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불교문화의 정체성과 예술적 깊이 새롭게 발굴하길..."

불교중앙박물관·선운사, 11월18일 국립민속박물관서 선운사 본·말사 불교문화유산 집중조명 세미나 개최 선운사 삼지장, 고승진영, 내소사 개암사괘불 등 분석 총무원장 진우스님, 김영수 문체부1차관 참석 ‘격려’ ​​​​​​​내년 상반기 특별전시 ‘도솔산 선운사’ 준비도 박차

2025-11-18     여태동 기자 사진=장용준 기자
개암사 영산회 괘불탱.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중앙종회의장 주경스님, 제24교구본사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스님 등과 윤준병, 이원택, 박희승 지역 국회의원, 김영수 문제부제1차관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상] 선운사 본말사 불교문화유산 조명 세미나에서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창 선운사의 세 지장보살상과 고승진영, 석씨원류응화사적 목판을 비롯하여 내소사 동종,묘법연화경 사경, 내소사와 개암사의 괘불 등 교구 내 주요 사찰의 대표 성보들의 문화유산의 가치에 대해 조명하며 지역 불교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기 위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관장 서봉스님)과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 선운사(주지 경우스님)는 11월18일 오전10시부터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선운사 본·말사 불교문화유산’이라는 주제로 선운사 본, 말사의 불교문화유산의 가치를 조망하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 중앙종회의장 주경스님, 윤준병, 이원택, 박희승 국회의원, 김영수 문체부1차관 등이 참석해 교계와 문화유산계의 관심을 이끈 이번 세미나는 2026년 상반기에 개최 예정인 불교중앙박물관 특별전시 ‘도솔산 선운사’(가제)와 연계한 사전 학술 세미나로 기획해 진행했다.

세미나에서는 전북 지역을 대표하는 사찰인 고창 선운사, 부안 내소사, 부안 개암사 등이 봉안하고 소장한 조각, 회화, 공예, 서지, 섬유에 이르는 다양한 문화유산 분야를 폭넓게 망라했다.

개회사 하는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스님.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스님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 박물관은 전북 지역을 대표하는 명찰(名刹)인 선운사와 함께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특별전시 ‘도솔산 선운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세미나는 그 일환으로 기획되었으며, 선운사 본·말사가 간직한 성보문화유산의 가치와 예술성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중요한 자리로 선운사 본·말사의 문화유산을 깊이 있고 학술적으로 조명할 기회가 될 것이니 대중 여러분의 높은 관심과 호응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은 환영사에서 “선운사는 1,400년 역사를 지닌 역사 유산이자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보물과 유형유산, 천연기념물 등 지정된 문화유산 외에도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소중한 가치를 지닌 유·무형의 유산을 간직해오고 있으며 교구 말사에도 각각의 탁월한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어 전통문화의 보고”라고 “이번 학술 세미나를 통해 그동안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던 선운사 본,말사의 문화유산에 대한 가치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조명되고, 나아가 불교유산의 소중함을 재차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치사를 하고 있다.  이자리에서 원장스님은 "전북지역 불교문화의 정체성과 예술적 깊이를 새롭게 발굴하고 전통문화의 현대적 가치와 국제적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치사를 통해 “선운사는 백제 검단선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전북 불교의 중심 도량으로서 수행과 전법의 맥을 굳건히 이어왔고 사찰에 봉안된 불상과 불화, 경판 하나하나는 그 신앙의 깊이와 예술적 성취를 웅변한다”며 “이 귀한 논의가 전북 지역 불교문화의 정체성과 예술적 깊이를 새롭게 발굴하고, 나아가 전통문화의 현대적 가치와 국제적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축사하는 중앙종회의장 주경스님.
더불어민주당 윤준병(왼쪽부터), 이원택, 박희승 국회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중앙종회의장 주경스님도 축사를 통해 "선운사 본말사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잘 공유해 전세계에 알려 그 진면목을 드러내 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김영수 문체부 제1차관은 축사를 통해 “오늘의 논의와 만남이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며 불교문화가 새로운 시대에도 크게 빛날 수 있는 길을 찾는 소중한 발걸음이 되길 바란다.”며 “문화체육관광부도 우리 전통 사찰의 문화유산이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되도록 여러분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축사하는 김영수 문체부 제1차관.

