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 8일차] “인도에서 건너간 불교가 돌아왔다”
아픈 발바닥, 감각 없는 무릎, 고행에도 이어지는 순례 사르나트 녹야원 떠나 갠지스강 건너 람나가르 카코리야, 쉬브람푸르, 바부아, 체나리 거쳐 사사람 도착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트럭, 햇살에 녹아 뜨겁게 피어오르는 아스팔트 열기, 흘러내리는 땀, 발가락 물집은 또 터졌는지 땅바닥에 발을 디딜 때마다 맨살을 긁어내는 듯 쓰리다. 뼈마디가 부딪히는 듯 아프던 무릎은 감각도 없다.
새벽 2시에 일어나 25km를 달려와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이날 숙소까지 남은 5km는 50km보다 더 멀어 보였다. 5일 만에 만나는 숙소다. 그러나 가도 가도 보이지 않는다. 지나온 25km보다 힘들었다. 평소 점심 공양하고 쉴 오전 11시, 여전히 걷고 있다. 2시에 기상해서 새벽 예불 보고 30분 뒤에 출발했으니 9시간 넘게 길 위에 서 있다. 어제도 그저께도 힘들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피로가 누적되고 아픈 곳이 계속 무리를 받아 온몸이 성치 않은 악조건이 겹쳐 이날은 특히 고행이다.
부처님 길을 따라가는 8일째 순례길이다. 사르나트 녹야원을 떠나 갠지스강을 건너 람나가르, 카코리야, 쉬브람푸르, 바부아, 체나리를 거쳐 사사람(Sasaram)에 도착했다. 들판이나 학교 운동장 등 먼지 날리고 천막으로 가린 구덩이에 배변을 보는 악조건에서 보낸 6일 만에 호텔에 투숙하는 호사를 누렸다. 호텔이라고 하지만 한국과는 비교가 안되는 시설이지만 하루 종일 걸으며 먼지 쌓이고, 땀에 절은 채로 양치만 간신히 했던 천막생활에 비하면 특급호텔이다. 밀린 빨래, 샤워, 쌓이고 쌓인 장을 비워내는 급한 일부터 처리하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침대를 본 순간 잠부터 쏟아진다.
내일은 손강(Sone river)을 건넌다. 이 강을 건너면 부처님 성도지 부다가야가 지척이다. 어제 오늘 손강 물길을 끌어들인 총 길이 200km가 넘는 수로를 걸었다. 양옆으로 논이 끝없이 펼쳐져 지평선을 이루고 있었다. 들판 군데군데 나무숲이 있다. 부처님께서 아침에 마을로 나가 탁발하고 나무 아래서 발우를 펴고 공양을 드시고 법을 설하셨다는 경전 구절 속 광경이 순례객이 눈에 들어오는 그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마을 쪽 길가는 어김없이 인분이 곳곳에 놓여있다. <율장>의 한 장면이 떠 오른다. 바라문들이 부처님께 항의했다. 붓다의 사문들이 나무 밑에 볼일을 보는 바람에 낭패를 봤다며 부처님을 찾아온 것이다. 어떤 비구는 나무 위에서 일을 저지르는 바람에 그 아래 걸어가던 사람 머리에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을 불러 모으셨다. “이제부터 가림막으로 화장실을 만들고 지정된 곳에서만 변을 보도록 하라. 그리고 화장실 이용 전후로 손을 씻도록 하라”는 내용이다. 사찰에 화장실이 들어선 연유다. 부처님께서는 청결을 중시 여겼다. 누더기 가사를 수하지만 꼭 씻고 헤어진 곳은 기워 사용토록 했다. 부처님께서도 직접 바느질을 하셨다. 부처님 가르침 대로 불교는 청결을 중요시한다. 이 전통은 중국 한국 선종 가람에서도 그대로 계승된다. 불교가 이 땅에 그대로 살아있었다면 깨끗한 나라, 청결한 국민이 되지 않았을까?
마을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환영했다. 합장 인사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순례객들도 힘들지만 합장으로 화답했다. 현지인들의 환대는 전혀 예상 못했다. 불교가 사라진 인도를 안타까워했지, 길거리에서 불교 신자들의 합장 인사와 박수를 받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온 상월결사 순례단이 인도 불자들에게 큰 힘을 주는 듯해 모두 뿌듯하게 여긴다. 5일 차 카코리야 가는 길에서 만난 인도 스님은 “인도에서 건너간 불교가 돌아왔다”고 표현했다. 인도 스님의 말 대로 인도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온 불교가 고향으로 돌아온 셈이다.
제방길은 우기에 패인 곳이 많아 걷기에 불편했다. 자칫 움푹 파인 곳을 모르고 디디면 발목을 접질리거나 넘어질 우려가 있다. 앞서 가는 외호단이 주의를 기울였지만 결국 최고령인 무상스님(전 호계원장)이 발을 다쳤다. 스님은 앰블런스를 타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다시 일어나 이날의 목적지 까지 걸었다.
순례 이후 가장 힘든 8일째 행선을 잘 회향했다. 아직 한 달 넘게 남았지만 초반 고비는 넘긴 듯하다. 다들 크고 작은 상처와 아픔을 지니고 있지만 내색 않고 씩씩하게 한 걸음씩 나아간다. 부처님께서 가신 길이에 고통도 영광이다. 이런 아픔은 부처님 고행에 비하면 조족지혈 축에도 들지 못한다. 그래서 다들 아파도 아픈 티를 내지 않으려 한다. 부처님까지 들지 않더라도 최고령 무상스님 앞에서는 모두 엄살일 뿐이다.
인도 비하르 주=박부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