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 7일차] 흙먼지 가르며 29km 행선...순례단 성치 않은 몸으로 묵묵히 정진

2023-02-15     인도 비하르 주=박부영 선임기자
부처님을 품에 안고 걷는 스님.

 

2월15일 순례 7일 차. 이날은 일정 중 가장 긴 29km를 걸었다. 거의 대부분 순례객이 크고 작은 병과 통증에 시달렸다. 물로 인한 장염, 낮과 밤의 큰 기온 차와 텐트 생활이 가져온 감기, 무릎 발목 통증이 순례객을 괴롭혔다. 덩달아 김명숙 의료팀장(동국대 일산병원)도 바빠졌다. 김 팀장은 “나는 아프면 안되는데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전날 바부아에서는 뜻 깊은 손님들이 찾아왔다. 점심 무렵 환영 인사차 찾아왔던 석가족 후손들이 저녁에 다시 찾아와 예불에 참여했다. 10여명의 스님과 성인 청소년 아이들로 이뤄진 30여명의 석가족 후손들은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를 올렸다. 부처님 전에 이들이 올린 과일과 꽃이 가득했다. 순례단도 석가족 마을 스님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순례단을 환영하는 어린이들에게 총도감 호산스님이 인사를 건네고 있다.

잔디가 말라 패인 운동장에 숙영지를 차린 덕분에 티끌과 흙먼지 속에서 자고 일어났다. 7일 차는 일정이 시작한 이래 가장 긴 29km 행선 길이다. 평소 보다 4km 더 길지만 무릎과 발목 발가락 등이 성치 않은 순례객들에게는 거리 이상의 고통이다.

날씨는 꽤 차가웠다. 여명이 밝아 올 무렵 기온이 더 내려가다가 일출 무렵 가장 추워진다. 이 때가 순례단이 거리에서 해결하는 아침 공양시간이다. 평소 아침은 계란 두 알, 사과, 바나나, 견과류 등 간편식이다. 그런데 이 날은 국수가 나왔다. 스님들이 하도 좋아해서 보기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핀다는 승소(僧笑)다. 김이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국물, 하얗게 삶은 면, 김가루, 다진 김치, 잘게 쓴 파를 띄운 간장, 말 그대로 스님들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추위에 떨던 순례단은 따뜻한 국수 한 그릇에 다시 힘을 회복했다.

7일 째 순례단이 걸어가는 주변 풍경은 이전과 많이 달랐다. 길 주변에는 마을이 끝없이 이어지고 중간 중간 도시가 나타났지만, 바부아에서 체나리 까지 가는 이 날 순례길은 물길과 들판 밖에 없었다. 수로는 직선으로 끝없이 이어졌다. 이 지역 경찰관계자는 갠지스 강에 닿는 수로 길이가 100km에 달한다고 했다. 물길을 막은 둑 위에 난 길이 일직선으로 곧장 났다. 순례단은 똑같은 풍경이 끝없이 이어지는 그 길을 오전 내내 걸었다. 내일도 똑같은 풍경이 목적지 사사람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이 길이 끝나면 보드가야다. 부처님께서도 이 길을 걸어서 5비구를 만나러 가셨고, 60여명의 아라한들과 보드가야로 갔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흘러가는 물과 곁을 스쳐가는 들녂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주민들에게 합장 인사하는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

풍부한 수량과 넓은 들은 풍요의 상징이다. 사람들은 밝고 건강해보였다. 전 날처럼 순례객이 지나가는 마을 마다 사람들이 나와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들어 환영했다. 학교는 아이들로 넘쳐났다. 까만 얼굴에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들이 쏟아져 나와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러나 자연은 공평하지만 인간사는 그렇지 않은 법. 숙영지 인근은 지나온 마을과 달리 많이 궁핍해보였다. 흙먼지를 덮어쓰고 간신히 하늘만 가린, 집인지 쉼터인지 구분 안가는 움막이 늘어섰다.

 

거리가 긴 탓에 평소 보다 1시간 가량 늦은 10시30분 쯤 숙영지에 도착했다. 5일, 6일 째에 이어 흙먼지와 티끌이 무성했다. 이제 불평 조차 않는다. 아무리 닦아도 소용없음을 알았다. 흙과 먼지 티끌도 순례의 일부분임을 받아들여 간다. 날이 갈수록 몸은 힘들지만 자연에 순응해가는 마음은 편안해져간다.

오늘 행선 회향 축원은 설암스님이 맡았다. 순례단을 따라 나선 강아지 ‘순례’도 힘들었는지 설암스님 축원을 들으며 부처님이 드리워준 그늘 속에서 곤히 잠들었다.

7일차 순례단의 모습.
인적 드문 길을 걷는 순례단.
아이들과 인사 나누는 스님들.
합장 인사하는 스님들.
묵묵히 걷는 수행자의 뒷모습.

 

순례단 스님들
순례단을 환영하는 인파들.
학생들과 기념 촬영한 순례단.
물 한잔 마시며 쉬고 있는 스님. 순례 고단함이 느껴진다.

 

인도 비하르 주=박부영 기자