세미나는 총 2개의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제1 세션 ‘선운사의 불교문화유산’에서는 불교조각사 연구를 대표하는 권위자인 정은우 부산박물관장(동아대학교 명예교수)이 ‘시대양식을 담은 도솔산 선운사의 삼지장’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선운사 도선암 금동지장보살 좌상.
선운사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좌상.
선운사 지장보궁 금동지장보살좌상.
정은우 동아대 명예교수.

정 교수는 “선운사 삼지장은 80-97cm에 이르는 큰 규모의 작품으로 독존상으로 조성된 우리나라의 지장상과 신앙을 대표하는 작품이며 특히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도솔암 ‘금동지장보살좌상’은 고려 후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삼지장은 공통적인 도상과 양식을 견지하면서도 시기에 따라 새로움을 추가하고 조형적인 차이점을 가지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솔암 지장상은 우아하면서도 단순한 형태가 특징인 반면, 참당암 지장상은 석조임에도 장식이나 두건의 접힘 등에서 장식성이 가미되어 화려함이 배가 되어 있으며 선운사 지장상은 더욱 화려해지는 경향으로 발전되어 옷 주름이나 두건의 2단주름 등에서 농후한 장식으로 발전되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며 “특히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은 83cm에 이르는 그 사례가 드문 조선 전기 15세기의 금동상인 점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 교수는 “선운사 삼지장은 우리나라 지장상 조성과 지장신앙의 유행을 선도한 독보적인 작품으로서 세 구 모두 국가유산청의 보물로 지정되어 가치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며 “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좀 더 구체적인 제작시기 및 봉안처, 여말선초의 지장 관련 기록 그리고 선운사 지장신앙의 성격 및 참법의 의례 구조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발표자로 나선 이용윤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선운사 불조도(佛祖圖)와 고승진영으로 본 문중 변화와 그 의미’의 주제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선운사는 정유재란 이후 18세기 전반까지 부휴계의 벽암파와 청허파 소요파가 공존하며 사찰을 운영하였으며 18세기에 부휴계 편양파의 환성당 스님의 문도가 활동하다 호암당 제자 설파 상언 스님의 후손들이 세거하였고, 조선 후기 선운사에서 일어난 승려 문중의 재편과 설파당과 백파당을 정맥으로는 문중 의식의 형성 과정은 3점의 불조도에 뚜렷하게 반영되어 있다.”고 밝혔다.

선운사 불조도 3점.
이용윤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어 이 교수는 “19세기 후반에 제작된 '불조도1'과 '불조도2'는 조선 후기 선운사에 활동한 고승들을 포괄하는 동시에 '불조도1'에 태고 보우, 청허 휴정, 편양 언기, 환성 지안, 호암 체정, 설파 상언, 백파 긍선스님을 배치함으로써 구성에 있어 '불조도2'에 기록된 고승들과 구분되는 선운사의 적전 법맥을 문자로 시각화했으며 20세기 전반에 조성된 '불조도3'은 설파당과 백파당 스님을 직계로 배치함으로써 20세기 초 설파·백파를 종파로 인식할 정도로 강했던 문중 의식과 정체성을 강하게 표출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선운사의 6점 진영에는 19세기 중엽 선운사의 조사 신앙이 반영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선운사가 간행한 석씨원류.
이상백 부산대학교 교수.

제2발표자로 나선 이상백 부산대학교 교수는 ‘선운사 <석씨원류> 간행과 목판’의 주제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선운사본 <석씨원류>는 조선 후기 18세기 선운사의 부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물이자 불서 간행을 위한 사찰 내외의 협업 구조와 개방적 유통 체계를 보여주고 목판에 남은 묵등은 단순한 수정의 흔적이 아니라 목판의 이동과 수용, 재간행의 과정을 드러내는 기록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했다.

선운사 영산전 16나한상.
유근자 순천대 연구교수.

3발표자로 나선 유근자 국립순천대학교 학술연구교수는 ‘선운사 영산전 조선 후기 16나한상 및 권속상의 복장물’의 주제를 발표했다. 유 교수는 “선운사 영산전 16나한상은 동시기 조각승 승호스님과 색난스님이 조성한 나한상과 달리 인도형, 신선형, 승려형 나한 도상이 결합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 교수는 “조성 발원문, 후령통, 다라니, 법화경 편이 수습되어 17세기 후반 나한상의 복장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에서도 매우 귀중한 자료이며 조각승 삼우스님이 수조각승으로 조성한 유일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조선 후기 불교조각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제2 세션 ‘선운사 말사의 불교문화유산’에서는 금속공예사 연구의 권위자인 최응천 동국대학교 석좌교수가 ‘국보 내소사 동종과 장인 한중서’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내소사 동종.
최응천 동국대 석좌교수.

