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 10일차] 부처님이 걸었던 길, 우리는 묵묵히 걷고 또 걷습니다

2023-02-18     박부영 선임기자
대나무 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너는 순례단들

10일 차를 맞은 상월결사 인도순례가 아무 탈 없이 원만하게 진행 중이다. 이에대해 상월결사 측은 인도 정부와 경찰의 적극적 안전 조치 덕분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 대변인 종호스님은 218일 행선을 마친 뒤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순례단 안전에 만전을 기해주시는 인도 경찰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종호스님은 인도 경찰의 이러한 안전 지원은 우리 외교부와 인도 정부의 긴밀한 협조 덕분이라며 양국 정부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했다.

스님은 이번 순례를 위한 양국 정부의 협조와 교류, 현장에서 보여준 인도 지방 정부와 경찰의 적극 지원은 순례의 종교적 차원을 넘어 한국과 인도 양국 우호 증진과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있음을 본다고 덧붙였다.

상월결사 측의 언급처럼 순례단 안전을 위한 인도 경찰의 지원은 헌신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적극적이다. 경찰은 순례단이 도착 할 때부터 지역을 벗어날 때 까지 24시간 밀착 경호한다. 순례단이 가는 곳 마다 구름처럼 많은 주민이 몰려들기 때문에 혹시 모를 불상사를 예방하는데 정복 차림을 한 경찰의 존재는 그 자체로 큰 도움이 된다. 경찰은 행선 중에는 순례단 앞 뒤 좌우에 배치돼 차량을 통제한다. 인도인들은 차선 개념이 희박하고 앞지르기가 예사로 일어나 사고 위험이 높은데 경찰의 통제로 안전한 행선을 유지하는 중이다.

상월결사 대변인 종호스님은 한국 불자들이 주한 인도 대사관에 전화해 감사를 표시한다면 안전한 순례에 도움도 되고 한국과 인도 우호 증진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경찰의 헌신에 대해 순례단은 회향 때 마다 인도말로 감사를 표한다. 수많은 주민과 경찰 간부를 비롯한 경호 경찰을 향해 순례단은 안전한 순례를 위해 노력해준 경찰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린다나마스떼를 합창한다.

10일 차 안개 낀 마을 길, 시장길 등을 지나는 순례단
오늘도 어김없이 많은 시민과 불자들이 나와 적극 환영하고 합장 인사했다. 순례단도 합장으로 화답한다.

순례단이 가는 길에 나와 열렬히 환호하는 인도 불자들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순례단이 지나는 마을 마다 남녀노소 수많은 인파가 몰려 박수로 환영한다. 그 중에는 합장하거나 꽃을 뿌리며 환영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불교신자들이다. 예상외로 많은 인도 불자들에게 놀라고 이들의 환대에 순례단은 고무돼 있다. 종호스님은 순례 도중 보여주시는 인도 국민들의 예상치 않은 환영은 순례단에 큰 힘이다. ‘나무 붓다하며 표현해주는 분들이 많아 정말 기분 좋고 합장 인사해서 스님들이 무척 힘이 된다고 순례단 반응을 전했다.

한편, 10일 차 행선은 손나가르에서 파르사 까지 30km에 걸쳐 진행됐다. 이 날도 어김없이 새벽 2시 도량석으로 하루를 시작한 순례단은 새벽예불, 발원문 낭독 후 행선에 나서 숙영지 손나가를 출발해 라뜨노르, 코라이푸르 까지 4시간 동안 16km를 이동한 뒤 아침공양을 했다. 공양 후 다시 이동, 코라이푸르, 카심박하를 거쳐 이 날의 숙영지 파르사에 오전 10를 넘겨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이 날 까지 지나온 누적 거리는 225km.

10일 차 순례단 행선은 몇 가지 점에서 다른 날과 달랐다. 새벽 3시 무렵 환하게 불 밝히고 음악소리가 요란한 한국의 나이트 클럽 같은 유흥 천막 거리를 지나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주 정부의 금주령(禁酒令) 때문인지 술은 마시지 않고 젊은 남자들 끼리 천막 안에서 춤을 추다 순례단을 발견하고 대거 몰려나오는 모습이 특이했다.

이 날 새벽 행선 길은 순례 중 가능 힘든 코스였다. 제방길이 다른 곳 보다 심하게 패어있어 자칫 넘어지거나 발목을 다칠 우려가 컸다. 조심해서 걷느라 힘이 들고 시간이 많이 드는 새벽행선이었다. 순례객들은 거칠고 험한 길을 지나르라 다른 날 보다 피로가 훨씬 더 심했다고 평했다.

이 날은 처음으로 개울을 건너기도 했다. 아침 공양을 한 코라이푸르에서 번화한 시장가인 카심박하라는 지역을 가기 위해 대나무 몇 개를 걸친 좁은 다리를 건넜다. 순례단이 한꺼번에 올라서면 무너질 우려가 있어 4~5명이 나눠 건너느라 시간이 지체됐다.

새벽안개가 자욱히 깔린 갈대숲 사이 길을 걸은 것도 전에 없는 경험이었다.

날이 거듭되면서 환자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초반에는 물과 음식 등으로 인한 장염 증세가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격차 큰 밤낮 기온과 체력 저하로 인한 감기 몸살과 오랜 걷기로 인한 발 물집, 발목 허리 부상자가 주로 발생한다.

하지만 고통이 클수록 순례단의 의지는 더 강렬하게 불타오른다는 것이 순례단 전체 분위기다. 전 날부터 조짐을 보였던 총도감 호산스님은 이 날 새벽 극심한 감기 몸살 증세로 행선이 불가능했지만 앰블런스 탑승 권유를 뿌리치고 끝까지 완주했다. 대변인 종호스님은 전 날부터 공양을 못해 도저히 걸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인내를 발휘해 선두에서 순례단을 이끌었다많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순례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순례단의 강렬한 의지는 회향 축원에서도 표출됐다. 30km 행선을 마친 뒤 회향 축원을 맡은 동명스님(서울 성북동 전등사)생명의 존엄성을 널리 일깨우고자 부처님께서 걸으셨던 1km 넘는 이 길, ‘길 없는 길을 그 어떤 장애도 불구하고 우리는 묵묵히 걷고 또 걸을 것입니다. 부디 아무 장애 없이 길을 가도록 부처님께서 용기와 희망을 주시옵소서라고 발원했다.

본오스님이 부처님을 모시고 대나무 다리를 맨 선두에서 건너는 모습.

매일 부처님 모시고 걷는 본오스님

아침 공양이 끝난 뒤 오전 행선에는 불상을 안고 이운한다. 녹야원을 나설 때 회주스님이 가장 먼저 이운했고, 이어서 총도감 호산스님이 이었다. 그 뒤를 오심스님이 맡았다. 불상 이운은 원래 조별 순서를 정했다가 본오스님이 매일 맡기를 자청하면서 방식이 바뀌었다. 열암곡 부처님 바로세우기 도감을 맡고 있는 본오스님은 그 일환으로 불상 봉안을 발원했다.

10일 차 두 번 째 불상 이운, 탄묵스님.
대변인 종호스님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순례단 안전을 책임지는 인도 경찰이 순례단과 함께 걷고 있다.
안개 낀 마을 길, 시장길 등을 지나는 순례단

인도 비하르주=박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