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죽음은 결국 가족의 죽음…모두의 공업(共業)”
산업재해 희생자 추모위령재 의미 조계종, 산재없는 세상 ‘약속’ ‘생명 존중’ 불교 가르침과 일치 유족들 “결코 남의 일 아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11월18일 조계사에서 열린 ‘산재사망 희생자 추모 위령재’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산업재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을 다짐했다. 더 많은 이윤과 빠른 결과를 얻기 위해 안전과 생명이 뒤로 밀려나는 사회구조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법문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불교의 생명 존중과 자비정신을 바탕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대변하며, 종교 지도자로서 울림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주노동자와 하청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가 처한 현실을 언급하고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총무원장 스님의 메시지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산업재해가 여전히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로 엄존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2024년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산재 사고 사망자는 827명, 질병 사망자는 1271명으로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총 2098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5.7명의 노동자가 사고나 질병으로 세상을 떠난 셈이다. 산업 사고의 주요 원인도 추락, 끼임 등으로, 세계 10위 경제 대국에 걸맞지 않게 여전히 후진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 3년간 산재 사망사고의 80.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으며, 하청 중심의 산업 구조 속에서 안전관리 체계가 무력화되는 현실도 심각하다. 외주화는 다시 취약 노동자들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단순 수치가 아니라 사회적 고통의 상징이 됐다. 총무원장 스님도 이날 법문에서 산재사망 사고는 단순히 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짊어져야 할 몫임을 강조했다.
불교가 산재사망 사고 예방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불교는 생명을 무엇보다 귀하게 여긴다. ‘불살생계’는 가장 중요한 계율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노동 현장에서의 죽음이 당연시되는 지금의 풍토는 부처님 가르침에도 역행한다. 생명존중의 가치가 경제적 효율성 앞에서 묻힐 때, 불교가 나서 이를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모두의 일터를 안전하게 만드는 적극적 행동이야말로 부처님 자비를 사회 속에 실천하는 길이다.
산재는 불교의 ‘공업(共業)’의 문제, 즉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짓는 업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죽음은 곧 가족을 파괴하고 공동체에 큰 상처를 남긴다. 열악한 노동 환경과 생명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생산 구조,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외면되는 고통 모두가 연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이재명 정부는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하다 죽는 노동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명보다 이윤을 더 중시하는 안전불감증, 위험을 하청, 또 재하청으로 떠넘기는 죽음의 외주화 등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한 반복되는 산재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불교가 나서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위령재에 함께한 유족들도 외롭고 힘든 이들을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을 약속한 종단에 깊이 감사하며 안전하고 차별 없는 일터 만들기에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태안화력에서 밤샘 근무 중 사망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한해에 수천명이 죽어도 국가는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데, 총무원장 스님이 유족들과 함께 연대해 힘이 되어 주겠다고 약속해 정말 뜻깊고 감사하다”며 “우리는 누구나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일터는 결국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라며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불교신문 3897호/2025년11월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