최 교수는 “사찰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정비하며 중요 국가유산으로의 승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보물로 지정된 범종 가운데 국보로의 승격이 가능하다고 평가된 고려 범종 중 가장 으뜸으로 꼽힌 종이 바로 내소사 동종이었다.”며 “한중서라는 최고의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가치 외에도 아름다운 세부 장식은 고려 범종의 백미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었고, 총 높이 105.3cm에 이르는 고려 후기 종 가운데 가장 큰 크기로서 오랜 기간 내소사의 범종각에 걸려 있다가 지금은 완벽한 항온 항습 시설을 갖춘 수장고에 보관되어 앞으로의 천년 역시 잘 견뎌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4발표자로 나선 심연옥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명예교수는 ‘내소사 묘법연화경 사경보 및 포갑의 섬유사적 가치 재조명’의 주제발표를 했다.

심 교수는 “내소사 포갑 및 사경보는 조선 태종 연간의 실물 자료로서 여말선초 섬유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대단히 중요한 유산이며 국내 사경용 포갑과 사경보는 단일 사례로도 극히 희소할 뿐만 아니라, 포갑과 사경보 일습이 실존한 경우는 내소사 전래품이 유일하다.”며 “내소사 유물은 법화경 전권과 함께 포갑과 사경보가 일체 소실 없이 보존되어 사료적 가치는 대단히 높다.”고 강조했다.

내소사 사경보.
심연옥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명예교수.

심 교수는 “당대 섬유공예 연구 및 사경 장엄 문화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 사용한 직물 품종의 다양성과 장식 기법의 세밀함은 기술적 완성도가 높고 예술성을 겸비한 유물로 평가된다.”며 “고려 말 직물 전통과 원·명대(元·明代) 직물 문화의 영향이 융합된 전환기의 특징을 잘 보여주며, 국제 교류사적 근거와 함께 상호 영향 관계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5발표자로 나선 정명희 국립중앙박물관 미래전략담당관은 ‘조선 후기 불교의식의 시청각적 재현과 불화: 내소사와 개암사 영산회 괘불’의 주제 발표를 했다. 정 담당관은 “조선 후기의 괘불은 불교의례의 시청각적 구조가 회화로 변용된 결과물로 불교의식집에 보이는 청문과 봉청의 절차는 부처의 강림을 상정한 언어적 장치였으며, 괘불은 이러한 의식의 언어를 시각적 형상으로 가시화했다.”고 설명했다.

정 담당관은 “1700년 제작된 ‘내소사 영산회 괘불’은 의식집의 불보살 호명 구조를 화면에 직접 옮겨 놓음으로써 의식을 시각적으로 체계화한 첫 사례였으며 1749년의 ‘개암사 영산회 괘불’은 화승 의겸스님의 손을 거쳐 의식의 리듬과 강림의 절정이 시청각적으로 완결된 형식을 보여주었다.”며 “이 두 점은 단순히 도상의 계보로 이어지는 작품이 아니라, 불교의례의 청각적 구조가 시각적 질서로 치환되는 전환을 보여는 작품으로 범패승의 낭송이 청각을 통해 불보살의 강림을 호출한다면, 괘불의 대형 화면은 그 강림의 순간을 시각적으로 현전시켰으니 의식의 청각적 효과와 회화 시각적 응답이 결합되어 불보살의 강림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내소사 영산회 괘불탱.
정명희 국립중앙박물관 미래전략담당관.

정 담당관은 “내소사와 개암사의 영산회 괘불은 의식의 절차를 시각적으로 체계화했다는 점에서 조선 후기 불교 문화를 대표해 단순히 불화 양식의 발전 단계를 보여주는 미술사적 자료를 넘어, 불교의례가 청각 중심의 신앙 구조에서 시청각 중심의 신앙 체험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며 “조선 후기 불교의례가 수행자와 신도의 공동 참여를 전제로 한 감각적 실천의 장으로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발표를 마친 후에는 김정희 원광대학교 명예교수(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이사장)를 좌장으로 종합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은 문화유산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는 김미경 국가유산청 문화유산감정위원, 리송재 불교문화유산연구소 팀장, 심주완 불교중앙박물관 종무관, 박승원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이승희 국립순천대학교 학술연구교수를 지정 토론자로 활발한 논의가 이어졌고 참석한 청중도 함께하는 질의응답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