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 11일차] “하늘에서 신이 내려오는 것 같았다”…환희심 느끼는 인도불자들

2023-02-19     인도 비하르주=박부영 선임기자
순례단이 가는 곳 마다 환영인사가 넘친다. 순례단도 도보로 지쳐 있지만 인사를 잊지 않는다.

하늘에서 신이 내려오는 것 같았다

보리수 아래에서 깨우치신 부처님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말씀을 하신 분으로 안다. 우리가 아닌 불교신자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 너무 놀랍고 행복하다

인도 불자가 보는 한국에서 온 상월결사 순례단을 바라보는 인식이다.

순례 10일 째인 218일 저녁 숙영지인 파르사 마을에서 인도 불자들과 뜻 깊은 만남을 가졌다. 이 마을은 인도 사성제 계급 중에서 가장 하층에 속한다는 달리트(불가촉 천민)였지만 암베르카르 박사의 영향을 받아 불교도로 개종한 마을이다. 마을 인구 1000여 명 중 절반이 불교도로 개종했다.

파르사 마을 불자들은 한국에서 온 순례단이 마을에 묵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마을 길, 학교 화장실을 청소하고 풍선을 불어 장엄했다. 돈이 없어 꽃을 준비 못해 박수로 순례단을 환영했다가 꽃으로 장엄한 부처님을 보고 기어이 꽃 공양 올렸다. 이들이 올린 꽃은 두 송이였다. 진오스님은 그 꽃이 진정한 빈자의 일등이라며 감격했다.

경찰의 제지로 순례단 캠프에 들어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바깥에서 기다리던 마을 불자들은 저녁 9시가 넘어서야 사실을 안 순례단을 만날 수 있었다. 순례단장 원명스님, 대변인 종호스님, 비구니 조장 묘수스님 등 순례단 관계자들이 파르사 불교소사이어티의 리네 쿠마르 고톰 이사장과 마을 법당 다완 보드 스님 등 불자 대표를 만났다. 고톰 이사장은 순례단 관계자들을 만나자 마자 순례단의 방문을 보았을 때 우리는 천상에서 신들이 내려오신듯하다고 느꼈다며 머리를 땅에 대고 종호스님의 발 아래 입을 맞추었다. 발에 입을 맞추는 것은 부처님에 대한 경배다. 천상에서 내려온 신을 대하듯 최상의 존경을 표한 것이다. 이들은 부처님 존상을 그린 액자를 선물했다.

회주 자승스님에게 액자를 선물하는 불자마을 대표들
11일 째 숙영지에서 주민 대표와 함께

순례단도 화답으로 마을 법당을 찾아 참배하고 불사금을 보시했다. 이들은 20년 전 법당을 만들어 마을 불자들의 수행 공동체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종호스님은 암베르카르 박사가 어떤 분인 지 한국의 스님과 불자들도 잘 알고 존경한다인도에서 불자로서 신심을 이어가고 있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파르사 마을은 부처님께서 성도 후 사르나트로 5비구를 만나러 갈 때 지나갔던 불교사에서 매우 뜻 깊은 지역이다.

파르사 마을 불자들과 만나기 전 저녁 예불시간에는 다른 마을 불자들이 찾아와 법회에 참석하고 순례단 회주 자승스님에게 부처님과 암베르카르 박사가 함께 있는 액자를 선물했다.

파르사 불자들은 19일 새벽 2시 보드가야를 향해 떠나는 순례단을 배웅하며 작별을 아쉬워 했다. 순례단은 파르사 마을을 떠나 엄어와로 가는 길에서도 불자들을 만났다. 파르사에서 4km 가량 떨어진 칼리지에서 이 학교 불자 교사들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범해스님(포교원장)이 순례단을 대표해 염주를 목에 걸어주었다.

무대 위 배우와 관객처럼 서로 떨어져 합장하고 인사하던 상월결사 순례단과 인도 불자들은 파르사 마을에서 보듯 시간이 가면서 접촉이 잦아져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가는 중이다. 인도불자들은 한국에서 온 대규모 순례단을 보며 환희심을 느끼고 용기를 갖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파르사 마을에서 만난 산푸르살라(15)순례단에서 스님과 일반인이 함께 하는 것을 보며 많은 이들이 희망을 느낀다불교가 인도에서 나와 한국과 중국, 일본, 스리랑카, 미얀마 등 많은 국가로 전파됐는데 인도서는 매우 적다. 순례단 방문을 계기로 인도에서도 불교가 다시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르사 마을 법당 다완 보드 스님은 한국 순례단의 방문이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순례단도 이들을 위해 인도 말로 순례의미를 들려주며 불자로서 자긍심을 갖도록 한다. 또 저녁 예불에 찾아오면 꼭 참석토록 한다. 순례가 한국불교 중흥을 넘어 인도 불교 중흥의 단초를 제공하는 셈이다.

한편, 1911일 째에 접어든 순례단은 파르사를 떠나 마자울리 상히커드 차르카와를 거쳐 엄어와에 도착했다. 이 날도 전 날 처럼 30km를 걸어 이동했다. 이동 경로에서는 소와 사람이 함께 사는 마을 골목길, 벽돌을 만드는 빈민가, 시장통 등을 지났으며 처음으로 철길 건널목을 건넜다. 이 날 아침 공양은 펄펄 끓는 떡국이 나와 순례단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숙영지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부처님을 가운데 모시고 인도국기와 태극기를 그린 환영 벽화를 조성해 순례단을 환영하는 마음을 보여주었다.

11일 째에도 환자가 여럿 나왔다. 총도감 호산스님은 차도가 있지만 여전히 걷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발목을 다쳐 치료를 받아 전날 차량 이동했던 현조스님은 이 날은 의료팀의 만류에도 도보 순례와 차량 이동을 병행하는 등 붓다의 길을 제 발로 가겠다는 순례단의 의지가 충만하다.

순례단은 장시간 순례로 지쳐있지만, 환영해주는 인도 주민들에게 인사를 잊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사르나트 가는 길에 들렀던 파르사 마을 대표와 순례단 대표의 만남.
포교원장 범해스님이 칼리지 불자 교사에게 염주를 걸어주는 모습.
불상이운하는 제정스님.
순례단이 가는 곳 마다 환영인파가 넘쳐난다. 인도에 희망을 전하는 순례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순례단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내주는 인도 주민들.
순례단을 맞아주는 인도 주민들.
인도 주민들에게 순례단은 어떻게 비쳐질까? 환영인파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순례단이 지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천진난만한 인도 어린이들.
따뜻한 환영은 지친 순례단에게는 큰 힘이 된다.
흙먼지와 오염된 공기로 숨을 쉬기 힘들지만 순례단은 부처님이 걸었던 길을 따라 묵묵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부처님께서 걸으셨던 길을 따라 가는 순례단.
떡국 아침 공양
걷느라 몸은 힘들어도 서로 배려한다. 그래서 웃음을 잃지 않는다.
하루 순례를 마치면 모두가 힘이 들지만 서로에게 도움을 준다.
지친 몸을 풀고 있는 순례단 스님.

 

기차 철길 건널목을 순례단.

인도 비하르 주= 박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