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이 인도서 전한 가르침
“중생 속으로 들어가 부처님 법 전하자”
“20년 후조차 장담할 수 없다”
위기 속 한국불교 냉혹한 평가
‘참회’ 그만하고 ‘원력’ 세우자
‘21세기 전도선언’ ‘108원력문’
발표하며 중생 속으로 다가가
사회에 필요한 불교되자 당부
한국불교 위기 극복하는 길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포교”
회주 자승스님이 던진 ‘화두’
대중 모두가 ‘실천’해야 해결
‘한국불교 중흥’과 ‘세계평화’ ‘생명존중’을 발원하며 부처님 전법의 길을 따라 43일동안 1167km를 도보 순례하는 상월결사 인도순례가 원만회향했다. 특히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2019년 동안거 상월선원 천막결사를 시작으로 인도순례까지 직접 순례단 선두에 서서 때로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환한 미소와 눈빛으로 대중을 보듬어 안았고, 때로는 장군죽비와도 같은 경책을 통해 상월결사의 정신을 국내외에 알려왔다.
대중 앞에 나서 설법하는 일을 자제했던 회주 자승스님은 이례적으로 인도순례 이틀째인 2월10일 초전법륜지 사르나트 녹야원에서 자청해 법문을 설한 것을 시작으로 몇 차례 마이크를 잡고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끊임없는 변화를 당부했다. 스님은 이번 인도순례를 통해서도 ‘20년 후조차 장담할 수 없을 만큼 한국불교는 현재 위기다’ ‘우리 모두 중생속에서 전법하는 길만이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는 메시지를 한국불교 사부대중 모두에게 건넸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인도순례 둘째날부터 대중 앞에 나서 인도순례의 의미와 상월결사의 정신을 설파했다. 2월11일 연 인도순례 입재식을 하루 앞두고 사르나트 녹야원에서 설법에 나선 회주 자승스님은 상월결사 인도순례단 동참자들에게 인도순례를 하는, 해야 하는 이유부터 설명했다. 자승스님은 <신심명>의 첫 구절 ‘지도무난 유혐간택(至道無難 唯嫌揀擇) 단막증애 통연명백(但莫憎愛 洞然明白)’을 먼저 인용했다. 도를 이루는 것은 어렵지 않고 지극히 쉬우며 좋다 슬프다 나쁘다 이런 분별심만 내지 않으면 다 깨친다는 말씀이다. 이는 스님들이 수없이 많이 한 얘기고, 신도들은 늘 스님의 법문을 통해 들어왔던 얘기기도 하다. 도를 통하기 위해 수많은 납자들이 결제 때마다 2000명씩 앉아서 정진하지만 도를 깨쳤다고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게 회주 스님의 설명이다. 아울러 “깨달았다는 것은 세상의 이치를 안다는 뜻인데, 현재 그 이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건 누구의 잘못인가. 그것은 우리들의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회주 자승스님은 20년 후조차 장담할 수 없는 한국불교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나섰다. “초전법륜지 사르나트 녹야원이 기독교 성지였다면 이 자리가 유적지로만 남아 있었을까. 우리가 순례하는 불교 성지들은 유적으로만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현재의 한국불교로 화살을 돌렸다. “1700년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불교는 어떤가. 20년 후에는 이곳 성지와 같이 유적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출가자 수와 함께 신도 수가 줄어들고 있는 한국불교의 뼈아픈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스님은 한국불교가 문화재로서 보존 가치만 있는 존재로 전락하기까지의 시간은 먼 훗날이 결코 아님을, 20년 후 당장 다가올 우리들의 모습일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같은 엄혹한 현실을 분명히 알고 극복하자는 취지로 인도순례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회주 자승스님은 이어서 한국불교의 미래를 밝히는 방편도 제시했다. 바로 포교와 전법이다. 2003년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을 설립해 나란다축제를 열고 있는 회주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 재임 8년은 물론 퇴임 이후에도 공·사석을 통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포교”라고 포교를 늘 강조해왔다. 스님은 “포교는 개인이 일대일로 만나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많은 대중이 43일 동안 겉는 모습을 불자들이 보고 신심을 내서 내 이웃에게 부처님과 인연 맺도록 역할을 하는, 한국불교 중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씨앗을 심자는데 의의가 있다”고 당부했다.
