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편집국장이 좇은 붓다의 길⑬] "왜 사부대중이 함께 하는 불교여야 하는가?”

"중생속으로 들어가 법을 전하라” 회주 자승스님, 소감발표 자리서 순례 대중에 당부 말씀 ‘강조’ 상월결사 기본정신·방향 제시 “지옥중생을 다 구제하겠다는 지장보살과 같은 원력 지녀라"

2023-03-21     박봉영 편집국장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이 3월20일 인도 쉬라바스티 한국사찰 천축선원에서 걷기정진을 회향한 순례대중에게 당부의 말씀을 통해 "우리가 불교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앉아있는 불교, 마음으로 하는 불교, 말로만 하는 불교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중생 속으로, 각기 능력과 업에 따라서 각계각층으로 모두 파고들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불교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상월결사 인도순례가 인도 현지에서 회향한 가운데, 순례를 이끈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이 순례기간 중 강조한 ‘사부대중이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함께 순례하는 대중에게 법문을 하지 않았던 회주 자승스님이 이번에는 직접 순례대중 앞에 서서 순례를 마감하며 당부의 말씀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3월20일 새벽 기원정사가 있는 인도 쉬라바스티에 도착했다. 기원정사에서 40일 행선을 마무리하는 회향식과 역대 조사 다례재 및 순례대중 천도재를 봉행한 뒤 귀국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회주 자승스님은 이날 저녁 한국사찰 천축선원에서 열린 자자를 대신한 소감발표회 끝자락, 마이크를 잡았다.

스님은 상월결사가 앞으로 미래의 불교는 사부대중과 함께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아느냐고 물었다. 순례대중 가운데 중앙종회의원들에게 먼저 물었다. 힌트를 줬는데도 답이 나오지 않자 직접 말을 꺼냈다. “조계종 종헌 8조에 보면 종단의 구성은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로 구성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누구하나 사부대중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스님네들이 없습니다.”

이번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했다. “왜 사부대중과 함께 하려고 하느냐. 20년 전에는 출가자가 500명이 넘었어요. 지금은 10단위로 줄어들었어요. 앞으로 10년 후에는 1명이 출가할지, 2명이 출가할지 모릅니다. 총무원장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3000개입니다. 그 빈자리를, 이 종단을 누가 지켜가겠습니까. 결국은 AI로봇 스님을 만들고, 재가불자를 준승려급으로 교육시켜서 스님네들의 빈자리를 대신해 종단을 함께 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사부대중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점을 확실히 인식해주길 바랍니다.”

단 한사람에게라도 더 불교를 전하기 위해 중생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이 상월결사의 기본정신이며 사부대중이 함께 하는 불교라고 설명했다.

초전법륜지 사르나트를 출발해 바이샬리, 보드가야, 쿠시나가르, 룸비니 등지를 거친 40일간의 순례를 통해 느낀 소감 자리 때문이었을까. 회주 자승스님은 걷고 걸으며 인도불교가 사라진 이유와 다르면서도 이상하게 닮은 한국불교의 현실, 그리고 그것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 역시 ‘전법’과 ‘사부대중’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인도불교가 왜 망했을까?’ 수도 없이 생각했다는 스님은 “불교가 한쪽에 치우치면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도불교가 귀족불교가 아니고 천민 속에 살아있었다면 그 수많은 사람을 다 죽여서 불교를 없앴을 수 있을까요? 귀족불교로 한쪽에 치우쳐있었기 때문에 사라졌습니다.” 

한국불교는 조선의 숭유억불 500년을 버틴 저력이 있지 않느냐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님의 진단은 달랐다. 조선은 불교를 쫓아냈을 뿐 철저히 파괴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슬람이 침범했거나 기독교가 침범했으면 한국의 사찰은 남아 있지도 않았을 것이고, 지금 인도와 비슷했을 것”이라고 했다.

원력을 다질 것을 당부했던 인도순례 입재법문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불교가 살아남기 위한 해법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 해법은 곧 상월결사의 앞으로의 방향이기도 하다. 

“한국불교가 살아남으려면 중생이 있는 곳은 지옥 끝까지라도 찾아가 모두를 구제하겠다는 지장보살과 같은 원력을 가져야 합니다. 앉아있는 불교? 중음신입니다. 마음으로 하는 불교? 식물불교에요. 말로만 하는 불교? 죽어가는 불교입니다. 우리가 불교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앉아있는 불교, 마음으로 하는 불교, 말로만 하는 불교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중생 속으로, 각기 능력과 업에 따라서 각계각층으로 모두 파고들어야 됩니다. 그렇게 부처님법을 전하는 것이 상월결사의 기본정신이고 사부대중과 함께 하는 불교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주시기 바랍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3월21일 럭나우로 이동, 마지막 정비를 마치고 뉴델리를 거쳐 3월23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곧바로 한국불교총본산 조계사로 이동해 오후 1시 회향법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인도의 한 불자 가족이 "나모 붓다야" 인사하며 순례단에 합장하고 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40일차, 마지막 행선 중인 순례단. 순례단은 이날 쉬라바스티 기원정사에 도착했다.
인도 쉬라바스티 기원정사에서 열린 걷기 정진 회향식.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기원정사 향실에 헌향과 헌화, 금강경 봉정을 올렸다.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박봉영 편집국장 bypark@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