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편집국장이 좇은 붓다의 길⑪] 순례단 보니 부처님 가피를 받았다는 주민들

2023-03-18     박봉영 편집국장

2600년전 부처님은 길에서 자고, 길에서 먹고, 길을 걸으며 법을 전했다. 상월결사 순례단이 우리나라 환경과 너무나 다른 인도에서 진행하고 있는 걷기 순례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말로써 전할 수 없는 것, 순례단은 위의와 행동으로써 전하는 중이다. 삼성, LG는 알아도 한국은 모르는 이들이 더 많은 인도인들에게 순례단은 신기할 따름이다.

날이 밝으며 순례단의 행선 모습이 눈에 보이면 사람들이 군데군데 모여든다. 도로를 낀 마을을 지날 때는 어김없이 박수가 쏟아진다. 똑같은 옷을 입은 수행자들이 길을 걸어서 순례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박수다.

새벽 2시40분 숙영지를 출발한 순례단은 세차례의 휴식을 거쳐야만 비로소 아침 해를 맞는다. 3시간 넘는 시간을 어둠 속을 헤쳐나가면 아침공양을 할 때 즈음 날이 환히 밝아온다.

바그완 부드 키 카루나호(Bhagwan Budh Ki Karunaho)

순례 38일차를 맞은 3월18일은 어둠 속에서 반가운 한 무리를 지나쳤다. 온 마을 사람들이 환영나와 한줄로 도열해 합장을 하고 있었던 것. 순례단의 선두가 다가오자 한 사람의 선창에 따라 모두가 함께 외쳤다. “바그완 부드 키 카루나호(Bhagwan Budh Ki Karunaho).” 순례단이 지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순례단이 마을 앞을 지난다는 소식을 듣고 온 마을 주민들이 환영을 나왔다. 모든 주민이 불자들로 두시간을 기다려 순례단이 지나자 “바그완 부드 키 카루나호(Bhagwan Budh Ki Karunaho)”를 외쳤다.

그동안 만났던 환영인파와는 달랐다. 예행연습을 한 것처럼 구호는 딱딱 들어맞았고, 서있는 줄은 질서정연했다. 주민들의 환대에 대해 합장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도 이전과 달리 “나마스테”하며 인사했다.

숙영지에서 일하는 현지인으로부터 순례단이 마을을 지난다는 소식을 듣고 온 마을 사람들이 나왔던 것. 이 마을의 이름은 하리반단푸르(Haribandanpur)다. 불가촉천민이 모여사는 이 마을의 모든 주민은 부처님에게 귀의한 불자들이다.

정확한 시간을 몰라 두시간을 기다려 외쳤던 구호는 ‘부처님의 가피를 받았다’는 의미다. 한국의 스님들이 마을 앞을 지나는 것을 그들은 부처님의 가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어떤 환대 보다 기분좋은 말이다. 인도불교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한 이 마을주민 람모타르 바르티(Ramautar Bharti) 씨는 “부처님이 걸었던 전법의 길을 따라 걷는 한국의 스님들은 우리들을 축복해 주었고 행복하게 해주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마을 지날 때마다 뜨거운 환대

날이 밝으며 순례단의 행선 모습이 눈에 보이자 사람들이 군데군데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박수를, 누군가는 신기한 듯 가만히 쳐다보곤 했다. 우타르 프라데시주로 접어든 뒤 계속되는 환대다. 도로를 낀 마을을 지날 때는 어김없이 박수가 쏟아진다. 똑같은 옷을 입은 수행자들이 길을 걸어서 순례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순례단이 신기하다는 소우랍 모단왈.

박수다. 12살의 소우랍 모단왈(Sourabh Modanwal) 군도 열심히 박수를 쳤다.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6클래스 학생인 모단왈 군은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어떤 행렬인지도 모른채 사람들을 따라 박수를 쳤다. 차림새와 걸어서 순례하는 것 자체가 엄청 신기할 뿐이다.

모단왈 군은 “아차라가”를 말하면서도 신기한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걸어서 성지를 순례하는 한국불교 순례단을 잘은 모르지만 어렴풋이 이해할 것 같다”는 모단왈 군은 “웃으며 박수칠 때의 좋은 마음이 순례단에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처님 가르침이 다시 서쪽으로…

순례단은 ‘부처님의 땅’ 시다르트나가르 경계를 지나 쉬라바스티가 포함돼있는 발람푸르(Balrampur)에 접어들었다. 이곳에서 쉬라바스티까지의 거리는 50여km다. 순례의 회향지가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시다르트나가르와 발람푸르 경계를 이루는 다리를 건너자마자 지역주민들이 환영을 나왔다. 노바스타 칼라(Naubasta Kala) 주민들은 알록달록 색이 들어간 가루로 “웰컴 투 노바스타 칼라”를 도로에 쓰고 순례단에 꽃다발을 선사했다.

시다르트나가르에서 발람푸르로 넘어가는 경계, 주민들은 순례단을 성대히 환영했다.

20여명의 주민들은 차량으로 순례하는 외국의 스님들은 봤지만 걸어서 순례하는 것을 처음 봤다며 “먼 나라에서 우리나라에 와서 부처님 성지를 걸어서 순례한다는 것에 놀랍고 자신의 종교를 위한 신념에 부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또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시아의 동쪽 끝에 있는 한국에까지 전해졌다는 것 역시 놀랍다”며 “순례단의 걸음이 부처님의 가르침이 다시 서쪽으로 전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후아초등학교는 순례단이 쉴 자리에 ‘랑골리(Rangoli)’를 정성껏 그려놓았다. 랑골리는 힌두교 축제 기간 집을 방문하는 신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집집마다 집안 곳곳에 그려놓는 전통문양이다. 순례단을 맞는 마음이 담겼다.

순례단 방문에 “신의 축복 받은 것”

숙영지 도착에 앞서 마지막 휴식지 마후아초등학교(Primary School Mahua)는 순례단에게 특별한 장소로 기억될만하다. 인근 마을의 학교 교사들까지 이 학교로 모여 학생들과 함께 순례단을 환대했다.

신들을 맞는 '랑골리'를 새겨 순례단을 환영한 알록 쿠마르 팔 마후아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순례단이 쉴 자리에 꽃모양의 ‘랑골리(Rangoli)’를 정성껏 그려놓았고, 목을 축일 물을 준비해 순례단에 제공했다. 랑골리는 힌두교 축제 기간 집을 방문하는 신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집집마다 집안 곳곳에 그려놓는 전통문양이다. 순례단을 맞는 마음이 담겼다.

회주 자승스님과 총도감 호산스님, 각 조장 스님 등은 정성을 기울여준 교사와 학생들에게 염주와 단주를 걸어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준비한 염주가 부족한 상황이 되자 순례단원들은 자신이 걸고 있던 염주를 내어주기도 했다.

알록 쿠마르 팔(Alok Kumar Pal) 마후아초등학교 교장은 “한국의 스님들이 우리 학교를 방문해주신 것은 신의 축복을 받은 것과 같다”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이 밀려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인사했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순례단이 현지인들과 교감과 소통하기 위해 매일 순례를 돕는 이들과 현지 주민들에게 포상과 선물을 하고 있다.
순례단의 안전과 안내 등을 지원하고 있는 현지경찰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나눈다.
순례단은 순례단을 환대해주는 현지 주민들과의 교감을 통해 인도불교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곤 한다.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박봉영 편집국장 bypark@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