첫 법문 다음날인 2월11일 상월결사 인도순례 입재식에서 회주 자승스님은 한국과 인도에서 찾아온 500여 명의 사부대중 앞에서 ‘21세기 전도선언’을 낭독하며 한국불교를 살릴 길은 ‘포교’라고 재차 설파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를 계기로 한국불교는 새로운 시대의 전도선언을 선포하고 포교에 진력하겠다는 원력을 세우자는 당부인 셈이다. 3월14일 부처님 탄생지 네팔 룸비니의 대성석가사에서 회주 자승스님은 동화사 신도들을 위한 법문을 내리면서 순례단에게도 순례의 의미를 다시 짚어줬다. 회주 스님은 “국민 속으로, 대중 속으로, 사회 속으로, 중생 속으로 사부대중이 떠나야 한다. 떠나지 않으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없다. 사부대중이여 떠나라!”라고 당부했다.
전법의 원력을 세우고 실천하는 한국불교가 되자는 강한 의지는 ‘108원력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108원력문 구상을 3월10일 처음 밝힌 회주 자승스님은 “참회라는 밭 그만 갈고 원력이라는 씨를 뿌리자”고 강조했다. “지난 50년 동안 108참회를 했다”면서 “이제 열심히 일군 밭에 원력이라는 씨앗을 심어 열매를 맺어야 한다”며 부처님 가르침 따라 전법에 온 삶을 바치자고 당부했다. 이에 순례대중인 포교원장 범해스님은 “상월결사 108원력문을 각 신행단체와 포교단체가 적극 활용하도록 독려하고 전법의지를 고취하는 방향으로 포교종책을 정립하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회주 자승스님은 순례 14일 차인 2월22일 부처님 정각지인 보드가야 마하보디사원에서 열린 ‘세계평화기원대법회’에서도 다시 한번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발심을 당부했다. 특히 회주 스님은 8년 전 인도 보드가야 마하보디사원을 방문했을 때 마이크를 잡고 뜻을 전하고 싶었는데 마음이 울컥해서 전하지 못했던 일화부터 소개했다. “인도에 와서 참담함에 놀랐고, 한국불교의 미래를 걱정하게 됐다”면서 “우리가 안일하고 방일하면 한국불교도 이처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울컥해 말을 잠시 잇지 못하기도 했다.
스님은 또한 “포교만이 한국불교의 살길이라는 생각해 틈나는 대로 포교방법을 제시하고 실천도 했다”면서 “우리가 걷고 있는 마음이 진실하고 간절하면 불교중흥은 이뤄질 것이지만, 관광지나 유적지로만 느끼고 가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없다. 참담한 현실 앞에서 우리가 발심하길 기대한다”고 다시 한번 당부했다.
‘출가절’ 하루 전날인 2월26일 나란다에서 저녁법회 후 회주 자승스님은 10년 전 쯤 신문에서 수녀가 줄어듦을 걱정하는 칼럼을 본 일을 소개하며 사회에 필요한 성직자가 돼야 한다고 순례단을 경책했다. 신부, 목사, 비구, 비구니 등 다양한 성직자가 있지만 그 칼럼 필자는 딱 집어서 수녀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했다. 그 걱정의 요체는 사회에 봉사하고 기여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점인데, 비구와 비구니 스님이 사회에 봉사하고 기여하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고 스님은 지적한 것이다.
회주 스님은 “앞으로 갈수록 불교는 어려워지는데, 사회에 필요로 하지 않는 불교가 무슨 필요가 있겠냐”라고 반문했다. 스님은 이어 “우리가 열심히 기도한 들, 사회는 스님네들이 줄든 늘든 관심이 없고, 세간의 관심사는 사회에 필요한 성직자에 대한 것”이라며 “우리는 사회에 필요한 성직자도 아니고, 우리 대를 이어갈 출가자도 못 만들고 있다”고 화두를 건넸다. 이는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진 결정적 이유인 “불교가 바로 필요할 때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과도 상통하는 대목이다.
회주 자승스님은 인도순례 마지막 순간까지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불교’를 강조하면서 “누구하나 사부대중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스님네들이 없다”며 인식의 전환을 주문했다. 회주 스님은 3월20일 인도 쉬라바스티 한국사찰 천축선원에서 출가자 수가 감소하는 한국불교의 현실을 지적한 뒤 “그 빈자리를, 이 종단을 누가 지켜가겠는가”라고 질문하고는 “”결국은 AI로봇 스님을 만들고, 재가불자를 준승려급으로 교육시켜서 스님네들의 빈자리를 대신해 종단을 함께 이끌어 가야하기 때문에 사부대중이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부처님의 전법의 길을 43일 동안 별다른 사고 없이 헤쳐나갔다. 회주 자승스님이 인도순례를 통해 제시한 ‘중생속으로 들어가 전법하라’는 화두를 이제는 사부대중이 받아안고서 끊임없이 실천해야 하는 일이 남았을 뿐이다.
인도=박봉영 편집국장 박부영 선임기자
정리=박인탁 기자
[불교신문 제3761호/2023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