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 마을촌장, 열다섯 소녀…길 위에서 만난 부처님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만난 인도 현지인 인터뷰①
부처님이 걸었던 전법의 길, 그 길위에서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참으로 많은 이들을 만났다. 인도 주민들은 거리 곳곳에서 순례단을 반갑게 맞이해줬고, 순례단이 지나는 곳마다 인파가 몰렸다. 한국불교 사부대중의 걸음은 인도 사람들에게 매우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성지를 걸어서 순례하는 문화를 거의 찾을 수 없을뿐더러 외국인을 한번도 본적 없는 이들도 많다. 그들에게 순례단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길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한결같은 답은 “아차라다”다. 매우 좋다는 의미다.
온 마을 사람 거리로 나와 ‘환호’
순례단에 집 마당 내어주기도
순례단의 발걸음에 많은 현지인이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누군가는 신기한 듯 가만히 쳐다보기도 했지만, 이내 환영 행렬에 동참해 기념사진을 청하기도 했다. 순례단을 향해 박수치던 15살의 압헤이 굽트 군은 “새벽녘 떠오르는 해를 향해 같은 옷을 입고 줄 맞춰 걷는 수행자들의 모습이 매우 멋졌다”며 “나도 순례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종교적 열정에 감동해 집과 마당을 휴식처로 내어준 사람도 있었다. 삐파라바르만 마을 자바르 씨는 두 아들과 손자까지 모두 나와 “부처님이 걸었던 길을 걸어서 순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환호하는 마을 사람들 속 합장한 채 순례단을 가만히 응시하던 라데샴 씨는 “부처님을 이운하며 걸어가는 모습이 뭉클했다”며 “한국 순례단이 꼭 다시 와주길 바란다”고 했다.
순례단의 신심이 전해졌는지 ‘이심전심’ 인터뷰로 마음을 표현한 주민도 있었다. 디레스 싱 씨는 “알아서 써도 좋다”고 했다. 의미를 묻자 “마음을 함께 나눴기 때문에 당신의 마음은 내 마음과 같다”며 “당신이 느끼는 마음을 그대로 적으면 그것이 곧 내 마음”이라고 답했다.
순례단의 소식은 현지 언론을 통해서도 빠르게 전해졌다. 순례단이 지나길 기다렸다 환영의 꽃가루를 선사했던 현지인들은 한목소리로 “아차라가(매우 좋다)”를 외쳤다.
순례단 찾아 예경한 인도 불자들
“인도불교에 좋은 영향 줘 감사”
불자를 만나기 어려운 인도이지만 순례 내내 많은 불자들이 순례단을 찾았다. 한국 불자들이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시간에 맞춰 기다렸다는 65세 삼부 프라사드 씨는 순례단 스님들에게 인도식 예경을 올린 뒤 “사찰 스님을 따라 열 번 정도 순례를 다녀왔지만 한국 순례단처럼 오랫동안 길게 고행의 순례를 다녀본 적은 없다”며 존경을 표했다.
순례단에게 휴식지를 제공해준 불자도 있었다. 마노지 고탐 씨는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는 불교사상에 매료돼 불교를 믿게 됐다”며 “지역민들이 순례단 모습을 보고 감화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1500여 명이 한꺼번에 불교로 개종했다는 바가파르 마을도 지났다. 고타마 싯다르타의 ‘고타마’와 같은 성을 가졌다는 발데브 프라사드 고우탐 씨는 “부처님의 인간평등 사상만이 인도를 구원할 수 있을 것 같아 불교로 개종했다”며 “한국 스님들이 우리 마을을 지나 환희롭고 행복하다”고 했다.
모든 주민이 부처님께 귀의한 하리반단푸르 마을 사람들은 순례단이 지날 때까지 ‘부처님의 가피를 받았다’는 의미가 담긴 구호 “바그완 부드 키 카루나호”를 외치며 환영했다.
인도불교계를 이끌고있는 인도불교소사이어티 회원들도 순례단을 찾았다. 쿠마르 고탐 회장은 “우리나라에 있는 부처님 성지를 외국 스님들이 와서 순례하는 모습을 보니 각성 된다”고 했다. 순례단의 의식을 지켜본 회원들은 장엄함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포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불자의 한사람으로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인도 사찰에서도 순례단을 방문해 예불에 참여했다. 아마르나드 씨는 “환희심이 우러나는 최고의 의식”이라며 “순례단 모습을 보고 불교를 믿게 되는 인도인이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타종교도 환영…불교는 좋은 종교
평등사상 언급하며 원만회향 기원
타 종교인들도 순례단을 환영했다. 힌두교 신자 사치단난드 씨는 “평화와 생명존중을 상징하는 불교는 좋은 종교”라며 “이슬람과 서구 문화의 영향으로 인도에 불자가 많지는 않지만, 우리 문화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있어 점차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순례단이 그런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면서 “인도인 가슴 속에는 이 땅에서 나신 부처님이 종교와 관계없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힌두교 신자 고우탐 파스반 씨는 새불교운동으로 인도불교를 다시 일으킨 ‘암베드카르’를 언급하며 “그는 불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불가촉천민에게도 헌법에서 카스트제도를 타파한 신과 같은 존재”라면서 “한국 스님들이 우리 마을을 방문해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하르푸르 힌두교 사원에서는 순례자들에게 숙영 자리를 내어줬다. 사원 책임자 프레암 마한트 씨는 “여러 종교가 함께 공존하는 것 또한 우리 인도의 모습”이라며 “우리 사원에서 머문 인연이 지속되길 바라고, 순례가 원만하게 끝나길 신께 기도하겠다”고 했다.
바가완푸르 주민들은 순례단에 꽃비를 선사했다. 마을 촌장 아누프 판데이 씨는 “종교를 떠나 기도하는 마음은 모두 같다”며 “불교 순례단이지만 손님을 반갑게 맞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며, 환영할 기회를 주어 감사하다”고 했다.
인도=박봉영 편집국장
정리=진달래 기자 flower@ibulgyo.com
[불교신문 3761호/2023년3월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