요

#사례1 수년 전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불자 간부 및 장병들의 법회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부대장은 부처님오신날 당일에 테니스 대회를 열었다. 이로 인해 불자 간부와 장병들은 부대장의 눈치를 보느라 테니스 대회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사례2 참모총장을 맡고 있는 한 군 장성은 개신교 장로이자 한국기독군인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자신에게 부여된 지휘권을 적극 선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의해 수사가 좌우된 군내 동성애자 색출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사례1의 주인공은 박찬주 전 육군 제2작전사령관, 사례2의 주인공은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이다. 최근 박찬주 전 사령관 부부가 공관병을 상대로 자행한 ‘갑질’ 행태가 군인권센터의 폭로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박찬주 전 사령관 부부의 갑질 행태 못지않게 심각한 점은 군대 내 지휘관들의 지위를 이용한 종교강요 행위다. 

오늘(8월8일)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된 김용우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역시 육군 제1군단장 재임 기간인 지난 2016년 CTS기독교TV와 군 선교 관련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업무협약 체결하는 등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위 사례에서 나타나듯 군대 내 지휘관들의 종교강요 행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직자가 개인적인 종교적 신념 때문에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한다면 이는 공직자로서 결격 사유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에는 “공무원은 종교에 따른 차별없이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공무원은 제1항과 관련하여 소속 상관이 중립적인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지시를 한 경우에는 이에 따르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군인 역시 국가공무원으로 국가공무 전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의무와 책임을 완수함과 동시에 군인 고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군대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군대 내에서 지휘관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엄격한 상명하복 문화, 군대 특유의 폐쇄성, 계급 우선주의 등으로 인해 지휘관 지시는 소위 ‘법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지휘관이라는 이유로 하급자들이나 장병 등 타인의 종교 자유를 침해하면서 종교적 신념을 설파하는 것은 명백한 지휘권 남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 내에서 지휘관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 하급자나 장병들에게 작용할 소지는 다른 공적영역에 비해 크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별·연령·종교·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사회 인권 수준 개선은 물론 군대 내 인권 의식 향상을 위해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은 더 이상 미뤄서 안 될 숙제다.

이와 함께 군 지휘관들의 인식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일정 계급 이상 지휘관의 경우 군대 내 영향력을 고려해 공공영역에서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내세우지 않겠다는 서약 등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이정우 육군본부 군종실 법사는 “과거에 비해 지휘관들의 인식이 개선돼 종교를 강요하는 행위는 많이 줄어들었다. 지휘관들 스스로도 조심하는 경향이 많다”며 “하지만 박찬주 전 사령관 사례에서 보듯이 잘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는 지휘관이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는 행위가 일부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정우 법사는 “(군 지휘관 종교강요 행위) 예방을 위해 제도 보완도 필요하지만 지휘관이 종교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불자 장병이나 간부들이 먼저 당당하게 불자임을 밝히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군대 내 불교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도록 종단적인 관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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