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대종사 원적] 제4대 조계종 포교원장 역임…군종교구 출범 ‘주역’
금산당 도영대종사가 걸어온 길 전 총무원장 월주스님 은사로 출가 금산사 주지로서 전북불교 ‘일신’ 신도교육 확립·템플스테이 선구자 “전법하는 스님만이 스님” 귀감 분향소 금산사 처영문화기념관 마련 영결식 11월24일 원로회의장(葬) 엄수
조계종 원로의원이자 제17교구본사 금산사 조실인 금산당(金山堂) 도영대종사(道永大宗師)가 11월20일 오전5시20분 주석처인 완주 송광사 약사전에서 원적에 들었다. 법랍 65년, 세수 84세.
도영대종사는 전법의 길을 묵묵히 걸으며 요익중생을 실천하고 인재 불사에 매진한 종단의 어른이었다. 1942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난 도영스님은 1961년 월주스님을 은사로 금산사에서 출가·득도(得度)했다. 1961년 금산사에서 금오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0년 법주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각각 수지했다. 당대의 선지식 금오스님을 시봉하며 정진했고, 용봉스님에게 교학을 익혔다. 해인사, 수도암, 극락암, 백담사 선원에서 화두를 참구했다.
1980년 제17교구본사 금산사 주지 소임을 맡으며 사격을 일신했고, 전북 불교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어린이·청소년·군법당 등 계층별 전법에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포교하지 않는 말사 주지는 주지직을 내놓으라”고 천명한 일화는 스님의 강한 포교 원력을 짐작케 한다.
전주 시내에 전북불교회관을 건립해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법회를 만들고 화엄불교대학을 설립하는 등 포교의 구심점을 만들었다. 전국에서 불교세가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는 전북 지역에 전법 포교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지역 포교뿐만 아니라 중앙의 주요 소임을 맡으며 종단 발전을 위해 힘썼다. 제8대부터 10대까지 3차례의 중앙종회의원을 비롯해 총무원 교무부장, 초·재심 호계위원, 법계위원 등 굵직굵직한 역할을 맡아 불교 위상 정립과 부처님 가르침을 홍포하는데 앞장섰다.
무엇보다 스님은 2001년부터 5년간 제4대 조계종 포교원장으로 일하면서 전법 원력을 꽃피웠다. 포교원장 시절 도영스님은 신도 교육체계 확립, 포교 단체 육성, 템플스테이의 성공적 운영, 해외 포교에 대한 관심, 사이버 포교 시작 등 시대변화에 맞춰 포교영역을 더욱 더 다변화시켜 나갔다.
원력의 정점은 ‘군종특별교구 출범’이다. 2005년 군포교 업무를 포교원에서 독립해 지금의 군종특별교구를 출범시킨 장본인이 바로 도영스님이다. 스님은 총무원과 중앙종회 스님들을 일일이 만나 군포교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설득하며 군종특별교구 출범을 이끌었다.
이처럼 도영스님은 군포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진심으로 실천했다. 1970년대 중반 금산사 총무 소임을 볼 당시 전주에 있는 35사단 군법당과 인연이 되면서 비롯된 스님의 군포교는 50년 넘게 변함없이 이어졌다. 부사관학교, 논산훈련소 군법당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군법당에서 군인들을 만나 위로를 전했다.
1994년 종단개혁 직후 논산훈련소 군법당 건립 추진위원장을 맡으며 불사를 원만하게 이뤄냈다. 포교원장 시절엔 전방에 연대급 법당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감로수 법문을 하고 장병들을 격려했다. 최근까지도 논산 육군훈련소 호국연무사에 직접 찾아가 장병들에게 계를 내려주고, 군포교 기금으로 거액을 희사하는 등 50년 넘게 군포교 활성화를 위해 헌신했다.
도영스님은 장학사업을 펼치며 인재 불사에도 주력했다. 스님이 장학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 금산사 주지 시절 때이다. 한 불자가 “지역 내 어려운 학생들을 절에서 기숙시키면 어떻겠느냐”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해왔고, 이에 감흥한 스님은 그 불자의 의견을 마음속에 늘 간직해왔다.
하지만 종단과 교구에서 주요 소임을 두루 맡으며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실행에 옮기지 못해 늘 무거운 마음을 갖고 있던 스님은 2010년 ‘백산장학재단’을 설립해 인재 불사에 아낌없는 지원을 펼쳤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없길 바라는 자비심의 발현이었다. 그렇게 스님은 백산장학재단 이사장으로 15년 넘게 전국 각지의 고등학생 대학생 등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응원했다.
이렇듯 출가수행자로서 스님의 삶은 ‘요익중생’의 실천으로 정리된다. 2020년 본지와의 특별인터뷰에서 “불자라면 보살도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부처님은 멀리 계신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곧 부처님이고 보살이며, 나아가 나와 인연이 없는 모든 존재까지도 마찬가지”라고 가르침을 전해주기도 했다.
2022년 종단 최고 의결기구인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선출돼 종도들의 귀감이 됐으며, 금산사 조실로 후학들을 제접한 스님은 11월20일 사바세계를 떠났다. 분향소는 제17교구본사 금산사 처영문화기념관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원로회의장(葬)으로 11월24일 오전10시 금산사 처영문화기념관에서 봉행되며, 다비식은 금산사 연화대에서 엄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